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해 지자체의 학대의심사례 발굴 체계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역할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2011년 영화 ‘도가니’ 상영 뒤 연이어 발생한 2012년 원주 사랑의 집, 2013년 홍천 실로암 연못의 집,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국내 사회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장애를 이용해 폭력, 성폭력, 노동착취 등을 일삼는 문제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2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됐고 법률상 장애인 학대 개념이 도입됐지만, 개정 초기 장애인 학대 정의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처벌 규정을 뚜렷하게 명시하지 않았다.

2015년 또 한 번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가 도입되고 학대 개념과 금지행위가 현재와 같이 구체화 됐으나,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의 초점이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재가 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언과 함께 보건복지부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재가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한 인권실태조사를 지난해 9월11일~10월 20일까지 총 40일간 실시했다.

해당 조사는 먼저 양적·질적 조사로 나뉜다. 양적 조사에는 15개 장애유형 가운데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학대 노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뇌병변, 지적, 자폐성, 청각, 언어, 정신 등 6개 장애유형에서 총 600명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또 지방에 비해 등록 장애인이 더 많은 서울·경기·인천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질적조사에는 학대의심사례나 학대사례로 발견된 경우로 양적조사 600건에서 569건을 표본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학대를 받았다고 답변한 당사자는 총 147명이다.

학대 경험 조사 결과 지역별로는 서울(35.1%)이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으며, 인천(25.1%), 경기(17.7%)가 뒤를 이었다.

학대 피해자의 연령대는 30대(30.9%)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20대(27.5%), 60대 이상(27.2%), 50대(25.5%), 40대(22.0%) 순이었다. 이밖에 장애유형, 성별, 소득계층, 가구 형태별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학대 예방·지원 방안 구축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 필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실효성 있는 학대예방과 학대피해 지원방안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학대 의심사례 발굴 체계 마련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과의 협력 체계 ▲사전 예방 위해 관련 기관의 관계 ▲학대피해장애인쉼터 중심으로 지역사회 보호협력 체계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가운데 학대 사전 예방을 강조하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 공적기관과 장애인복지관, 자립생활센터, 장애인거주시설 등 장애인서비스제공기관, 지역 장애계 단체 등이 연계해 공동조사와 관계 구축 등이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가정폭력사건의 피해자가 장애인인 경우 경찰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통보해 피해자 상담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업무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사업내용에 장애인학대 발굴 홍보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의 협업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학대라고 판단되지 않더라도 학대 관련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4와 제59조5에는 장애인 학대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이 공조를 명시하지 않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재가 장애인의 경우 사법경찰에게 신고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법경찰은 업무 내용이나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집중하고 피해자 보호에 대한 내용은 크게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장애인 학대로 의심되는 사례를 접수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지체없이 이를 통지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대가 발생한 현장에 출동할 때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장이나 수사기관의 장은 서로 현장에 동행하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피해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노인복지법’ 제39조7(응급조치 의무 등)과 같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이나 사법경찰이 피해자·신고자·가해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학대 가해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학대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2월 장애인복지법이 개정(제59조11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피해장애인의 임시보호와 사회복귀 지원을 위해 장애인 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된 만큼 피해장애인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보호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5(임대주택의 우선 입주권 부여)에 따르면 보호시설이나 주거지원시설에 일정 기간 입주한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 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거주환경이 열악한 당사자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포함한 공공주택의 입주대상자 가운데 일정비율을 장애인에게 별도로 할당하는 규정도 필요하다.”며, 장애인복지법에 조항을 신설 또는 공공주택특별법 제48조(공공주택의 공급)과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제23조(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용 주택의 입주자 선정에 관한 특례)등에 근거 규정을 추가해 개정하는 것을 제언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기적 차원에서 지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피해장애인쉼터 기능이나 지원 인력 시기를 고려할 때 이 모든 것을 수행하기 어렵다. 피해장애인쉼터의 지원이 종료된 뒤 피해 당사자에 대한 1차적 관리는 경찰 또는 주민센터 공무원이 담당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지역사회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인복지전달체계 사이 긴밀한 관계를 통해 꾸준한 보호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재가로 분류하는 개인미신고시설이나 종교시설 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현황 파악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의무자 보호규정 강화, 학대예방·피해자에 대한 신속 개입 지원 등 관련 법 개정해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앞서 제언한 것들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개정돼 △신고의무자 대상 교육 실시 △학대 피해자 발굴·신고 △신고의무자 보호규정 강화 △권익옹호기관 권한 강화 △피해장애인쉼터 당사자에 대한 장기 대책 마련 등을 담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규정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법 제26조(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에 따라 자격 취득 과정이나 보수교육 과정에 아동학대 예방과 신고의무와 관련한 교육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기관의 장은 이와 관련한 교육을 매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복지법의 신고의무자 교육에 대한 규정은 아동복지법과 유사하지만. 매년 정기 교육을 의무화 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 학대는 아동 학대에 비해 복잡하고 전문성 있는 판단을 요구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대 피해자 발굴·신고가 중요한데 재가 장애인 학대 피해는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신고의무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4(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와 절차)에 따르면 ‘장애인학대신고의무자’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한하고 있다. 이를 읍·면·동 주민센터 일반직 공무원, 이장·통장 등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밀착 확인이 가능한 주체, 재가 장애인을 직접 만나 조사하는 활동지원 급여 신청 조사 인력 등까지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활한 발굴·신고를 위해서는 신고의무자 보호규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범죄 신고의무자의 경우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불이익 처우의 금지), 제7조(인적 사항의 기재 생략), 제8조(인적 사항의 공개 금지), 제9조(신원관리카드의 열람), 제10조(영상물 촬영), 제11조(증인 소환 및 신문의 특례 등), 제12조 (소송진행의 협의 등), 제13조 (신변안전조치) 등의 규정에 따라 매우 상세히 신고의무자에 대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반면 장애인복지법 제59조4 제3항은 신고인의 신분은 보호돼야 하며, 의사에 반해 신원이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만 명시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