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지난해 7~10월 중증·정신장애 시설생활인 인권실태조사 실시… 비자발 입소 60% 넘어 인권침해 노출 우려

중증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 거주인에게 적정 수준의 생활유지, 정신·신체적 건강을 누릴 권리, 개인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 퇴소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증·정신장애 거주시설의 전반적인 인권실태를 조사해 이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지난해 7~10월까지 중증장애인거주시설 45개소, 정신요양시설 30개소 등 총 75개소의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장애학회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실태조사 결과발표는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상임활동가가 진행했다.

비자발·장기 입소, 퇴소 권리 있음에도 인지하기 어렵고 행사 못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요양시설과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두 곳 모두 당사자 의사와 관계 없이 입소한 것이 높게 드러났다.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거주인이 비자발적으로 입소한 비율은 62.2%였고, 그 가운데 55.7%는 ‘가족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특히 시설 입소 당시 사전설명을 듣지 못한 거주인은 45.5%였으며, 입소 당시 계약서를 직접 서명하지 않은 거주인은 44.6%였다. 자발적 입소의 경우 ‘가족에 부담을 주기 싫어 자신을 돌볼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입소했다’는 응답은 53%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의 비자발적 입소 비율은 67.9%이며, 자발적으로 입소한 비율은 14.3%다.

조한진 교수는 비자발적 입소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제60조2(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절차)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을 이용하려는 자와 그 친족, 그 밖의 관계인이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교수는 본인 외에는 입소를 신청 할 수 없도록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퇴소 역시 마찬가지라 당사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 가운데 59.7%는 퇴소의사를 갖고 있었지만, 34.5%는 퇴소할 권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7조(지역사회 거주·치료·재활 등 통합지원)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의 퇴원 및 퇴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지역사회 재활 지원 및 지역사회 통합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거주인 51.5%는 지역사회 내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했다. 또 퇴소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을 본인(18.4%)이 아닌 가족(50.2%)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본인이 퇴소 의사를 보였음에도 가족(50.4%) 또는 시설장(35.7%)이 동의해주지 않아 퇴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퇴소를 한다면 즉시 퇴소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53.8%로 나타났으며, 시설에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생계비 지원(66.2%)이었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역시 현황은 마찬가지였다. 거주인의 42.6%가 퇴소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즉시 나가고 싶은 경우도 54.8%로 높았지만 퇴소 가능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퇴소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복지법 제60조4(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자의 의무)2항에 따르면 시설 운영자는 시설 이용자의 거주, 요양, 생활지원, 지역사회생활 지원 등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거주인 가운데 18%는 퇴소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25.9%는 퇴소 의사 표시를 해도 퇴소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퇴소 결정을 자신이 아닌 시설장(28.8%) 또는 가족(25.2%)이 결정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퇴소한다 하더라도 가족이 동의하지 않거나(56.5%), 시설장이 동의하지 않아(46.7%) 퇴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한진 교수는 “퇴소 정보를 당사자가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과 그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원 체계는 거주인을 대상으로 상담과 정보,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탈시설 의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거주인의 장기간 시설 생활 경험 등이 거주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 입소시기를 살펴보면 20년 이상이 36.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10년 이상~20년 미만 29.2%, 5년 미만 20.1%, 5년 이상~10년 미만 14.5% 순으로 드러났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10년이상~20년 미만이 33.2%로 가장 많았고, 20년 이상 24.9%, 5년 이상~10년 미만 23.6%, 5년 미만 18.3% 등 뒤를 이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생활, 정신·신체적 건강권 보장 못하고 있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욕, 옷 입기 등 최소한의 의식주 생활에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정신요양시설 1개 숙소에 6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비율이 62.7%,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36.1%다.

이 결과 ‘다른 사람에게 노출된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답한 비율은 정신요양시설 70.7%, 중증장애인거주시설 38.3%이었다.

또 타인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목욕을 하는 경우는 정신요양시설 58.3%였으며,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자신이 원할 때 목욕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4.8%, 다른사람과 목욕을 같이 한다는 응답이 55.2%로 사생활을 보호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적 행위를 할 권리, 개인적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본인의 돈을 스스로 관리 할 수 없는 거주인이 82.1%였고, 신분증을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는 82.8%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통장 관리 등을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경우가 61.7%, 자신의 신분증을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는 82.8%였다.

특히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나왔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21.8%였고, 투표에 참여하더라도 평소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하지 못했다는 거주인은 11.8%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한진 교수는 또한 본인이 통장·신분증 등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인 안전과 자율 보장에 의해 의사결정이 비밀로 보전돼야 하며, 사생활 또한 보호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신·신체적 건강을 누릴 권리도 침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몸이 아파도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지 못한 경우’에 대해 정신요양시설은 15.3%, 중증장애인거주시설 15.3%가 응답했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의 경우 매일 복용하는 약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1.9%였지만, 조사에 참여한 의료진이 개인 의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거주인 가운데 99.2%가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했다.

그러나 거주인 42.3%가 ‘현재 먹는 약에 대한 내용과 부작용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약의 부작용이 있다고 호소해도 신속한 조치를 제공받지 못한’ 비율은 18.1%였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매일 약을 복용하는 비율은 61.9%에 달했음에도 평소 의사로부터 수령하지 않은 비율은 26.6%, 무슨 약인지 모르는 경우 21.4%, 약의 부작용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는 34.5%였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조한진 교수는 “정신·신체적 건강에 대해 당사자 필요에 따라 검진이 이뤄져야 하며, 정기적인 건강검진 또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