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꾼 박항승·고등학생 막내 박수혁·스피드광 김윤호·강태공 최석민 까지…국가대표 스노보드팀이 보여준 평창의 도전

▲ 스노보드를 마친 (왼쪽부터)박수혁 김윤호 최석민 박항승 선수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스노보드를 마친 (왼쪽부터)박수혁 김윤호 최석민 박항승 선수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선을 보인 스노보드.

여기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네 명의 선수가 있다. 박항승(31)·박수혁(18)·김윤호(35)·최석민(49) 선수, 이들은 나이도 경력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스노보드가 좋아 모였고, 태극문양을 달고 평창 무대에 나섰다.

16일 스노보드 마지막 경기장에서 만난 이들은 성적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국가대표로 지낸 시간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우리 대표팀은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롬 SB-UL에서 박항승 선수는 12위, 박수혁 선수는 22위를 기록했다. 뱅크드 슬라롬 SB-LL2에 출전한 최석민 선수는 18위를 기록했고, 김윤호 선수는 부상으로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0월 경. 평창 대회를 앞두고 신인선수 발굴을 시작한지 2년 반여 만에 평창에서 패럴림픽 신고식을 마쳤다.

결혼식도 스노보드와 함께한 사랑꾼 박항승 “슬로프에 모든 것 털어내고 후련하다”

박항승 선수는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된 유명한 ‘사랑꾼’이다. 아내 권주리 씨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즐기기 시작해 결혼식도 스키장에서 올렸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특수학교 교사도 그만두고 2014년부터 스노보드에 전념했다. 무엇보다 균형감각이 중요한 스노보드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에 장애가 있는 그에게 쉬운 도전은 아이었다. 피고름이 짜내며 훈련을 한 끝에 평창에서 꿈을 이뤘다.

대회를 마친 박항승 선수는 “마지막 까지 원 없이 타고 내려와 후련하다.”며 “부담도 욕심도 있었는데 슬로프에 모두 털어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냈다.”며 “막연할 줄 알았던 꿈을 향해 같이 고생하고 훈련해 준 동료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 박항승 선수(오른쪽)과 아내 권주리 씨.
▲ 박항승 선수(오른쪽)과 아내 권주리 씨.

특히 그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경기 뿐 아니라 권주리 씨의 열띤 응원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항승 선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 던 것은 아내와 가족들의 힘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대회를 준비하며 ‘평창까지만’이라고 했던 아내와의 약속에 대해 “앞으로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하지만, 우선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주리 씨는 “남편이 국가대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고생한 남편을 위해 대회의 메달은 아니지만 내가 메달을 걸어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박항승 선수의 얼굴을 그려 넣어 직접 만든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국가대표 박수혁 “베이징에 가게 된다면 그땐 ‘꼭’ 메달”

평창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 중 막내인 박수혁 선수 역시 차분하게 경기를 마무리 했다.

대회를 앞두고 IPC가 뽑은 차세대 스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박수혁 선수.

선수가 된 이후 최고의 순간을 ‘처음 점프에 성공했을 때’로 꼽는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하지만 스노보드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으로 이겨냈다.

이해력이 빨라 균형감과 자세가 일취월장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IPC가 뽑은 10대 라이징 스타 두 명 중 한 명이다.

박수혁 선수는 “패럴림픽을 다치지 않고 마무리 한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며 “일단 평창을 앞두고 평창만 바라봤다. 4년 뒤 대회는 스노보드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갈 수 있게 된다면 그땐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만난 데 대해 “스노보드를 타는 자세도 배웠고, 상위권선수들이 코스를 내려가는 방법도 배워나갈 것.”이라고 계획했다.

부상으로 놓친 경기에 눈물… “패럴림픽 무대에서 마음 껏 보여주고 싶었는데”

▲ 슬로프를 아쉬운 듯 바라보는 김윤호 선수.
▲ 슬로프를 아쉬운 듯 바라보는 김윤호 선수.

김윤호 선수는 마무리 하지 못한 16일 경기가 못내 아쉽다.

이번 대회 두 종목에 출전했던 그는 스노보드 크로스에서는 16강 까지 진출했었지만, 뱅크드 슬라롬에서는 부상이 심해져 포기를 선언했다.

점프를 하는 과정에서 의족 부분에 충격이 가해졌다. 충격으로 지방이 놓았고 핏줄이 퍼져 경기에 앞서 20cc를 빼내는 고통도 이겨냈다. 대회를 마무리 하고 싶은 의지였지만, 뱅크드 슬라롬 첫 번째 시기 이후 다시 출발선으로 오르지 못했다.

김윤호 선수는 “크로스 종목에서 부상이 생겼었다. 아침에 주사까지 맞았는데, 고통이 심해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어 지금까지 보여주고 즐기는 대회를 하고 싶었는데…”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속도를 즐기는 일명 ‘스피드 광’이었다. 오토바이 사고로 방황하다 재활로 운동을 시작해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었다. 그러다 스노보드 선수를 모집한다는 이야기에 지원했고, 2015년부터 팀에 합류했다.

김윤호 선수는 “선수로 계속 만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기대해 달라.”며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발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최석민 “평창에서의 레이스는 내 인생 2막의 시작”

최석민 선수는 이번 대회를 ‘인생 2막의 시작’이라고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 최석민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미소를 보이고 있다.
▲ 최석민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미소를 보이고 있다.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 도전했고 후회는 없다.”며 “좀 더 의미있는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의미였고, 패럴림픽은 끝났지만 나는 출발선에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석민 선수의 나이는 49세다. 늦깍이 국가대표가 된 그의 전직은 ‘낚시왕’. 15년간 배스낚시 프로로 활동하며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

그러다 만난 스노보드는 그에게 짜릿함을 선물했다. 개인코치와 훈련을 하고 사비로 국제대회에 나가며 열정을 쏟아낸 결과, 태극문양을 달았다.

‘언제나 내 인생의 화두는 행복이었다’는 최석민 선수는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스노보드도 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대표로의 삶은 멋진 경험이었다.”며 “내 한계점을 확인했고,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였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스노보드 선수가 된 것은 내 인생에 첫 번째는 아니지만 두 번째 쯤 잘한 선택.”이라고 덧붙이는 한편, 선수로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은 선수로의 계획은 없다. 내가 전문인 낚시로 돌아가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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