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예술 ‘활동’과 ‘향유’,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과 ‘향유’, 두 마리 토끼 잡아야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12.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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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문화예술인 위한 지원 확대 필요·문화향유권 보장 위해 문화시설 접근성·이동권 확보 돼야
정부, ‘장애인 문화권 보장 위해 소관 부처 협업 통한 정책 마련 중’
▲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5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5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문화 향유와 참여 욕구가 커지고 있지만, 접근성 미비·문화예술인 지원 부족 등으로 문화 권리를 누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장애인의 문화권 보장 마련에 대해 정부 관계자·전문가들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5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문화적 권리는 크게 문화를 통해 생계 유지·문화 공급자로 활동할 권리와, 예술·여가 활동을 향유하는 권리로 나뉜다. 이에 따라 문화적 권리 보장은 장애가 있는 문화예술인이 제약 없이 활동 할 권리와 모든 장애인이 그들이 원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누릴 권리를 포함한다.

문화적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 권리다. 헌법 제4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사회 신분, 경제 지위, 신체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문화 향유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대한 법률 등을 통해 촘촘히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 등이 발표한 장애인 문화향유권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전히 장애인들은 문화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문화 향유의 걸림돌은 장애 고려 없는 문화 시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예술행사 관람률은 2012년 69.6%, 2014년 71.3%, 2016년 78.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예술행사 관람 중 2016년 영화관람률이 73.3%로 가장 높았고, 대중음악·연예 관람률이 14.6%, 연극 13%, 미술전시회 12.8%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장애인의 문화예술 행사 참여 실태를 살펴보면 지난 1년간 문화예술 행사 참여도는 거의 없다. 최근 1년 동안 한 번도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한 적이 없는 경우는 무려 97%였다.

유일하게 영화 관람만이 23.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기타 미술전시회, 연극, 문학행사 등의 참여도는 2% 미만에 그친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수로 비교하면 전국민의 73.3%가 누리고 있지만 장애인은 13.9%만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국민의 영화 관람 횟수는 연평균 3.7회였으나, 장애인은 연평균 1~3회 미만이었다.

▲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실 이혜경 팀장.
▲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실 이혜경 팀장.

이렇듯 장애인은 모든 문화예술 행사 참여도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그나마 가장 많이 참여한다는 영화관람조차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이용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지난 2014년 서울·대전·부산 권역 영화관 73곳을 점검한 결과 6곳(8.2%)만이 시각·청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확대·보이스 바코드 형식의 안내 책자를 제공하고 있고, 수화통역·화상전화기를 제공한 영화관 역시 9곳(12.3%)에 불과했다.

영화관람권 자동발매기에 점자·음성지원 형식의 조작단추가 설치된 영화관은 10곳(14.1%)에 그쳤다. 자동발매기 조작단추 대부분은 점자 표시 등이 없고 터치 방식으로 돼 있는데, 이런 경우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눈높이에 조작단추가 설치된 자동발매기가 있는 영화관은 18곳(25.4%)에 불과하다.

어렵게 표를 발급 받았다고 해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한글자막과 음성해설 서비스를 별도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글자막과 음성해설을 개방형으로 제공하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상영되지만, 이마저도 14곳(19.2%)뿐 이었다.

영화관 뿐만 아니라 2016년 인권위원회연구보고서 ‘일정기준 미만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바닥면적 합계 300m 미만 소규모 공중이용시설 55개소의 접근시설(주출입구, 장애인전용 주차장, 장애인화장실 등)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용 주차장 설치 비율은 47.3%, 주출입구 단차 제거 17.3%, 경사로 설치 35%, 장애인 화장실 설치 12.6%, 점자블록 설치 17.2%에 그친다.

이밖에 지체장애인 편의제공, 숙박시설 내 장애인객실, 노래방 장애인 접근시설, 장애유형별 편의제공은 ‘0’다.

접근성·이동권이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 장애인의 문화 참여율은 낮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복지대학교 유니버설디자인과 이중엽 교수는 “문화 시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문화 시설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소규모 영화관 등에 대해서도 접근시설 의무화를 해야 한다.”며 “무장애 생활환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제도 도입으로 사전예방 환경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실 이혜경 팀장은 장애인의 문화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장애 유형 고려한 편의시설 확충과 함께 ▲지역 문화행사 프로그램 확대와 홍보 강화, 요금 감액 ▲접근성 개선 통한 문화예술 활동 참여 제고 등을 제언했다.

