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한사협, 차별요소 담은 정신질환자 결격 사유 조항 없애야
복지부 “법 개정 과정서 의견조회했으나 이견낸 단체·의원 없어” 주장

▲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2.  ⓒ국가법령정보센터
▲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2. ⓒ국가법령정보센터

정신질환자는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다는 법 개정안을 두고 때 아닌 책임공방이 불거졌다.

국회는 지난해 9월 28일 본회의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 개정안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신질환자를 사회복지사 자격의 결격자로 규정한 것. 이 법안은 오는 4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관련단체 등은 ‘정신질환자를 차별하는 조항’이라는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 조항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실 측은 “다른 법안에도 있는 조항으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추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승조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 이 조항은 보건복지부의 연구보고서를 참고한 것이며, 이 법을 발의할 당시 다른 의원들도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과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정신장애인)관련단체가 (정신질환자 사회복지사 자격제한)이런 제약이 인권침해이며, 잘못한 조항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는걸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조항이 차별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사회복지사업법을 비롯한 다른 법안에 대해 ‘정신질환자 조항’을 조금 다르게 개정해 차별적 요소를 없앨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 사회복지사 자격제한’개정안, 한사협으로 ‘불똥’

정신질환자 사회복지사 자격제한을 담고 있는 법안이 통과되자 불똥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발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이하 한사협)에까지 튀었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양승조 의원과 사회복지사업법과 관련한 토론회를 진행할 당시에도 토론 참가자는 (정신질환자 사회복지사 자격제한)조항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나 그대로 발의됐다.”며 “이 조항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면 개정 법률안에 넣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이런 (차별적)법률이 없어지는 추세인데, 오히려 국내에서는 이 조항을 넣고 있다.”며 “이제까지 사회복지사 정신질환자 자격제한이 없었지만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반문했다.

권 사무총장은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한 폐단과 심각성을 무시한 채 법안을 만들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회가 좀더 책임을 갖고 이런 차별적인 성격을 갖는 조항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관리하는 한사협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결격사유에 정신질환자가 포함된 것을) 시정을 하려는 노력과 요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사협 측의 요청으로 정신질환자 사회복지사 자격제한 조항이 삽입된 것처럼 비쳐지자 한사협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사협 박진제 본부장은 “(사회복지사)자격증 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지만 (한사협이) 결격사유 관련 조항에 대해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한사협은 사회복지사 자격 3급 폐지, 2급 시험제도 도입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을 뿐, 결격사유와 관련해서 의논한 것이 없다.”며 “지난해 12월 20일 양승조 의원과 윤소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 조항과 관련해 삭제해야 한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미 관련단체와 연대해 반대입장을 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한사협이) 자격제도 강화를 위해 결격사유를 추가했다고 보도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결격사유를 조항에 넣는다고 해서 한사협이 얻는 이득은 없다. 오히려 결격사유 조항으로 인해 진단서에 명시된 사람은 의사소견서를 받아야하고, 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사협) 업무가 더 늘어난다.”며 “자격 취득 여부를 다른 전문 직종인 의사가 판단해야 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데 이를 한사협이 주도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일축했다.

박 본부장은 “한사협은 내부 방침을 통해 (정신질환자 사회복지사 자격제한과 관련한)법 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단체 등과 소통과 연대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련단체서 반대 의견 나온 것 없어… 시행 문제없다면 그대로 시행 예정

보건복지부 역시 ‘자신들이 요청한 것이 아니’라며 한발 뺐다.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사업법 담당 사무관은 “의원발의를 통해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따로 무엇을 한게 없다.”며 “당시 관련단체와 관련부서에 의견조회를 요청했으나, 의견 들어온 게 없어서 그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 사무관은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위한 과정에서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절차대로 개정된 것.”이라며 “개정안이 확정된 후 관련단체 등에서 전화를 받았으나, 이 개정안은 우리가 진행한 게 아니라 의원을 통해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회복지사업법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 결격사유 조항을 담은 유사 입법례가 많기 때문에 당시 크게 논의되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그 뒤의 단서조항에 따르면 전문가의 의견을 받았을 때 충분히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으면 사회복지사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자격을 제한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담당 사무관은 “현재 시행령, 시행규칙 등의 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나 ‘정신질환자 결격사유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며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 오는 4월에 예정대로 시행하게 된다.”고 밝혀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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