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광환 중앙회장 인터뷰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먹고 일하고 생활하듯 장애도 그 다양성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개선, 사회참여확대, 권익 및 자립을 도모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결성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김광환 중앙회장을 만나 그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철학과 소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 지장협에 대해 소개해달라.  
“우리 협회는 지난 1986년 12월 27일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재활, 장애인 인식개선’ 등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약 32년여 간 활동을 해오며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에 당사자주의를 확산시켰으며, 전국 조직화 사업에 앞장섰다. 또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감시와 평가기능을 해왔다. 이런 당사자주의를 기초로 만든 단체가 지장협이며, 중앙회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협회, 230개 지회, 23개 장애인복지관과 한 개의 어린이 시설, 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 7, 8대를 연임하면서 5년 여간 지장협 중앙회장으로 활동하셨다. 많은 성과를 내셨을텐데 그동안 어떤 사업들을 추진해왔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장애계에서 지장협이 많은 역할을 담당하며 선봉에 서서 목소리 높여 왔으나 이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 아닌가 싶어 지장협 30년사를 발간했다. 또 지체장애인에게 편의시설은 생명과도 같다.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편의시설이 매우 중요한데 그것을 체계화하고 구체화해 전국으로 확산시키고자 편의시설지원센터 적합성 확인업무 대행기관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밖에 장애인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해 정치대학원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 편의시설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등 많은 이들에게 편의시설은 생명과도 같다. 몇 년 전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생기는 등 편의시설은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과도 직결돼 있다. 그래서 우리 지장협은 편의시설에 가장 역점을 두고 사업을 수행해왔고, 그 결과 보건복지부로부터 편의시설 적합성 확인업무 대행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이런 것이 갖춰져 장애인이 사회활동 전반에 걸쳐 참여할 수 있고 접근권이 보장됨으로써 취업이나 문화·레저 활동까지 즐길 수 있는, 그래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편의시설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세미나나 간담회도 개최하고 홍보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 중증장애인 일자리역시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우리 협회가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 대부분은 중증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총 32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굉장히 열악한 임금을 받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이다. 워낙 중증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사회참여 부분은 아직 미흡한 상태고, 때로는 장애인의 일상생활 활동 등을 지원하고, 가르치는 형태의 교육도 필요하다. 또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낮다보니 단순한 업종의 일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이 되고, 특히 최근 최저임금 향상으로 인해서 직업재활시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최소한의 수익성을 (직업재활시설이) 커버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보상해주는 제도를 이제 검토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지장협의 오랜 역사 속에서 굴곡도 많았을 듯하다.  
“지금은 장애인 정치세력화에 대해 국민들도 익숙하게 받아들이지만 30년 전만 하더라도 ‘장애인이 무슨 정치참여냐’고 이야기할 만큼 굉장히 생소한 말이었다. 또 사회인식도 상당히 미흡하던 시절이어서 우리 협회에서는 처음엔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광역단체장, 시의원 등 도의원 26명을 배출하는 등 장애인당사자를 정치현장에 내보냄으로써 사회 인식 변화를 이끌어나가는데 앞장섰다. 또 정책이나 감시, 평가 등을 이야기하면 ‘장애인이 무슨 전문가냐’며 많은 저항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소비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컨슈머(소비자)라는 표현까지 쓰며 사회인식을 개선해 나가는데 노력했다. 장애인단체가 무슨 조직화를 하고, 당사자주의를 이야기하느냐는 비판과 제약도 많이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장애인복지는 ‘전문가들의 시대’였지 당사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던 때였으나 우리가 노력한 결과 이렇게 바뀌었다. 물론 이 과정이 무척 힘들었지만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그런 위기를 잘 극복했기 때문에 지금의 지장협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광환 중앙회장

- 회장께서 생각하는 장애계 현안은 무엇인가.
“장애인단체를 전달체계의 한 유형으로 인정해줬으면 한다. 장애인단체의 인프라를 인정해주고, 그것을 통해 복지정책이나 시책을 하는데 참여시켜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새로운 기관과 시설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당사자의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장애인단체를) 정상적인 장애인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의 하나로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장애인단체의 난립으로 인해 (장애인단체가) 장애인복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단체만 하더라도 34개 정도로 알고 있는데, 여타의 단체까지 합하면 600여 개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어떤 단체는 지원해주고 어느 단체는 안 해주는 문제가 생기고, 이 때문에 (각각의 장애인단체) 특성을 바탕으로 한 지원 근거의 틀을 만들기가 무척 힘들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에도 목적사업이 유사한 단체는 상호통합을 유도한 적이 있는데 지금이 필요한 시기 아닐까. 외부에서는 ‘장애인끼리 싸움 한다’, ‘분열과 분쟁의 요인이 된다’ 치부되곤 하는데, 이게 장애인단체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다소 단체를 선별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소관 부처별, 유형별 단체가 필요할 것이고 기능별 단체에 대한 부분도 필요하다. 모든 단체가 다 필요 없다는 개념이 아니라 세분화하고 현실에 맞게 조정해서 지원할건 지원하는 어떤 해법이 나와야 할 때라고 본다.”

- 지장협 산하 조직이 상당히 많다. 조직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수시로 시·도 협회장과 이사회 등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있다. 특히 지역 장애인들과는 지방순례를 하면서 연초에는 사업계획을 다듬고, 신년인사회도 가지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중요한 의견이 있으면 시에서 도 협회로, 도 협회에서 중앙회로 올라오는 연계의 기능을 갖고 협력하고 있다. 그래서 중앙회가 특별히 정책이나 제도 부분에 접근할 일이 있으면 도 협회나 지회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시설역시 시설장 간담회나 매번하는 월례회의 등을 통해 잘 소화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복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나 이슈가 있을 때는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고 나누는 소통하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고 있다.”

- 얼마 전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로 선임되셨다. 
“지난 1998년, 개별이 아닌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과 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가 생기기 전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라는걸 만들었다. 당시 초대 사무처장을 하면서 지체, 시각, 청각, 언어, 지적장애 등 4개 단체가 연합해 단체를 만들었으나 여러 가지 문제와 정치적 이유 등으로 단체가 해산된 후 장총이 생겼다. 하지만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미흡하다고 생각해 지난 2003년 3월 27일 장총련이 탄생하게 됐다. 지금의 장총련은 이런 역사성을 거치며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으나 재정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최근 들어 활동이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장총련 회장으로서의 포부가 남다를 듯하다. 
“251만 장애인 중 128만 명, 그러니깐 51.5%에 가까운 숫자가 지체장애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장협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선도적인 역할, 깃발 역할을 하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시각과 농아인협회 등의 단체와 함께 협력하면서 장총련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개별단체가 소리내기 어려운 장애인복지 정책과 제도 개선 의견을 정치권과 정부에 전달하고, 일반시민에 알리는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

-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린다. 
“장애인단체가 사회운동이나 독립운동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독립운동은 ‘피’와 ‘아’가 분명하고, 이민족과의 투쟁이지만 장애인의 복지와 인권이라는 것은 어떤 차원에서는 가까운 주변이 적이 되기도 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장애가 무슨 특권이냐’는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는데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부모나 형제가 모르는 구석도 많다.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십사 부탁한다. 또 장애인이 불편한 것은 모든 사람이 불편한 것이고, 장애인이 편한 것은 일반 사회를 살아가는 비장애인에게도 편한 길이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대부분 장애를 1~2개씩 갖고 있듯 남의 얘기로 보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게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면 절실한 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은 사회인식  개선이 먼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민들이 이런 점에서 인식을 같이 공유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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