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합사회복지관, 2억 원대 횡령 의혹 ‘일파만파’
서울 종합사회복지관, 2억 원대 횡령 의혹 ‘일파만파’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8.04.04 15:28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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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장부 만들고 법인전입금, 사적 유용 의혹 불거져

서울의 한 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등이 비자금을 조성해 2억 여 원에 가까운 돈을 횡령한 의혹이 불거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웰페어뉴스가 입수한 엑셀파일에는 비자금 조성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항목과 횡령한 액수로 추정되는 내역이 적혀있다.

▲ '마이 메모'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파일 중 2017년 9월 시트. 상단 목표에 보면 전(4,000)/관장님(3,000) 등으로 기록해놨다. A씨는 이 내역이 관장 등의 월별 횡령액을 기록해 놓은 것으로 추측했다.
▲ '마이 메모'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파일 중 2017년 9월 시트. 상단 목표에 보면 전(4,000)/관장님(3,000) 등으로 기록해놨다. A씨는 이 내역이 관장 등의 월별 횡령액을 기록해 놓은 것으로 추측했다.

‘마이 메모’라는 이름으로 2015년 6월~2017년 12월초까지의 내역을 담은 이 파일은 ▲내용 ▲계획 ▲미실시 ▲최종 등의 항목으로 구분해 ‘(빼돌릴 수 있는)항목’과 ‘계획 액수’를 정한 후 ‘최종(횡령한)액수’를 기재해 놓았다. 이 내역은 어디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얼마를 빼돌렸는지 담은 장부로 추정되며, 구매 액수를 부풀려 지출한 뒤 차액을 되돌려 받는 전통적인 수법으로 횡령해온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 A씨는 이 파일에 대해 “일반적인 복지관은 실무자의 계획 하에 사용처를 정한 뒤 저렴하거나 원하는 곳에서 기안 작성 후 구입하지만 이곳은 작은 것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부장에게 물어봐야 해 (횡령에 대한)의혹을 품었으나 확신하지는 못했다.”며 “그러던 중 추석 선물세트 구입을 위한 서류에 사인하라고 내려와 확인했더니 서류상 물품과 받은 제품이 달라 횡령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마이 메모’는 이 확신을 뒷받침하는 근거 서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2017년 9월 복지관 서류에는 ‘추석선물세트 구입’을 위해 17,600원짜리 ‘참치, 스팸, 식용유 선물세트’를 구입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인터넷가 7,460원짜리 ‘참치 식용유 선물세트’였다. 이렇게 빼돌리려고 계획했던 금액은 95만원이었으나 총 129만1,000원을 편취한 것으로 장부상에는 기록돼 있다.

  ▲ 2017년 9월 추석선물세트 구입을 위한 복지관 내부 서류. 이 문건상의 제품과 실제로 받은 제품은 서로 달랐다.  
▲ 2017년 9월 추석선물세트 구입을 위한 복지관 내부 서류. 이 문건상의 제품과 실제로 받은 제품은 서로 달랐다.
  ▲ (좌)직원 등이 실제로 받은 선물세트와 (우) 복지관 서류에 등장한 선물세트. 가격차가 두 배에 가깝다.  
▲ (좌)직원 등이 실제로 받은 선물세트와 (우) 복지관 서류에 등장한 선물세트. 가격차가 두 배에 가깝다.

‘명절선물 구입’ 항목이 잡혀있는 2017년 9월내역을 살펴보면 상조회(150만원), 복사기 유지보수(5만원), 직원/봉사자 명절선물 구입(95만원) 등에서 당초 예상액 655만원보다 늘어난 776만원을 모은 것으로 표기돼 있다. 또 같은 달 상조회 통장에는 ‘명절’이라는 항목으로 150만원이 이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상조회 통장에서 ‘마이 메모’ 파일을 만든 부장 명의의 통장으로 150만원이 이체됐고, ‘마이 메모’에 ‘상조회’라는 이름으로 150만원 수입이 잡혀있는 것을 볼 때 부장이 비자금을 관리해왔으며, ‘마이 메모’는 비자금 등의 내역이 담긴 파일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법인전입금 1억5,000만원, 관장 7,260만원 횡령 의혹 불거져

문제는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법인전입금과 관장 등이 나눠가진 것으로 추측돼 사실로 확인될 경우 큰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마이 메모’ 파일에는 목표액에 맞춰 조성한 비자금을 △전 △이월금 △관장님 △경조사 등의 항목으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전’이라는 항목은 전입금, ‘관장님’이라고 기록된 것은 관장에게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매월 작게는 5만원부터 몇 백만 원씩의 돈을 모아 횡령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주장했다.

