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보육료·누리과정 보육료 인상 및 하루 8시간 표준운영제 정립 촉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예산 편성에 우선순위 고려해 달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영아보육료 현실화 ▲누리과정 보육료 인상 ▲하루 8시간 표준운영제 정립을 촉구하기 위한 발판으로 지난 9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2018년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보육예산의 현재와 미래 대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보육료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토론회에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이 다수 참석했고,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김학용 회장, 한국어린이집총연합 김용희 회장, 기획재정부 이상원 미래경제전략국장 등 많은 내빈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토론회는 현재 보육 현황을 살피고 보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에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김종필 정책연구소장이 발제자로 나서 보육 현황을 설명하고 보육의 질이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육체계 역량강화와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김종필 소장이 언급한 보육 현황에는 우리나라 보육현실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내년도 보육료예산안에 따르면 2017년 예산 대비 평균 1.8% 인상에 그쳤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오른 상황과 비교했을 때 보육료의 인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보육교사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업무에 시달리지만 월 평균 기본 급여는 약 1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시간외 수당이나 교직원 추가 배치 없이 어린이집 운영시간만을 주6일 이상, 하루 12시간 이상으로 정해 보육교사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보육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보육 현실을 들추며 발제를 시작한 김종필 소장은 “최저임금인상분을 반영할 경우 최소 23% 이상 보육료를 인상해야 하고 최소한의 보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10% 인상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 보육료를 최소 10% 인상한다하더라도 3년 전 표준보육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종필 소장은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보육교사 인건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약 2,414억 원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1,146억 원인 보육료 추가지원 예산으로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종필 소장은 누리과정 보육료에 대해서도 현실화를 촉구했다. 누리과정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3~5세 어린이들에게 유아교육비와 보육료를 지원한다. 좋은 취지로 도입됐지만 누리과정 보육료 역시 표준보육비용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세 미만의 영아들은 지원이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김종필 소장은 “현재 22만 원으로 책정된 누리과정 보육료를 도입 당시 예산 계획에 따라 30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의 근무환경개선비 인상도 함께 언급했다. 근무환경개선비는 어린이집에서 평일 8시간을 근무하는 담임교사로서 월 15일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수당으로 현재 22만 원이 지급된다. 보육교사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내년도 교사근무환경개선비는 여전히 동결된 채 보육교사 처우는 개선되고 있지 않다. 이에 김종필 소장은 “보육의 질 개선을 위해서 교사근무환경개선비는 30만 원까지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종일형 보육시간을 8시간으로 변경하는 하루 8시간 표준운영제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안양 신기어린이집 김용희 원장은 “표준보육비용에 훨씬 못 미치는 보육료임에도 4년간 동결된 바 있었고, 현재까지도 보육교사에게 적정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어 교사가 퇴직하면서 몇 년 치 시간외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노동청에 고발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보육료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김용희 원장은 앞으로 정부가 표준보육비용의 현실화를 통해 어린이집이 그 누구로부터의 책무성 요구에도 정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보육사업 기반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토론회에 팻말을 들고 보육료 현실화를 외치기 위해 참석한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은 김용희 원장의 발언에 크게 공감했다. 자리를 함께 한 성남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최저임금은 16.4%가 올랐는데, 보육료는 1.8%밖에 오르지 않아 1인당 3,000원 정도밖에 오르지 않은 셈.”이라고 말하며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원장의 급여에서 직원의 급여를 충당하는 경우가 발생해 월급을 제대로 가져가는 원장들이 없을 정도.”라고 어린이집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보육료 문제는 어린이집 운영에 차질을 주기 때문에 실업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한편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자리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이상원 미래경제전략국장은 “정부도 보육 문제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하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고,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곳들이 많아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하기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을 20% 감액하고, 이를 복지 분야에 투자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밝히며 정부도 보육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학용 회장은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먼저 써야 하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보육료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복지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반론했다. 이어 “예산 편성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고려해 달라.”고 말하며 기획재정부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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