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연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과 제도 논의 필요”
여가부 “문제점 인지하고 있어… 관계부처와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포럼'이 열렸다.
▲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포럼'이 열렸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가정폭력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 또한 미비해 지원체계와 정책을 제언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은 지난 2006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실시, 지난 9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포럼’을 열었다.

현재 정부는 3년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정폭력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3년마다 장애인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장연은 “국가차원의 실태조사는 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실태조사는 장애여부 정도만 파악하고,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는 성별 구분 없이 결과만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체적 폭력 뿐만 아니라 언어, 통제까지도 모두 ‘가정폭력’

▲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여장연의 가정폭력 실태조사 현황은 ▲신체적 폭력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성적 폭력 ▲통제 등 항목별로 나뉜다.

먼저 신체적 폭력의 비율은 ‘나에게 물건을 집어던졌다’ 17.3%, ‘(상대가) 손바닥으로 뺨 또는 몸을 때린다’ 15.7%,  ‘손가락으로 몸을 찌르거나 밀친다’ 13%, ‘꼬집거나 머리채를 잡고 흔든다’ 11.3%,  ‘주먹으로 때리거나, 맞으면 다칠 수 있는 물건으로 때린다’ 11.1%, ‘칼이나 몽둥이 등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하거나 다치게 한다’ 8.6%로 나타났다.

이어 정서적 폭력의 비율은 ‘소리를 지르거나 무시한다’ 29.6%, ‘장애와 관련해 욕이나 심한 말을 한다’ 22.2%, ‘나와 관련된 일을 가족들이 대신 결정한다’ 16.8%, ‘화를 내면서 집기를 부수거나 물건을 던지면서 위협한다’ 8.9%로 조사됐다.

정서적 폭력은 언어폭력과 함께 가족 구성원이 당사자의 일을 대신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가 있는 ㄱ씨의 시부모는 ㄱ씨의 동의 없이 그의 자녀를 데려가 5년 이상 양육했다.

중증 장애인 ㄴ씨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시설에 입소했다. 그의 부모는 “결혼해도 부모의 곁은 떠나 사는 것과 마찬가지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라.”고 말했다.

수입을 갈취당하거나 경제활동 조차 못하게 하는 등의 경제적 폭력은 ‘생활비나 용돈을 주지않는다’ 19.8%,‘나의 복지혜택을 다른 가족들이 사용한다’ 14.5%, ‘동의없이 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한다’ 11.5%, ‘나의 수입을 빼앗는다’ 11.4%  등이었다.

성적폭력은 ‘이성에 대한 관심표현에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14.3%,‘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았거나 당했다’ 12.9%,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비하하는 말을 한다’ 12.6%, ‘생리할 때 비난당한 경험이 있다’ 9.5%, ‘강제 피임을 시키려고 하거나 시켰다’ 7.4%,  ‘불임수술을 강요받았거나 당했다’ 6.5%로 나타났다.

발달장애가 있는 ㄷ씨는 그의 어머니로부터 “아이를 낳을 것도 아닌데, (불임)수술을 하는 것이 어떠냐.”라는 말을 들었다.

한편, 일상생활에서 자기결정권·선택권이 무시 당하거나 박탈 당하는 경우는 ’무시하거나 냉담하게 대한다‘ 23.2%,‘집안의 행사에 참여시키지 않는다’ 19.2%,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외출을 못하게 한다‘ 18.4%, ‘여자가, 장애인이 배워서 뭐하냐며 배우는 것을 못하게 한다’ 16.6%, ‘아프거나 병을 앓아도 치료해주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다’가 14.4%로 나타났다.

주변 사람 소개로 20세 연상의 남자와 결혼한 ㅁ씨는 결혼하자마자 거의 집안에 갇혀 지냈다. ㅁ씨는 시력이 차츰 나빠지던 가운데 남편의 치료 협조 거부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가정폭력 지원체계 부족… 성인권교육진흥원 설립 필요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가정폭력특례법은 가정 보호, 가정 유지라는 소극적인 사회적 대응수준에서 제정됐다.”며 “(피해) 여성장애인에게 가정은 (보다) 사적인 공간, 법과 대비되는 공간, 인권과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공간이다. 특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 정보희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 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 정보희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어 서 부연구위원은 지원체계 강화 방안으로 여성장애인 통합 상담소 확대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확대를 제시했다.

여장연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대응 방법으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는 비율이 44.4%로 가장 많았다. 그 이유는 ‘무서워서’ 28.7%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 부연구위원은 “조사 참여자들의 상담소에 대한 인지도는 약 75%정도이며 (가정폭력)상담소의 역할에 대한 인지도는 64.8%, 피해자 보호시설의 필요성은 65.9%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상담소의 부족으로 만족도는 감소하고 있으며, 가정폭력피해자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 자원과 인력의 한계 또한 역할 축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정폭력 등 젠더폭력 이해와 대응방법 등에 대한 (피해)당사자 역량강화교육이 반드시 의무화 돼야 한다.”며 “경찰과 사법 관계자 등은 성인지적, 장애인지적 관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후속 실태조사를 위해 5년마다 정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전 국민 대상의 실태결과와 비교분석이 가능하도록 조사 표본수와 조사방법 등을 개선해 설문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은 부부폭력, 자녀학대, 가족 구성원 폭력 등으로 세분화해 조사하고, 장애 유형을 고려해 조사해야 된다.”고 제시했다.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대표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성인권교육진흥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여성장애인은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으며, 정신적 장애일 경우 더 자주 위험에 노출된다. 여성장애인의 성인권을 위해 성인권 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이 필요하며, 여성장애인 성인권교육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전 예방과 사후지원 정책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종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참석한 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 정보희 사무관은 “현재 여성가족부 뿐 아니라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사전 예방, 초기 대응, 가해자에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관점에서 인권의식 강화교육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정 사무관은 “가정폭력 상담소나 피해자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시설의 수와 시설 종사자의 수가 부족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설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예산 증액을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부관계에서 나아가 가족, 유사가족 등 친밀관계에서 일어난 폭력까지 바라보고 있으며, 가정폭력의 인식을 개선해 처벌법을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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