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제26민사부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K운수회사를 대상으로 낸 장애인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30만 원을 지급하고,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해 5월, ‘K운수회사에서 운행하는 경기도 2층 광역버스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에서 규정한 휠체어 전용공간 규격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원고 A씨가 차별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아 항소한 바 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해당 버스는 저상버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 확보의무가 없다.”며 “또 해당 버스가 국내 최초로 도입된 1단계 2층 광역버스로서 2단계 광역버스에서는 휠체어 전용공간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에게 정단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판결에서는 “해당 버스는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저상버스 또는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대당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교통약자법의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대상시설에 해당된다.”며 “법 규정에 따라 전용공간 길이 1.3m 이상, 폭 0.75m 이상을 확보하라.”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2심에서 주요 쟁점이 됐던 사항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행위의 인정 여부 ▲해당 버스가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의 이동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에 해당되는지 여부 ▲휠체어 전용공간의 길이와 폭의 기준 방향 ▲버스의 횡 방향으로 안착한 휠체어의 안정성 ▲ 통로공간을 휠체어 전용공간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 등이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해당버스는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로, 휠체어 전용공간 확보의무가 있고, 길이는 버스의 긴 면, 폭은 짧은 면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가 일반 승객과 다르게 정면이 아닌 측면을 바라보고 착석해야 하는 구조상 상당한 모멸감, 불쾌감,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안정상으로도 상대적으로 사고위험이 높다. 또한 통로는 승하차를 위한 공간으로 휠체어 사용자 전용공간과 겹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어 “버스의 휠체어 전용공간 확보는 이동편의시설 설치 대상이 되는 버스의 법적의무이자. 장애인의 정당한 법적권리의 실현.”이라며 “피고가 장애인에 대해 특별한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그동안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에 따른 구제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적극 시정조치가 이뤄진 비율이 매우 낮았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은 법원이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적극 시정조치 판결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장애인 인권보장에 기여하는 파급력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동안 장애인이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소외돼 일상에서 차별에 노출돼 왔던 것이 현실,”이라며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 차별 분위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차별금지의 의무 주체인 교통사업 등이 법의 허점을 가지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앞장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소송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재단법인 동천이 소송대리를 맡아 진행했으며 지난 9월 22일 현장검증을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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