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걸리던 점자책을 하루에… 행정안전부 관계기관들과 협약

몇 달씩 걸렸던 점자책 제작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점자도서관·기업·공익재단·정부기관이 협업한 결과, 앞으로는 인문학 분야에서는 신간 서적이라 할지라도 하루 만에 점자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

이렇게 되면 책 제작비용이 크게 줄고, 책의 종수도 대촉 늘어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일 관계기관들과 ‘시각장애인 독서활동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는 새로 점자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중에 나온 책을 펴놓고 점자도서관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컴퓨터에 타이핑하는 일로 시작했다.

그렇게 만든 전자파일을 책과 대조하며 1차 교정하고,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읽을 수 있는 점자로 바꾸고, 다시 2차 교정하는 데 짧게는 석 달, 길게는 반년까지 걸렸다.

하지만, 이번 협업에서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통해 제작 기간을 불과 몇 시간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먼저 대부분의 책이 전자책으로도 발간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국내 온라인 도서 유통 회사인 ‘예스24’가 가지고 있는 대규모 전자책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타이핑과 1차 교정을 건너뛸 수 있게 됐다. 다만 표나 그림이 없는 인문학 분야의 문학류, 철학서 등으로 한정했다.

예스24는 점자책 발간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출간 도서 해당 저작권 출판사와 점자책 출간 협의를 맡는다. 점자책 제작에 저자 인세 등 출판사 지급금액 외에 수익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전자책 데이터를 점자로 바꾸는 부분은 ‘닷 워치’라는 점자 스마트 시계를 만든 새싹기업(스타트업) ‘닷’이 담당했다. 지난 3월 국립특수교육원이 발간한 점역출판안내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반영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점자 변환과 2차 교정에 걸리던 시간을 아꼈다. 닷은 이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향후의 기술지원도 약속했다.

공익 재단법인인 3·1문화재단은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점자도서관과 시각장애인 학교를 위해 점자책을 보급하고 디지털 도서 자료인 데이지(DAISY)를 제작하는 데 2억 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점자책과 데이지 자료가 전국의 많은 점자도서관과 시각장애인 학교에 원활히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와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지난 6월부터 이번 민관협업의 구성을 위해 관계기관들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왔고,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달 중에 3·1문화재단이 전국의 점자도서관과 시각장애인 학교로부터 점자책 신청을 받아 무료로 보급하는 일을 시작한다. 예스24는 이밖에도 시각장애인 개인으로부터 구매 요청이 있을 경우 저작권자 및 출판사와 협의를 거쳐, 유통 마진을 제외하고 실비 수준으로 점자책을 판매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박성호 정부혁신기획관은 “이번 협업은 정부가 민간단체, 기업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하나의 사례.”라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상생과 협력을 위해 다양한 협업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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