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노인우울증, 노인 자살로 이어져

대한불교천태종복지재단은 노인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원인과 예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3일 대한불교천태종 관문사 대강당에서 ‘우리나라 노인자살의 특성과 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이인수 교수는 노인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입증하며 노인 자살 실태와 예방대책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이인수 교수는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불안정한 가족지지 등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와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고 꼬집으며, 가족의 노인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해지면서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빈곤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42.4%로 평균보다 4배 높은 수치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우리나라 노인자살률 또한 OECD 평균보다 3배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인수 교수는 “불안한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상태가 원인이 돼 노인들은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이로 인해 자살을 택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밝혔고,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의 노인복지 사례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다른 나라에 비해 노인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기관이 활성화돼있다. 특히 노년기 자살 위험이 높은 집단을 ▲우울증 ▲사회적 약자 및 고립생활자 ▲심각한 통증 보유자 ▲약물·습관성 물질 남용자 ▲빈곤층으로 분류해 자살예방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전화 안부문의, 방문 안부확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각 지자체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노인시설 근무 간호사와 임상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주민으로부터 노인자살 전조증상을 24시간 방문·전화 상담에 응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응급구조단에 출동을 요청한다.

이밖에도 삶의 의욕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생존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노인생존학교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인수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통해 △민간과 정부의 다양한 자살 예방 채널 구축 △의료­복지­봉사자 협조 인프라 구축 △위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 신설 등 한국노인 자살을 감소시키기 위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학수정데이케어센터 김승훈 시설장은 노인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자살예방사업 및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또 “지난 2004년 정부에서는 자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 지난 2008년에는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했으나, 허울뿐인 자살예방대책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승훈 시설장은 자살예방종합대책을 거시·중간·미시 수준으로 나눠 고찰했고, “현재 복지 정책이 나아가는 방향대로 노인자살예방 정책은 특정 위험군만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남 관장은 이에 동감하며 “김승훈 시설장이 분류·분석한 예방정책에 대한 접근이 실효성 있는 노인자살예방대책을 강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시적인 방안으로 기초연금 확충 및 일자리사업 확충을, 미시적 방안으로는 노인자살예방센터 설치와 센터를 중심으로 노인특성에 맞는 고유의 개입전략과 상담기법 개발,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전환된 정신적 건강증진 프로그램 마련 등을 꼽았다. 아울러 노인자살 예방사업의 실효성을 위해선 이인수 교수가 언급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처럼 의료, 복지, 지역사회의 협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노인 자살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방안을 강구해 나가면, 노인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특히 권금주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자살은 개인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발제한 내용에 대해서는 “노인자살 문제의 실질적인 원인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며 “우리나라 노인들은 개별적 존재로서 존엄성이 없었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현대사회의 관계 단절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지원체계, 사회적 지원체계 등 ‘지지체계’를 다층적으로 구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지체계’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고 우리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최근에 대두된 ‘세대공존’을 또 다른 대책으로 언급했다. 권금주 교수는 “노인의 삶을 평가절하하거나 왜곡해 치부하는 사회 환경 체계는 노인자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다른 세대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 환경이 조성돼 노인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절하하지 않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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