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한뇌협 ‘인권실태 보고 및 발표회’열어… 사회에서 만연하게 일어나는 차별사례 발표와 대응 소개

▲ 21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된 ‘뇌병변장애인 인권실태 보고 및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21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된 ‘뇌병변장애인 인권실태 보고 및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는 뇌병변장애가 중증과 중복이 많아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사회환경 영향에 제한·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뇌협은 21일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뇌병변장애인 인권실태 보고 및 발표회’를 열고 실태조사 당시 접수된 사례와 이에 대한 대응을 소개했다.

한뇌협은 지난 1월1일~10월 31일까지 중앙, 강원, 경기, 경북, 대구, 부산, 인천 등 전국 7개 도시의 뇌병변장애인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는 전국 7개 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에서 접수된 사례로 조사했고, 총 사례 수는 372건이다.

이날 진행된 인권실태 보고·발표회에는 전국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먼저 중앙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의 상담사례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대기업의 강제 판매와 기만행위, 음성도서관의 뇌병변장애인 회원가입 거부 등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대기업의 강제 판매와 기만행위

당사자인 A 씨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길거리 경품 추천 행사에 응모했고, 행사 당시 대기업은 개인정보를 기재하도록 했다.

행사 뒤 3등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경품을 받기위해 판매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A 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부 시술을 진행했으며 기초화장품을 가지고 와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한 후 8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했다.

이 당시 카드한도로 인해 결제가 이뤄지지 않자 일정기간을 거쳐 수차례 A 씨 명의의 카드로 전체금액을 결제했고, 결제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자 현장에서 카드를 발급받게 했다.

A 씨의 어머니가 사건에 대해 알게 된 뒤 해당 회사에 방문했으나 회사는 “성인인 A 씨가 동의하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 해당 회사는 개봉하지 않은 상품 600만 원을 환불 처리했으나, 환불과정에서 A 씨에게 ‘앞으로 이의제기 등의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하게 하는 등 기만행위를 저질렀다.

이러한 사례를 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 문의, 자문변호사와 협회 내 활동가, A 씨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음성도서관의 뇌병변장애인 회원가입 거부

당사자 B씨는 독서활동이 취미지만, 혼자 책장을 넘기는 행동 등을 할 수 없어 음성도서관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당시 이용했던 음성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읽어 다른 음성도서관 회원가입을 하기위해 신청절차를 진행했지만 거부당했다.

회원가입을 거부한 음성도서관은 거부이유로 ‘도서관 지침 상 회원가입이 가능한 장애유형은 시각장애 1~6급, 지체장애 1~3급, 지적장애1~3급이다’고 답변했다.

중앙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는 사례를 접하고 해당 도서관 가입약관 또는 운영규정의 제정 날짜를 확인했다.

당시 중앙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는 ‘2000년 이전에 제정된 것이라면 지체장애 유형에 뇌병변장애가 포함되지 않아 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정식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공문 발신이 이뤄진 뒤, 해당 도서관 운영팀장과 통화를 통해 ‘지체장애 유형에서 뇌병변장애가 따로 분리됐기 때문에 뇌병변장애인도 회원가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해당 도서관 홈페이지에 이를 공지했다.

부산뇌병병장애인인권센터는 선거철마다 문제가 되는 투표 사례가 접수됐다.

언어장애와 뇌병변장애 1급인 당사자 C 씨는  의사소통보조기기를 사용하며, 보조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의 이야기에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한다.

