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낮은 정보 접근성, 인증제도는 '있으나 마나'
여전히 낮은 정보 접근성, 인증제도는 '있으나 마나'
  • 강지향 기자
  • 승인 2017.12.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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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부처아닌 여러 부처에서 정보 접근성 업무 관할,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필요성 부각
▲ 2017 정보접근권 토론회 단체 사진
…… ▲ 2017 정보접근권 토론회 단체 사진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인정하는 품질 인증 제도에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가 하면 관련한 정책과 실태조사도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더불어민주당 오제세·변재일 의원과 함께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정보 접근성 미흡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시련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는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웹 접근성을 평가를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웹사이트 접근성 점수가 대부분 50점대를 웃돌았다. 정보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시각장애인의 전체 진정 사건 2,294건 중 절반가량인 1,036건이 정보 접근과 의사소통에 관한 진정이다. 다른 장애유형의 정보 접근 진정 건수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인권위 <장애유형별 차별영역 진정사건 접수 현황> 2008.4.11.~2016.12.31.

사건유형

총합계

지체

시각

뇌병변

청각

발달

언어

정신

기타

소계

10,320

3,403

2,294

741

1,137

1,290

73

406

976

정보접근·의사소통

1.560

37

1.036

17

329

26

6

2

107

 

너무 많은 시행처 ,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업무

성신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노석준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낮은 정보 접근성의 원인으로 ▲접근성 정책 등의 적용 범위 제한 ▲총괄부서와 민관협력체제 부재 ▲정보 접근성 관련 체계·실증적 연구와 평가 미흡 ▲신뢰성 낮은 웹 접근성 실태조사 ▲부실한 웹 접근성 품질마크 인증제도 관리 등을 꼽았다.

노 교수에 의하면 현행 정부 정책이나 표준, 지침 등은 웹 접근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접근성은 웹뿐만 아니라 모바일,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는데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는 다양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웹 접근성에서 정보사용성까지 편의 제공 내용 이 확장돼야 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ICT(Information and Coummunication Technology)란,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과 통신 기술(Communication Technology, CT)의 합성어다. 정보기기의 하드웨어와 이들 기기의 운영 ·정보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 이들 기술을 이용한 정보 수집, 생산, 가공, 보존, 전달,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말한다.

접근성 정책 총괄 부서와 민관의 협력체제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보 접근권 보장의 법적 근거가 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주무부처고, 공공기관의 웹 접근성 확보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민간기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주 부처다. 아울러 정보 접근성 관련 장애인의 차별을 시정하는 기구는 인권위가 맡는다.

노 교수는 “정보 접근권 보장 관련 부서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 부처 간 협력이 잘 이뤄지면 문제가 없지만, 현재는 부처 간 적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공공기관-평가·인증기관-전문가-민간기관 등 접근성 관련 이해당사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체제의 부재로 효과성·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기관 간 협력이 구축됐으면 한다. 협력·논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접근성 관련 이해당사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 여러 부서로 나뉜 정보 접근권 업무를 하나의 부서에서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 전문성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실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실태조사와 부실한 인증 제도

행안부와 과기부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웹 접근성 실태조사도 조사 과정에서 사용자(당사자) 평가가 배제돼 조사의 신뢰성이 낮을 뿐 아니라, 장애인의 웹 접근성 체감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시련 웹접근성평가센터는 지난해 전문가 평가와 사용자 평가를 병행해 정보 접근권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전문가 평가 점수와 사용자 평가 점수 차이가 평균 16.8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많이 차이가 났던 부분은 싱가*항공 사이트에 대한 평가로, 36.5점이나 차이가 났다. 정보 접근성에 대한 사용자와 전문가의 체감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시련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2016년 실태조사 결과(웹 사이트)>

사이트명

전문가 점수(A)

사용자 점수(B)

점수차(A-B)

종합점수

BB*치킨

58.7

43.3

14.8

50.7

싱가*항공

66.2

29.7

36.5

48.0

에*아시아

66.8

41.3

25.5

54.1

옥*

78.0

52.7

25.3

65.4

인*파크

61.2

41.6

19.6

51.4

홈*러스

60.1

33.6

26.5

46.9

서울신*호텔

81.9

55.5

26.4

68.7

YB*인강

53.1

33.6

19.5

43.4

 

이에 노 교수는 정보 접근성 관련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과 실태조사의 안정된 실행을 위한 정책, 체계화 된 평가·인증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문인력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실태조사에 있어 항상 한계에 봉착한다.”며 “한시련 등 민간차원의 노력이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다른 노력도 필요하다. 안정된 실태조사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태조사 뿐만 아니라 웹 접근성을 ‘우수’하다고 인증하는 품질마크인증제도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지난 2014년부터 국가 공인 웹 접근성 품질인증기관으로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웹와치, 한시련(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총 3개 기관이 인증제도를 맡고 있다. 인증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기관은 ‘컨설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 교수에 의하면 인증기관 중 일부가 인증대상 기관의 컨설팅을 겸하고 있다. 평가·인증기관은 일단 선정되고 나면 추후 공신력 확보와 질적 제고를 위한 적절한 평가, 제재방안이 거의 없다 보니, 체계화 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증명하듯 인증 심사 합격률은 기존 40%대에서 95%로 급상승 했다.

노 교수는 “부실심사 가능성이 높음에도 주무부처의 체계화 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들에 대한 주기적 평가와 평가결과에 따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평가·인증기관 종사자에게 일정 주기, 일정 시간 이상 웹 접근성 지침이나 표준 등에 대한 재교육·연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 “지적에 따른 조사연구와 방안 마련할 것”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향후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확보를 위한 계획을 설명했다.

먼저 과기부 정보활용지원팀 김정태 과장은 “(시각장애인 정보 접근성이 현저히 낮은 실태에 대해) 솔직하게 부끄럽다. 열심히 하지만 늘 부족한 부분이 발견 된다.”며 “지적된 인증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증기관 실사결과와 운영현황, 관련 전문가 의견을 종합·분석해 표준 운영 지침 개선사항을 도출하고 적용하겠다. 아울러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표준심사 지침 개정 연구반 운영을 통해 웹 접근성 품질인증 심사 기준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키오스크(그래픽. 통신카드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한 음성서비스) 등 정보접근성 범위 확대·강화에 대비해 관련 인증제도 도입에 필요한 조사연구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 제공, 권리 구제 등에 관한 업무를 다루는 복지부는 최근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통해 정보 접근성 현황 등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이를 토대로 논의를 구체화 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시행행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차별 실태나 정당한 편의제공 현황 등에 관한 실태조사 시행에 관한 별도의 조항이 없다.

이에 지난달 28일 오제세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와 권리구제를 위해 각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애인차별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곽은교 서기관은 “실태조사를 통해 정보 접근성 등 편의제공에 대한 현황을 살피고, 관련 부처와 민간기관 등 협력을 통해 정책을 마련하겠다. 또한 현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식 교육을 민간부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복지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