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퇴거로 궁지에 몰린 홈리스, 시설 입소 부추기는 서울시
강제 퇴거로 궁지에 몰린 홈리스, 시설 입소 부추기는 서울시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12.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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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인권실태조사결과, ‘거리노숙인 위기상황 대응 부재’, ‘시민권 제약’, ‘공공장소에서 위법·차별 경험’
서울시, 시설 입소 제안하며 홈리스 위한 주거·일자리 지원은 ‘뒷짐’

▲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2017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서울시장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2017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서울시장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에 살고 있는 거리홈리스들이 강제퇴거조치, 복지서비스 제공 부족, 위법한 경찰 행동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노출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거리홈리스들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해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빈곤사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홈리스 행동 등 40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기획단)은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2017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서울시장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획단은 지난 2일부터 약 15일 동안 서울 강북권역 내 주요 공공역사 인근에서 생활하는 거리홈리스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 홈리스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거리홈리스가 공공장소에서 퇴거조치를 당하는 등 시민권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자의 61.1%는 지난 2년 사이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강요당한 경험이 최소 1회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68.9%는 지난 2년 사이 공공장소 운영시간 중 출입을 제지당한 경험을 겪었다. 공공장소 뿐 아니라 거리홈리스 33.3%는 지난 2년 사이 공공시설물(벤치, 정수기, 급수대, 에스컬레이터 등) 이용을 제지당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조사대상자의 46.7%는 지난 2년 사이 이용할 수 없게 된 거리노숙 잠자리가 최소 1 곳 이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잠자리 상실 이유는 ‘노숙행위 금지·제재조치(집중단속 등) 시행’(54.9%)과 ‘이용시간 제한조치(심야시간 이용금지) 시행’(29.4%)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거리노숙 잠자리 상실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81%는 ‘잠자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이후 다른 지역·장소(낯선 지역·장소)로 거리노숙 장소를 옮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기획단은 서울시의 쪽방 철거, 공공장소 내 노숙인 퇴거 조치 등은 주요 도심·역세권 중심으로 진행되는 도시개발 사업과 공공역사의 상업화 가속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홈리스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남대문, 서울역, 용산역 일대는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역세권 개발 사업에 따라 쪽방지역이 꾸준히 멸실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홈리스를 퇴거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지하통로 입구에 차단 문을 설치하는 등 야간 보행통로 폐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역사 내에 머물던 홈리스들이 역사 밖으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노숙인이 밀집해 있는 공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부터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합동으로 실시하는 공원안전 일제조사는 공원 내 거리홈리스의 존재와 무료급식소·노숙인시설의 인접여부까지 공원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공원에 거리 홈리스가 존재할 경우, 위험등급이 높아지고 순찰·감시 체계가 강화되는 등 거리홈리스가 머무를 수 있는 공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울러 공원 내 거리 홈리스를 퇴거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노숙방지용 팔걸이, 조명 개선, 투명 벽 설치 등 감시 체계는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공공장소 내 홈리스 퇴거 과정에서도 인권침해는 발생하고 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50%가 공공장소에서 빈말, 모욕, 욕설, 고성, 협박 등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가해자는 민간·용역 경비원이 46.7%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찰관 17.8%, 지하철 보안관 15.6%, 역무원이 11.1%를 차지했다.

▲ 홈리스 행동 박용수 활동가가 '거리노숙은 범죄가 아니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 홈리스 행동 박용수 활동가가 '거리노숙은 범죄가 아니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조사대상자의 74.4%가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조사대상자의 64.7%는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거리노숙인을 감시·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거리노숙인을 보호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 12.9%에 불과하다.

