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강제 노역, 강제 결혼 등 인권유린 벌어진 서산 개척단 사건
피해자모임 “국가가 자행한 인권침해, 진실규명과 진상조사 하라” 촉구

서산 개척단에서는 사람들이 배고파 죽고, 맞아 죽고…당시 저희에겐 인권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없었고, 누구에게 소리 한 번 낼 수도 없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라도 국가에 항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우리보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이 앞장 서 우리들 좀 살게 해 주세요.

서산개척단 피해자모임 정영철 위원장

▲ 22일 국회 앞에서 서산개척단 피해자모임은 진실규명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22일 국회 앞에서 서산개척단 피해자모임은 진실규명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산 대한청소년개척단(이하 서산개척단)사건의 대한 진실 규명과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산개척단은 지난 1961년 박정희 정권 당시 ‘사회 명랑화 사업’으로 부랑인 선도 명목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을 데려와 강제노역·폭행 등의 인권유린 사건이다.

서산개척단 피해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당시 1700여 명이 강제 납치, 수용된 뒤에는 폐염전을 개간해 농지를 만들고 강제 노역, 폭행으로 인한 사망, 성폭행 등을 비롯해 강제 결혼 등 인권 침해가 벌어졌다.

특히 당시 ‘1인당 3,000평을 주겠다’는 약속에 이들은 80만 평이라는 폐염전을 농지로 일궜지만, 국가는 ‘가분배’라는 이름으로 20년 상환조건을 내세우며 335세대에게 3,000평을 나눠줬다는 것.

이들은 “우리가 만든 땅인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가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뚜렷한 해결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산개척단 피해자모임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정부가 저질렀던 ‘부랑인 강제 납치, 수용’에 대해 국가가 나서 진실규명 하라.”고 촉구했다.

귀가 조치됐다던 ‘아버지’, 감독관 폭행에 의해 사망… 자유를 원했을 뿐

▲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산개척단 피해당사자인 송순표 씨가 발언하고 있다.
▲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산개척단 피해당사자인 송순표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피해당사자 송순표 씨는 “서산 개척단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라고 밝혔다.

송 씨는 당시 9살의 나이로 아버지와 함께 서산개척단에 들어갔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 사는 삼촌 댁에 방문하기 위해 대전역을 갔다가 서산개척단에 끌려갔다. 버스에서 내리니 ‘무조건 말 잘 들어라’며 크게 호령하며 겁을 줬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어느 날 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감독관이 곡괭이 자루로 아버지를 폭행했다. 당시 아버지가 맞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건장하던 아버지가 쓰러지며, 들 것에 실려 나갔다.”며 “다음날 학교에 다녀와 아버지의 행방을 물으니 감독관이 ‘너희 아버지는 일을 할 수 없어 귀가 조치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송순표 씨는 “당시에는 너무 어려 그런 줄만 알았지만, 그 날 아버지가 폭행으로 돌아가셨다는 증언을 최근에서야 들었다. 아버지의 묘소 앞에서 목 놓아 울었지만, 한 번 돌아가신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어 송 씨는 국가가 이제라도 진상조사를 진행해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1961년 15살에 서산개척단에 끌려왔다.”며 말을 시작한 그는 “당시 대부분이 영양실조였다. 쌀이란 것은 구경도 할 수 없었고, 꽁보리밥에 간장을 비벼먹었다.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마을에 나가 담 밑에 걸어놓은 시래기를 먹었다.”고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배고픔도 배고픔이었지만, 당시 서산개척단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자유가 없었다. 나는 15살이란 나이에 성인과 같은 노동을 했다.”며 “어느 날, 일을 하기 싫다고 하자 감독관이 나를 갯벌에 던졌다. 또 주어진 일이 있으면 그 일이 끝날 때까지 노동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산 개척단이 해산되고 밖으로 나갔는데 아무도 잡는 사람이 없더라. 그 때 ‘아 이게 자유구나’라고 느꼈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죽기 전에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 않겠나. 하루 빨리 진실규명과 진상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2일 국회 앞에서 서산개척단 피해자모임은 진실규명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22일 국회 앞에서 서산개척단 피해자모임은 진실규명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 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과의 면담을 갖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탄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며, 이날 국회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KBS, 상암동 디지털단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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