지난 5월 9일 대통령선거 투표를 위해 부산의 한 투표소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였으며, ‘인지능력 저하’로 오해받아 담당직원이 ‘C 씨의 표를 무효표로 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시 함께했던 활동보조인은 C 씨가 ‘본인 의사로 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고, 활동보조인이 ‘기표 전까지만 도와주겠다’했으나 투표소 담당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할 수 없이 활동보조인은  C 씨를 혼자 투표하게 했다.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다시 들어가 보니 공개적인 장소에서 참관인을 모아놓고 C 씨에게 손가락을 들며 몇 개냐고 물어보는 행위를 했고, “생각도, 의사표현도 할 수 없고 인지가 되지 않는 사람이니 무효표로 하자.”는 발언 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활동보조인은  “C 씨는 한글도 알고, 숫자도 알고 있다. 기표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기만 하고 나오겠다.”고 말하고 기표소에서 투표 도장을 끼워주고 나왔다고 전했다.

C 씨는 본인인 원하는 후보에게 기표를 하고 나왔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아 고발이 가능한 지 부산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에 문의했다.

부산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는 C 씨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했고, 부산 해당지역 선관위로부터 받은 서류 결과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 하지만 법을 위반한 사항은 없었다’고 답변을 받았다.

경북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에 접수된 문의는 수영장, 볼링장 등 편의시설에서 이용에 거부당한 사례다.

수영장 이용 거부

당사자 D 씨는 재활을 목적으로 다른 당사자 10명과 함께 보호자(인솔자) 2명을 동행해 수영장을 이용하려 했지만,  수영장 측에서는 ‘보호자가 일대일로 있어야 하며, 보호자가 없는 장애인은 출입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 당했다.

당시 D 씨를 포함한 다른 당사자들도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고, 그 뒤 다시 해당 수영장을 방문했으나 같은 답변으로 입장과 이용에 거부 당했다.

이에 D 씨는 경북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에 문의, 장애인체육회 국장과 동행해 해당 수영장 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내용으로 ‘수영장 이용 시 보호자를 일대일로 동행해야 한다는 법, 규칙, 지자체 조례, 시서관리공단 방침 등이 적힌 문서’를 요청했으나, 해당 수영장 담당자는 ‘그런 규정은 없다’고 답변했다.

또 두 차례에 걸쳐 장애인이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한 이유를 요구했으나 해당 수영장 담당자는 ‘안전의 위험과 불안한 마음에 그런 처리를 내린 것이다. 규정에 따른 것은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

D 씨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5조 체육활동의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정식으로 항의하겠다.” 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해당 수영장 담당자는 ‘앞으로 주의 하겠다’며 D 씨를 포함해 당시 수영장 이용을 못한 다른 당사자들에게 사과함으로 상황이 종료됐다.

볼링장 이용 거부

당사자 E 씨는 휠체어 이용자이며, 재활을 위해 볼링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당시 E 씨는 선수활동을 위해 코치와 함께였지만, 해당 볼링장 측은 ‘볼링장 자체코치가 아닌 외부코치는 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 씨는 “선수로서의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외부코치가 재능기부로 도와주는 것이다. 돈을 주고 코치를 고용할 수 없다.”고 말함에도 거부당했다.

이 후 E 씨는 경북뇌병변장애인인권센터에 문의, E 씨와 해당 볼링장을 방문해 이용 거부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해당한다고 안내했다.

해당 볼링장 본부장과 면담을 가졌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되는 행위에 사과한다. 당시 관계자의 행동에 대해 시정조치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회에서 만연한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차별’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권지원팀 김지희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연대사업팀 김지희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뇌협 연대사업팀 김지희 팀장은 “상담한 사례들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뇌병변장애인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 팀장은 “항상 선거 때마다 장애인 투표와 관련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신경 써 달라’고 하지만 아직도 이런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혹여 발생한다면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해 동안 상담을 통해 뇌병변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완전한 참여를 할 수 있게 환경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다른 단체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약간 늦고 부족해 보이지만 지난 1년 동안 뇌병변장애인 인권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장애인통계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뇌병변장애인은 26만 1,746명으로 한뇌협은 이들의 보육, 학령기, 전환기, 성인기 등 사회활동 전반에 발생하는 문제에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뇌병변장애인 상담과 조사 등 사례관리, 인권침해와 예방, 인권교육과 권리옹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내 차별해소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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