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참정권, 국가가 반드시 보장해야
장애인 참정권, 국가가 반드시 보장해야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8.03.22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장애인 참정권 보장 정책토론회 개최

“장애인거주시설에 살았을 때 걸을 수 있는 사람만 투표하러 가라고 했다. 시설 선생님이 투표소에 같이 들어와서 시설 선생님이 찍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찍어야만 했습니다. 따로 찍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선생님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났다.”

대구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남성 최 모 씨 사례

누구에게나 축제가 돼야 할 지방선거가 장애인당사자에게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여러 명의 후보자가 나와 토론회를 하더라도 수화통역은 한명이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청각장애). 후보자들의 공약내용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고 부모나 시설 종사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특정인을 찍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발달장애). 또 점자공보물의 내용이 충분치 않아서 선거 관련 정보를 정확히 얻기 어렵다(시각장애).

장애인 참정권 보장 정책토론회에 함효숙, 김정훈씨가 나와 청각, 발달장애당사자로서 겪은 참정권 경험을 이야기했으며, 김희선씨가 시설거주인의 참정권 침해에 대한 경험담을 발표했다 @전진호 기자

이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국회의원 윤소하, 진선미, 김부겸 의원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장애인 참정권 보장 정책토론회’를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참정권의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선거권은 일정한 연령의 국민이면 누구나 공평하게 한 표를 갖게 되는 매우 평등한 권리임에도 편의제공을 받을 수 없는 장애인에게는 한 장의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모든 투표소는 1층에 설치하거나, 1층 이상 배치시 반드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야 하며, 경사로와 점자유도블럭,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안내판 등이 설치돼야 한다.”며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선거공보물과 선거안내책자가 제공돼야 하며,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는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정보접근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각장애인을 위해 각종 선거관련 방송과 후보자의 홍보관련 영상 등에는 수어와 자막이 동시에 제공돼야 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해 최대한 동일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점자, 음성 등의 자료를 제공하고, 후보자가 제공하는 모든 묵자자료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점자자료와 음성자료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장애인거주시설과 치매 노인 시설 등에서의 거소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 활동가는 “지난 2000년도, 대전의 한 거주시설에서 거주인들 대신 시설장이 대리로 투표를 한 일이 드러났다. 어렵사리 거주인들을 만나 증언을 채록하기도 했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없었고, 뚜렷한 물증을 잡을 수 없어서 선관위에 고발하는 선에서 유야무야 된 사건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치매 노인이 계신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는데, 시설장 등은 ‘선한 의지에서 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변한게 없어서 참담하다.”며 “몸이 불편한 유권자에게 ‘거소투표’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보이지만, 실은 ‘배제’를 정당화 하는 제도다. 거주시설이나 요양원 등에서 행해지는 ‘거소투표’는 거주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없어질 수 있는 제도다. 법에 의해 선관위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지역사회 장애계단체 등과 협력해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해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선거권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으나, 명칭만 다를 뿐 거주시설과 다를 바 없다.”며 “정신의료기관(병원)에 대해서도 거주시설과 동등한 수준의 선거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염 변호사는 “선관위에서 발송하는 거소투표소 설치신고와 거소투표를 대상자들에게 안내할 것을 권유하는 공문은 입원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선관위의 감독과 위반에 따른 제재도 없다.”며 “정신의료기관의 거소투표에 대한 안내의무 불이행에 대한 벌칙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제38조 제4항에서 규정한 것처럼 ‘병원 또는 요양소에 장기 기거하는 자로서 거동할 수 없는 자’와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일반 투표소에서의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시설이나 거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이동투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동춘 사무관은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노력, 의지도 갖고 있다. 다만 실행과정에서의 문제점 때문에 빨리 못하는 것 뿐이다. 점차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오늘 논의된 제도개선에 대한 부분은 적극 개정토록 노력할 것이며,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넣겠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이번 선거를 위해 ▲모든 (사전)투표소에 투표 절차 등을 그립과 확대문자를 이용해 설명하고 양방향 소통 가능토록 투표가이드북 제작 ▲영상에 나레이션 자막과 수화화면을 삽입한 플래시애니메이션 영상 제작 ▲투표안내 수화영상 제공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활용한 음성 투표안내서비스 실시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