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안경,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 등 정보접근 수단 ‘검증’ 진행
시·청각장애인, 영화상영업체에 영화관람 위한 정보 제공 청구 소송

▲ 13일 진행된 검증에서 검증단이 직접 특수안경을 착용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 13일 진행된 검증에서 검증단이 직접 특수안경을 착용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에서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돕기 위한 새로운 기기들의 시연회가 진행됐다.

이번 시연회는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위한 편의제공 청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수안경·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과 화면해설 수신기 등에 대한 재판 관계자들의 현장검증에 이어 당사자들이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해 4월 시·청각장애 당사자 4인(이하 원고)은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아 영화 관람이 어렵다며 영화상영관(씨지브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이하 피고)을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29일 진행된 재판에서 원고측 변호인단은 특수안경과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 등 보조기술의 검증을 신청했고, 13일 진행된 검증을 통해 기기가 실제 영화관 내 사용이 실현가능 한지를 점검했다.

▲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으로 상영중인 영화의 자막이 나오고 있다.
▲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으로 상영중인 영화의 자막이 나오고 있다.

“상용 가능한 ‘영화관람 보조기기’”… ‘보완’ 의견 제시

이날 검증이 이뤄진 기기는 ▲특수안경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 ▲화면해설 기기 총 세 가지로, 시·청각장애당사자와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검증단은 기기를 활용해 영화를 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평가했다.

특수안경은 안경 렌즈 하단에 한글자막과 수화창이 보여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은 개인 휴대폰으로 영화관에서 자막을 볼 수 있는 기기로,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의 음성을 인지해 미리 입력된 자막 중 상영되는 화면에 맞는 자막을 선택해서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또한 화면해설기기는 배우들의 표정과 행동, 영화 내 장면을 묘사해주는 음성파일을 수신해 이어폰으로 사용자에게 화면해설을 전달한다.

보조기술이 접목된 기기를 사용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보완을 거치면 충분히 사용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증단들은 “검증 전에는 새로운 기기들이 영화 관람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 의심했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주변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필요한 자막과 화면해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수안경의 경우 조금 무겁고,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은 휴대폰과 영화관 화면을 번갈아 보다보니 다소 어지러워 관람에 편리한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어폰의 화면해설과 영화관 스피커를 같이 들어야 해 보완이 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 기기를 활용해 영화를 관람한 뒤, 기기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지고 있다.
▲ 기기를 활용해 영화를 관람한 뒤, 기기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지고 있다.

“‘손익’의 문제가 아닌, ‘권리’를 위한 도입”

특히 이날 판사와 원고(장애인 당사자)·피고(영화상영관) 측 관계자, 기기 제작자로 제한해 진행됐던 현장검증에서는 가능성을 피력한 원고측과 비용 문제로 상용화의 부정적 입장을 밝힌 피고측의 입장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원고 함효숙 씨는 권리보다 손익을 먼저 따지는 피고의 태도에 분노했다.

함 씨는 “피고측 변호인들은 큰 비용을 들여 기기를 도입해도 비용만큼 시·청각장애 당사자가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관람객의 권리보다 손익계산을 먼저 하는 모습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기기 제작 관계자들 역시 도입비용만큼 수익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피고측 주장을 반박했다.

특수안경을 제작한 ㅎ회사의 유진희 대표는 “한 상영관에 안경 두 개와 수신기를 설치하는 데 1년에 약 150만원이 든다. 이는 청각장애가 있는 관람객이 일주일에 다섯 번만 해당 상영관을 찾는다면 충당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설명하며 “영화상영관이 이러한 기기들을 도입한다면 오히려 시·청각장애인 관람객을 극장으로 유도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막 애플리케이션 제작자인 ㅇ회사 최학주 이사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관람객의 개인 휴대폰을 통해 자막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은 한글자막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용만 든다. 이는 1,000만 원 정도 예상되는 데 영화제작업체에서 제작해야 하는 것으로, 상업 영화가 제작되는 비용에서는 큰 비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원고측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피고측은 경제적인 이유로 상용화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증으로 재판부에 기기 사용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검증에 대한 의미를 평가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영화 관람이 ‘권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사회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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