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기준·장애등급제·장애인수용시설, 완전폐지를 위해 출범
20일 장애계·정부·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협의체, '장애등급제 폐지' 제1차 회의 들어가

▲ 3대적폐공동행동이 3대적폐 완전폐지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황현희 기자
▲ 3대적폐공동행동이 3대적폐 완전폐지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황현희 기자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 광화문농성 5년, 그 5년을 만들어온 우리는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를위한공동행동으로 재출발하려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3대적폐(부양의무자 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외치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이하 3대적폐공동행동)으로 전환한다.

장애계 단체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시작했던 농성이 지난 8월 25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박능후 장관과의 3대 적폐 폐지에 대한 협의를 통해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5일 광화문 농성을 공식 중단, 3대적폐공동행동으로 한발 더 나아간 활동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9일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출범기자회견을 갖고, 3대적폐 완전폐지를 요구하는 엽서를 모아 ‘청와대 엽서배달을 위한 제1회 월간행진’을 진행했다.

3대적폐공동행동은 ▲가난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해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배제하고 사회통합을 막는 ‘장애인수용시설’, ▲장애인의 신체에 낙인을 부여하고 복지 이용을 제한하는 ‘장애등급제’ 완전폐지를 요구했다.

더불어 이날 참여한 3대적폐공동행동 관계자들은 3대 적폐가 사라져야 할 이유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조마조마한 사회 만드는 ‘부양의무자 기준’

▲ 홈리스행동 가을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홈리스행동 가을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가을 활동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는 빈곤층의 현실을 토로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을 신청하기 전부터 수급을 받는 내내 수급비가 깎기거나 탈락될까 조바심을 내고 있기 때문.

가을 활동가는 “우리 사회에서 수급자 신청을 하려면 ‘금융제공정보동의서’에 가족의 서명을 요구한다. 하지만 가족과 단절된 경우나 가족이 부양할 수 없는 경우 지레 포기하게 만든다.”고 부양의무자 기준의 여파를 설명하며 “우리 사회의 빈곤층을 삶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노출되거나, 사망하거나, 시설로 가고 있다.”며 인권이 포기된 사회를 꼬집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정책국장 역시 “현 정부가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에서 부양의무자 기준폐지이야기 하고 있지만, 노인가구가 노인가구를, 장애인가구가 노인가구를, 또는 노인가구가 장애인가구를 부양하는 경우에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면제시켜준다고 했다.”며 “보건복지부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3년 후인 제2차 계획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와 우리의 목표가 같지만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들어가지 못해 과정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통한 향후 계획을 당부했다.

당사자의 ‘자립’에 대한 ‘권리’를 묵살한 ‘장애인수용시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화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화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지원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화 상임활동가는 시설 조사 당시를 회상하며 “대다수의 시설거주자들은 ‘내가 시설에서 나가 자립하는 것이 가능하냐’라는 답변을 한다.”며 “시설거주자들이 ‘자립’에 대한 ‘권리’를 모르는 것은 정부의 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2007년 UN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 그 시점부터 장애인 수용시설에 대한 정책을 중단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누구도 ‘탈시설’이라는 권리에 배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나 당연하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자립의 권리는 정부가 책임지고 만들어가야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정부가 올바른 방향의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노력이 당부됐다.

김 활동가는 “지금의 시설들은 ‘장애인이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자립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내가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라고 말한다.”며 “권리가 배제된 이러한 생각의 결과는, 시설을 지원하면 거주인이 행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예산 책정으로 이어졌다.”고 질타했다.

이어 “진정한 장애인을 위한 권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위해 탈시설과 자립에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민·관협의체 제1차 회의, 투명하게 공개돼야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특히 장애등급제와 관련해서는 본격적인 정부와의 협의가 시작되면서 논의과정의 투명한 공개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당부되고 있다.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고, 장애계와 전문가, 정부 등이 포함된 민·관협의체 1차 회의가 20일 개최된다.

이에 정다운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장애인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그 논의과정은 모든 장애인과, 시민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또한 위원회에 들어간 장애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소수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 모두의 목소리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장애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가 서비스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가 더해졌다.

현재의 장애등급제 속에서는 정해진 등급에 따라 서비스가 주어지면서 ‘삶의 통제권이 국가의 결정에 맡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이에 정 정책실장은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단순히 급수를 없애고, 좋은 말로 바꾸거나, 중증 또는 경증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의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3대적폐공동행동은 3대 적폐 폐지 요구를 담은 엽서를 모아 광화문 우체국에서 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했고, 모은 엽서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더불어 3대 적폐가 폐지 될 때까지 매주 목요일 서명운동과 엽서쓰기 선전전을 진행해 매월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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