이 팀장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기회 제공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프로그램 확대와 홍보가 적극 개선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문화소외계층에 지원되는 문화바우처, 사랑카드 등의 확대는 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 저소득층 등의 문화향유권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문화예술 지원, ‘선택’과 ‘집중’ 아닌, ‘넓고 고르게’

토론회에서는 장애인의 문화 접근성 확보 뿐 아니라, 장애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도 적극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장애인문화예술 지원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에서 총괄하고 있다. 대표 지원 정책은 함께누리지원사업으로 올해 70억 원의 예산을 받고 있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장애인 문화예술 향수 지원, 장애인 문화예술 축제, 문화예술학교, 창작 아트페어 개최, 전통예술 지원 등이다.

이밖에 장애인 문화예술센터인 ‘이음센터’는 장애인 문화예술 창작, 장애예술 인재  발굴과 육성,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과 교류를 위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장애인문화예술 지원이 특정 단체에 집중돼, 소외 지역에 있는 많은 예술인들은 지원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태 부연구위원.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태 부연구위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태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70억 원의 예산이 한국장애인문화예술총연합(이하 장예총)과 그 회원 단체에게 대량 지원됐다. 이 때문에 특정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풀뿌리’ 예술가 등 기타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술분야의 부익부 빈익빈 형태의 불공정한 지원체계가 향후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한다.”며 “따라서 특정 단체를 지정해서 문화예술 사업과 그에 따른 보조금을 주는 지정사업보다 다양한 단체와 예술인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공모사업을 많이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전 부연구위원은 ‘장애예술’ 자체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주류가 아닌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예술센터 조성, 문화예술교육 강사 파견, 전문예술단체·법인제도, 예술인 창작 준비금 지원 제도 등의 예술정책과 사업 전반에 장애인 접근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도 존재하지 않고, 장애 유형에 맞는 특별한 공간·보조도구 등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전 부연구위원은 향후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 정책 방안으로 △장애인 문화예술 주류화 △지원 체계 개선 △장애인 문화예술 참여 확대·장애 예술인 창작역량 강화 등을 꼽았다.

그는 “정책 측면에서 장애인 문화예술의 차별 요소 개선이 필요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 정책과 사업 전반에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이 반영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편의시설 조성, 전문 인력 양성, 공연예술 단체 육성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고 예술인의 창작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문체부·복지부 ‘문제점 수용해 문화권 보장 위한 계획 수립 하겠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장애인의 문화 권리 보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왼쪽부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김대명 입법조사관보,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곽은교 서기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 방정석 사무관.
▲ (왼쪽부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김대명 입법조사관보,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곽은교 서기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 방정석 사무관.

장애인문화예술 지원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예술정책과 방정석 사무관은 전병태 부연구위원이 지적한 지정사업 문제점에 대해 “문체부의 기본 방향은 공모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지정 사업의 경우 풀뿌리 단체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일부 단체에 사업이 쏠리면서 소외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공모사업을 통해 풀뿌리 단체가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정 사업의 경우도 지적을 참고해 교부조건에 상세조건 달아서, 지정단체들이 사업할 때 풀뿌리 단체와 협업하면서 서로 좋은 방향으로 될 수 있도록 모색하고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문체부는 누리지원사업 인력양성, 소외계층 문화 활성화 사업 등 새로운 사업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영상콘텐츠 제작 사업, 수어뮤지컬 제작 사업 등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울러 장애예술인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협업해 2021년까지 전용 공연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에 살고 있는 예술인들을 위해 지방문화재단 협업 통해 격차 해소 노력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 접근성 확보 관련 주무 부처인 복지부의 장애인권익지원과 곽은교 서기관은 장애인 문화 활동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며, 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복지부는 ‘장애인이 문화 활동 소비 주체로써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물리적 접근성 개선 위해 여러 가지 정책 수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정책 수행 과정에서 문화 예술 영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따르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곽 서기관은 “교육, 방송, SOC(사회간접자본) 등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계획 세워 장애인 비장애인 격차를 줄여줄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문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며 “개인 창의성, 다양성, 선택이 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예술콘텐츠를 제공하는 여러 개인 민간 업자들과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어떻게 하면 민간 활동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장애인 문화 권리를 향유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곽 서기관은 먼저 기준이 오래돼 현재 변화하는 당사자들의 수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의증진법에 대해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입법과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애인 문화예술활동에 있어서 공무원들이 현장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부족하고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요자 입장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복지부가 장애인 소통 통해 수요를 많이 읽으려는 노력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보 접근이 모든 활동에 출발이니, 이 부분에 있어 공급자 위주의 정보제공이 아닌, 당사자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소통방식으로 정보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