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암재단과 공공운수노조 청암지회는 17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공공화 및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공식 선언한다 @대전장차연

대구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이 전국 최초로 재단 공공화와 장애인 거주시설 폐지를 선언한다.

청암재단과 공공운수노조 청암지회(이하 청암지회)는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사회복지사업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전국 최초로 ‘재단 공공화와 장애인 거주시설 폐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1957년 설립된 청암재단은 지난 2005년 재단 내 거주시설에서 장애인 인권침해와 비리 사건이 드러나며 공익이사제 도입 등을 통해 시설 민주화를 추진해 왔으며, 지난 2015년 청암재단의 공공화와 탈시설화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청암재단과 청암지회는 연간 10명 등 20명의 탈시설과 자립을 지원해오고 있으며, 탈시설-자립팀을 별도로 구성해 지원하고 있다. 또 2017년부터는 법인 자산의 공공화 선언에 따라 기본재산 일부를 출현해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기반 확장을 위한 지원사업을 별도로 시작해왔다.

청암재단과 청암지회 측은 “지속적인 탈시설 추진 속에서도 시설 구조 그 자체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사고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며 “이는 더 이상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중단 없는 탈시설-자립 지원을 위한 장애인 거주시설 폐지 △민간법인 운영의 공공적 운영시스템 마련 △기능전환 사업을 통한 시설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및 시설생활인들의 안정적인 생활공간 보장 △정부 및 대구시에 책임 있는 대책마련 촉구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선언을 실행하기 위해 지역 장애인단체와 노조, 복지단체 등 지역 사회와 공동으로 실행위원회를 설치하고, 대구시와 정부를 상대로 구체적인 대책마련 방안을 요구하고 협의하는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청암재단은 대구시 경산 와촌에 장애인거주시설 2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58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다음은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의 공공화와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선언문’이다.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의 공공화와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선언문

우리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13년간의 민주적 운영경험과 부단한 현장 실천은 우리를 끝내 이르러야 할 곳으로 인도했고, 현재의 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우리는 청암재단이 과거 한 개인과 가족의 재산축적 도구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이 공동의 책임감으로 민주적 운영을 펼쳐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이 운영하는 시설은 장애인을 집단으로 수용하여 관리하는 분리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재단과 시설은 장애인을 보호받아야 할 불완전한 존재로서 동정과 배려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 사회의 그릇된 가치와 통념을 생산하는 곳이었으며, ‘보호’라는 이름 아래 장애인의 일상을 통제해야만 하는 불가피하고 가혹한 복지노동 현장이었습니다.

이에 지난 2015년 전국 최초로 탈시설화 추진을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 대구시의 제1차 탈시설 추진계획에 적극 협조하며 현재까지 총 20명, 연평균 10명의 탈시설을 지원했고, 전국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가장 선도적인 수치입니다. 2016년에는 대구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부모단체 및 인권단체들의 협조를 통해 종합적인 탈시설 지원 로드맵 수립을 위해 자체적인 탈시설 지원을 위한 전수상담을 실시하였으며, 2017년부터는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기반 확장을 위한 지원 사업을 별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탈시설 추진 속에서도 시설의 구조적 변화는 미흡했습니다. 지난 2월 본 시설에서 일어난 장애인 생활인의 사고사는 비록 법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을 지라도, 내부 진상조사를 통해 내부 근무자들의 업무 문화와 운영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각적인 사고 진상규명과 처리과정과는 별개로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다시금 ‘개인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 ‘시설 구조 그 자체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는 반쪽짜리 실천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의 뼈아픈 과정은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내부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변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시설에서 살아왔던 장애인도, 보호와 관리 업무에 길들여진 노동자도 크고 작은 일들과 성찰을 통해 조금씩 달라졌고, ‘탈시설’이라는 좋지만 불안한 언어가 이제는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할 가치로 인식되었습니다. 마침 2017년 7월, 우리는 장애인이용자회 대표님들도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노‧사 공동워크숍에서 “장애인의 생활불안,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없는 가운데 청암재단의 자발적인 시설 폐지 및 기능 전환 추진”을 결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2015년 탈시설화 선언 이후 꼭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앞으로의 과제가 “자발적인 시설폐지와 기능전환”임을 밝히며, 사회복지의 책임주체인 대구시와 중앙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정부는 국가 차원의 탈시설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을 위한 정책 예산을 대폭 확충하라!

하나,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을 제정하여 모든 거주시설의 실질적인 폐쇄를 추진하고, 모든 시설 노동자의 안정적인 고용전환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대구시는 제2차 탈시설 추진계획을 통해 청암재단 이용자의 탈시설 지원을 확대하고, 거주시설 폐지 및 전환사업을 실시하라!

하나, 대구시는 청암재단 시설 이용자들의 안정적인 사회통합을 위해 활동보조 24시간 확대를 비롯한 지역사회 지원정책을 확대하라!

2018년 4월 17일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민주노총 청암재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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