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 진행

▲ 한국고용공단 서울지사에 마련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
▲ 한국고용공단 서울지사에 마련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지원해야한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인천해바라기장애인거주시설이용인의문사진상규명대책위, 장애해방열사단 등 장애계 인권단체는 지난 26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원주귀래사랑의집 희생자 고 장성아, 장성희, 이광동, 인천해바라기시설 고 나범호 씨 등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012년 한 방송에 의해 밝혀진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은 시설을 운영한 A 씨는 21명의 장애인을 입양한 것처럼 등록해 장애수당을 받았으며, 수 억 원의 후원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거주인인 고 이광동, 장성희 씨는 죽어서도 사망신고나 장례식도 치루지 못한 채 병원 영안실에서 10년 이상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해바라기 시설의 경우 거주인 고 이 모씨가 온 몸에 피멍이 든 채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지만, 한 달 만에 사망하면서 드러난 사건으로 해당 시설의 CCTV확인 결과 거주인에 대한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같은 해 10월 15일에는 고 나범호 씨가 생활교사의 폭력적 제압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정책 마련해야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인천해바라기장애인거주시설이용인의문사진상규명대책위 장종인 집행위원장은 “인천해바라기 사건이 밝혀진 지 3년이 됐다. 하지만 해바라기 시설은 아직도 폐쇄하지 않고 있다.”며 “가해 교사는 낮은 형량을 받았음에도 그마저도 억울했는지 항소했다. 항소심은 기각됐지만,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지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고, 이런 비극과 희생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장 집행위원장은 “결국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분리해 시설이라는 곳에 격리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국내의 제도, 이것이 결국 이런 희생자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추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거주인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을 충분히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재환 활동가가 추모 발언을 하고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재환 활동가가 추모 발언을 하고있다.

이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재환 활동가는 “원주귀래사랑의집의 거주인들은 모두 친부모가 있었지만 시설 운영자인 A 씨는 자신의 호적에 거주인을 올려 장애수당을 받고, 후원금과 보조금을 횡령했다.”며 “거주인에 대한 감금, 학대, 유기, 심지어 죽어서도 병원 냉동실에 방치했다. 특히 고 장성아 씨는 직장암 말기로 치료시기를 놓쳐 시설에서 나온 지 1년도 안 돼 사망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에게 3년 6개월이라는 낮은 형량을 선고했고, 작년 만기 출소했다. A 씨는 변호인을 통해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도저히 용납 못할 아버지 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며 “사람이 사람을 이용해 자기 배를 불리는 것, 사람의 존엄성과 인권을 무시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 죽어서도 자신의 이름 하나 찾지 못하는 것. 이런 것이 범죄가 아니면 무엇이 엄청난 범죄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활동가는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 통계연구를 보면 2006년~2015년 까지 장애인거주시설은 288개에서 1,487개로 늘어났다. 입소자 수도 1,696명에서 3,162명으로 늘어났다. 이 연구에서 눈여겨 볼 것은 퇴소자 현황 가운데 사망자 현황.”이라며 “본인이 원해서 퇴소한 것이 아닌 사망해서 퇴소하게 된 거주인이 10년 동안 매년 평균 23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가 더 이상 장애인거주시설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개인의 이름으로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탈시설과 자립생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추모 발언 뒤 추모제에 참석자들은 마련된 영정사진 앞에 헌화하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 26일 진행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헌화하고 있다.
▲ 26일 진행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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