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자칫 동성애 혐오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의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 등은 에이즈 확산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가운데, 에이즈 감염의 주된 요인으로 ‘동성애’를 겨냥했다.

성일종 의원은 “에이즈는 오랫동안 장막에 가려졌다. 소수자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언론, 정부, 국회 등이 방치하는 사이에 미국은 줄고 있는데 예외적으로 한국은 10대와 20대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 장막을 걷지 않으면 한국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성 의원은 “에이즈 감염 경로 기초조사에 문제가 있다. 보건소에서 검증 없이 문진한 그대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진해서는 안 된다. 2011년도까지는 이성간 성 접촉과 동성간 성 접촉에 의해 에이즈가 전파된다고 발표했다. 2012~2014년에는 이성간이나 동성간이 아니라 성 접촉으로 모호하게 줄였다. 2016년에 와서 다시 이성과 동성으로 구분했다. 왜 그러냐니까 문진의 신뢰성 문제로 바꿨다고 했다. 10대, 20대들은 동성간 성 접촉을 부끄러워 한다. 이러한 부분을 감추고 싶어서 이성간 성 접촉했다고 표시한 거다.”라며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이성간 성 접촉과 동성간 성 접촉으로 공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에이즈는 성병이다.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은 모두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곧바로 성 의원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질병.”이라고 질타했고, 정 본부장은 “위험한 질병인 것은 맞으나, 콘돔 사용으로 예방 가능한 성병인 것도 맞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인권보도준칙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 때문에 질병관리본부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다시 질의하자, 정 본부장은 “성소수자나 에이즈에 대한 편견으로 에이즈 감염자가 조기 진단을 받는 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윤종필 의원은 먼저 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와 미국, 일본, 호주의 통계자료를 살폈다. 윤 의원이 제시한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2000년~2015년 사이 전 세계 에이즈 신규 감염이 35% 감소했으며 에이즈 관련 사망 건수도 28% 줄었다.

윤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출한 미국, 일본, 호주 통계 자료에서도 에이즈 환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 2016년 신규 에이즈 감염자가 1,062명이고, 2011년 888명에서 지금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남자가 전체 감염자의 94.3%를 차지하고 있다. 감염자 가운데 10대~40대가 전체의 78.1%, 특히 20대~30대 감염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0대 감염자가 계속 나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감염 경로는 혈액 제제나 수혈도 있겠지만 대부분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는 게 맞냐?”고 물었다.

이에 정 본부장이 ‘맞다’고 답하자, 윤 의원은 “남성 감염자가 왜 이렇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나? 10대 감염자의 감염 경로를 무엇이라고 보고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정 본부장은 “10대 감염자 같은 경우, 최근 성 접촉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안전에 대한 교육이나 인식이 부족한 것이 요인이 돼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감염자 가운데 남자가 더 많은 것은 성 행태에 따라서 위험도가 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윤 의원은 한 전단지 내용을 자료화면으로 띄웠다. 해당 전단지에는 성관계 할 동성을 구하는 조건, 매매, 알선, 업소 광고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은 “전단지에 나온 용어들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동성애 상대를 찾는 전단지다. 이런 전단지로 상대를 찾고, 이런 전단지를 보고 일부 청소년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이들의 상대가 될 것을 자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여중생이 에이즈에 걸렸는데, 에이즈를 전파한 상대 남성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송을 봤는가?”라고 묻는가 하면, “감염자 본인 스스로 병원을 찾고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이상은 강제로 병원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하는데 맞냐?”고 물었다.

정 본부장은 ‘의료기관에서 진단되면 신고하는 제도를 갖고 있고, 에이즈 감염자가 쉽게 검사 받을 수 있도록 익명검사를 보완적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윤 의원은 ‘정부가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예방 미흡 및 익명검사 뒤 판명까지의 기간 고민 필요, ‘에이즈 테러’다”

윤 의원은 “에이즈 예방 예산이 2억6,500만 원인데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옥외 광고, OX퀴즈 풀기, 광고 공모전을 사업이라고 한다. 적어도 현시대에 맞게 영상이나, 만화나, SNS를 활용해서 좀 더 실효성 있게 예방에 힘쓰고 교육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이즈 환자수가 늘어나는 만큼 진료비 또한 만만치 않다. 확진이 되면 제3군 감염병으로 분류돼 전액 국비가 지원된다. 건강보험공단에서 90%, 국비 5%, 지방비 5%를 부담한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없다. 건보공단 자료에 의하면 에이즈 치료비가 2015년 810억 원에서 2016년 921억 원으로 증가했다.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하면 1,000억 원이 넘는 치료비가 지급됐다. 환자 1인당 진료비도 1,100만 원에 달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1년간 에이즈 환자에게 지급된 국민세금이 5,415억 원이다. 국비, 지방비, 간병인비 포함하면 6,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환자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결국 환자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고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은경 본부장이 “에이즈인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제대로 복용하면 96% 정도는 바이러스가 감소해서 감염력이 없어진다. 국고에서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감염력을 차단해서 추가로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자, 윤 의원은 ‘알고 있지만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교육을 주문한다’고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에게 질의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감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나, 다른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에이즈 환자 발생원인 및 관리대책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한 염안섭 의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참고인은 온라인에 떠도는 동성간 성매매 관련 글과, 한 동성애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참고자료로 제시하며 해당 내용을 그대로 읽었다.

특히 “콘돔 없이 성관계 하다가 에이즈 걸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국가가 다 지원해준다는데 뭐가 걱정이냐’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에이즈복지로 인해서 동성애 단체 사이에 에이즈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인은 이어 한 에이즈 감염인의 탄원서를 제시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에이즈 예방대책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해당 탄원서는 ‘동성애와 에이즈의 연관성을 전혀 듣지 못하고 동성애 생활을 하다가 에이즈에 걸리게 됐다고 하면서, 자신처럼 에이즈에 걸려서 불행한 인생을 맞이하는 동성애자들이 없게 해 달라는 자필 탄원서’라고 설명했다.

또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에이즈에 대한 기본 정보자체가 없다는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모르겠다. 기본적인 크게 돈이 들지 않는 교육과 홍보, 예방에 신경 쓰면 좋겠다. 예방정책을 더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에이즈 복지정책에 치우쳐 있고 예방정책이 거의 전무하다.”며 에이즈 예방대책을 강조하는 한편, 에이즈 익명검사와 관련해 ‘에이즈 테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참고인은 “에이즈 익명검사는 보건소에 가서 신분증이나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 한 남성의 ‘나는 밤마다 성매매 업소를 가야 하는데 에이즈 익명검사 뒤 에이즈 환자로 판명되면 보건소가 업소를 못 가게 막을까봐 걱정된다’는 질문이 올라오자, ‘에이즈 환자가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 국가가 제지할 방법이 없고 당신이 에이즈 환자라는 것은 국가나 보건소가 모르니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라'는 답변이 달렸는데, 이것이 정상인가? 에이즈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즈 검사를 받고 싶은 사람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목적으로 시행된 것은 맞지만 맹점이 있다. 익명검사를 통해서 에이즈 판명이 되면 감염내과에 가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게 되는데, 그때 국가의 관리 안에 들어오게 된다. 때문에 익명검사 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익명검사를 받은 뒤 약을 받는 최소한의 시간까지, 인격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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