이 파일에 남아있는 3년 치를 합산해본 결과 ‘전’ 항목으로 매년 5,000만원, ‘관장’ 항목으로 1,330만원, 3,200만원, 2,730만원이 기록돼 있다. 3년여 간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만 2억2,000여 만 원. 10여 년간의 관장, 부장 재직기간을 염두에 둔다면 횡령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 '마이 메모'에 기록된 3년 치 내역
▲ '마이 메모'에 기록된 3년 치 내역

부장이 회계 관련 서류 일체 만들어와…총무팀장도 기관 살림살이 알 수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에 대해 A씨는 “일반적인 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조직 관리를 총괄하지만 우리 복지관 부장은 회계업무만을 담당했고, 부장 역할을 차장이 해왔다.”며 “기관의 회계를 총괄하는 총무팀장조차 품의서 내역에 맞춰 지출내역서만 작성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수입, 지출 내역 등 기관의 살림살이를 파악할 수 있는 이는 부장, 관장 등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복지관의 법인전입금이 5,000만원이다. ‘전’이라는 항목으로 매년 5,000만원씩 조성한 것은 법인전입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이며, 같은 방식으로 관장도 횡령해온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지난 2006년 부임한 관장이 한 달 후 데려온 사람이 부장이다. ‘마이 메모’에는 3년 치 자료만 있지만 그전부터 충분히 불법을 저질러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 국민권익위원회에 지난해 12월 말, 이 내용을 제보했다.”고 내부 고발을 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A씨는 내부고발자로서의 두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신고하기까지 많이 두려웠고, 지금도 두렵다. 이걸 통해 내 직장이 사라지고, 사회복지판에서 내 의도와 다르게 발을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할까 걱정도 된다.”면서도 “사회복지사로서 취약계층을 위해야 할 복지관이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쓰이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고민 끝에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관장 등이 횡령을 저질렀다는)합리적인 의심이 들지만 명확히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를 한 이유는 딱 하나, 명확한 진상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가 예산을 개인이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썼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사 과정서 관장도 퇴사했고, 부장과 차장 역시 도망치듯 그만두는 모습을 보며 B복지재단에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하루빨리 수사가 이뤄져 ‘마이 메모’가 횡령한 내역을 담은 ‘비자금 장부’인지 실체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B복지재단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

한편, ‘마이 메모’ 파일을 처음 봤다는 B복지재단 측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재단 C사무국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하는 와중에 법인에서 감사를 진행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저했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자체조사를 진행했다.”며 “이 당시 (비밀 장부가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으나 자체 조사 당시에는 확인하지 못했다. 실체를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1년에 한 번씩 지도점검과 특별점검을 하고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회계사를 투입하기도 하지만, (법인이) 사법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안 좋은 마음을 품고 작정하면 발견하기 힘들다.”라며 “당시만 하더라도 횡령 등의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기관장으로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관장 스스로도) 그만두겠다고 해 사직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 수사 의뢰 등을 할 계획에 대해 묻자 “국민권익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으며, 4월 초로 예정된 신규 관장 취임을 미룰 계획은 없는지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과 약속한 게 있기 때문에 운영차질을 빚을 수는 없다. 현재 직무 대행 관장이 업무를 대리 수행하고 있으며,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고심 중이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복지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이 부풀려 계약하고 뒷돈 받는 방식은 전형적인 횡령의 방식.”이라며 “회계서류만 봐서는 확인하기 어렵고, 내부 제보자가 있지 않은 이상 드러나지 힘든 비리기 때문에 법인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통장 내역 확인 등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돼 조사 중이며, 4월말~5월 초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복지관 관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2월 말 사표를 제출하고 퇴사했으며, 부장과 차장 역시 지난달 말로 퇴직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