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수어통역은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수어통역은 없었다'
  • 하세인 기자
  • 승인 2018.02.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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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화면해설·자막 일부 제공… 시·청각장애 있는 시청자는 배제돼
▲ 지난 25일 진행한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중계방송에서 공중파 방송 3사가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각 방송사 올림픽 폐회식 중계방송 갈무리
▲ 지난 25일 진행한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중계방송에서 공중파 방송 3사가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각 방송사 올림픽 폐회식 중계방송 갈무리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 25일 막을 내렸다. ‘하나 된 열정!’이라는 표어를 내걸었던 만큼 이번 올림픽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회였을까.

2018평창동계올림픽 중계를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은 함께 응원하며 다양한 반응을 공유했으나, 시·청각장애가 있는 시청자는 이번에도 대회를 즐길 수 없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9일 개회식 중계에서부터 수어통역 미흡·미제공으로 지적과 질타를 받았다.

장애계단체는 ‘시·청각장애인의 시청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2일 KBS, MBC, SBS 등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요청했고, 23일에는 인권위가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을 지원하라고 의견을 표명한바 있다.

이에 폐회식에서는 수어통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폐회식 역시 일부 수어통역만 있었을 뿐 모든 중계에 수어통역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에는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제작물 또는 서비스의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폐쇄자막, 한국수어 통역, 화면해설 등장애인 시청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는 장애인 방송 편성 간 비율을 화면 해설 10%, 수어 통역 5%, 폐쇄 자막 100%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방송사는 규정한 비율만 지키면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의 시청권은 완전하게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김철환 활동가는 “한 방송사는 국제올림픽위원회 토마스 바흐 위원장 폐회사 때 한글자막만 제공했을 뿐 외국어 통역 음성은 지원하지 않았다. 이것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며 “또 다른 방송사도 한글자막만 제공해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이해도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국제올림픽위원회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폐회사에서 모든 방송사가 수어통역을 했지만, SBS와 KBS는 자막을 제공하지 않고, 한국어 음성을 제공했다. MBC는 한국어 음성을 제공하지 않고, 자막만을 제공했다.  ⓒ각 방송사 올림픽 폐회식 중계방송 갈무리
▲ 국제올림픽위원회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폐회사에서 모든 방송사가 수어통역을 했지만, SBS와 KBS는 자막을 제공하지 않고, 한국어 음성을 제공했다. MBC는 한국어 음성을 제공하지 않고, 자막만을 제공했다. ⓒ각 방송사 올림픽 폐회식 중계방송 갈무리

“방송사, ‘면피성’으로 최소 제공만 한 것”

김철환 활동가는 ‘사회에서 작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굉장히 큰 문제다. 장애인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활동가는 방통위의 요청과 인권위의 의견 표명으로 폐회식 중계에서의 한글자막·수어통역은 개회식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그마저도 면피성으로 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수어통역사 박미애 씨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중계방송은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이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즐길 권리가 있다. 그러나 방송사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 요청을 받았음에도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제공만 했다.”며 “방송사나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답이 극명하게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어통역사는 비단 방송사만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라며 “국제행사 시 정부는 방송사에 장애인을 위해 편의제공을 지원하라고 요청해야 했음에도 요청하지 않았던 것은 근무태만에 해당한다. 공영방송인 KBS가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 개정 필요

장애인복지법 제22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적인 행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수어통역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및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가 삽입된 자료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철환 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는 편의제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법에 국제행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입법 개정을 청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미애 수어통역사는 “장애인방송 제공의무 편성 비율에 의한 편의 제공마저 많은 사람이 시청하지 않는 시간에 이뤄지고 있다. 또 시·청각장애인이 아닌 다른 시청자의 시청권을 방해한다며 비율을 축소하려고 한 적도 있다.”고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같이 했다.

이어 “앞으로 편의 제공을 요청하지 않아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도, 국가·방송사·사회가 당연하게 제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은 “폐막식 중계와 관련해 방송사에 의견을 표명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에 안타깝다.”며 “앞으로 패럴림픽에 대한 부분은 꾸준히 관리·감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