홈리스행동 박용수 활동가는 “서울역사 안에서 1~2시간씩 앉아 있으면 용역 경비원이 와서 쫓아낸다. 또한 서울광장은 홈리스에게만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불심검문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모든 사람도 아니고 콕 집어 홈리스만 불심검문을 자행하는 것은 우리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조직국장은 “누추하게 옷을 입고 있는 홈리스나, 술을 마시는 홈리스에게만 불심검문을 자행한다. 경찰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심문 목적도 말하지 않는다. 홈리스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 하고 싫다 하면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따라다닌다. 이것이 노숙인 권리장전을 선언한 서울시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쫓겨나는 거리홈리스, 우리는 ‘시설’ 아닌 ‘안정된 주거’와 ‘일자리’를 원한다

노숙행위 금지·이용시간 제한 등으로 거리홈리스의 노숙 장소가 감소했지만, 이에 따른 복지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거리노숙 잠자리 상실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50%는 잠자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을 당시 아무런 복지서비스도 ‘제안’ 받지 못했다.

거리노숙 잠자리를 상실했을 당시 공무원이나 서울시 노숙인 지원기관 관계자로부터 복지서비스 ‘제안’을 받은 응답자의 비율은 50%였으며, 가장 많이 제안을 받은 복지서비스 유형은 ‘시설입소’(36.1%)였고, ‘고시원·쪽방 등 방지원’(27.8%), ‘수급 상담·신청’(22.2%), ‘의료지원(병원 입원 등)’(13.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기획단은 서울시가 거리홈리스를 위한 주거지원 정책이 ‘시설입소’에 집중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획단에 따르면 서울시가 거리홈리스를 퇴거시키면서 시행한 주된 지원체계는 임시주거지원과 시설입소였다.

노숙인 등 복지법이 시행된 지난 2012년~지난해까지 노숙인 생활시설(자활·재활·요양시설) 운영비 명목으로 집행된 예산액이 전체 노숙인 복지 예산의 약 34.6%(연평균 228억 원)다. 반면 주거안정지원과 일자리 지원에 집행된 예산액은 각각 전체의 1%(평균 6억4,000만 원), 12%(평균 77억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노숙인 생활시설의 경우 입·퇴소, 거리노숙이 반복되는 ‘회전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2014년 노숙인종합시스템의 원자료 분석 결과 노숙인 시설을 이용한 홈리스 1만~1만1,000명 중 1인당 평균 2.7개소~3.6개소의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홈리스 행동 태미화 상임활동가.
▲ 홈리스 행동 태미화 상임활동가.

홈리스 행동 태미화 상임활동가는 “홈리스 퇴거에 따른 지원 정책이 결국은 시설 입소.”라며 “노숙인 재활시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은평구는 1,000명이 수용된 노숙인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인권도시를 이야기하면서 시설 입소를 부추기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일자리 제공을 위해 시행 중인 서울시 일자리 정책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의 경우 대부분 1년 이하의 단기 일자리며 낮은 급여로 인해 일을 통한 탈 노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령, 홈리스를 위한 특별자활근로는 최저 시급 1일 5시간(월 15일), 연 최대 6개월 근무를 조건으로 해 급여는 58만2,300원이다. 이 사업의 경우 주거지 진입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약 25만 원의 월세를 지출하면 생활비 외에는 탈노숙 할 수 없는 저임금 일자리다.

기획단은 “홈리스 상태는 단지 주거가 없는 상태를 넘어서, 모든 개인·사회 상황들이 가장 열악하고 위험한 상태를 의미한다.”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홈리스가 머물고 있는 서울시에서는 홈리스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도시개발과 상업화로 인한 거주지, 공공장소에서의 퇴거조치로 홈리스들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가 인권도시를 지향한다면, ‘인권’적인 홈리스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기획단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박원순 시장 면담요청서를 서울시청에 제출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12년 6월 서울시 노숙인 권리 장전을 제정해 ‘노숙인 이라는 이유로 시민으로서의 권리 행사와 공공서비스 접근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며, 누구에게나 존중받을 권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조치를 당하지 아니할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과 서울특별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는 노숙인 등의 권익 보장을 시장의 책무로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