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교수 ‘맞춤형 서비스 제공위해선 종합판정표, 민관협력 구축 핵심과제“
서정희 교수 “등록제 폐지 동의하나 단기적으로 필요해… 일시장애 등 포함 필요”

▲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장애등급제 폐지의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현실을 반영한 종합판정표와 민·관협력체계 구축이 핵심과제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는 내년 7월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존 장애등급제를 중증(1~3급), 경증(4~6급)으로 개선해 이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장애계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환영하지만, 중증과 경증으로 나눈 것은 등급제가 폐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닌 ‘장애등급제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시범사업을 3차례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종합판정표를 개발, 시범적용 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장애인복지학회와 사회복지법제학회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에 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장애등급제 온전한 폐지, 이용자 중심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장애등급제 개편이 아닌 폐지만이 장애인복지정책의 본질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1988년 등록제를 실시할 때만 하더라도 공공·민간서비스 제공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의미가 없다.”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는 장애인 등록제와 장애등급제가 공존하는 나라다. 등급이 없으면 등록을 할 수 없다. 장애등급과 더불어 등록제도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 장애등급제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장애등급제는 철저히 개인의 의료적 기능에 기반을 둔 제도다.”라며 “이 때문에 개인의 서비스 욕구, 생활환경, 근로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1급이면 모두 똑같이 1급의 욕구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도 국민의 한명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들어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관심은 없다.”며 “1~6급까지에 따른 면밀한 장애인 기준을 만들어 매뉴얼을 주고 심사 시 오차만 없도록 교육하는 게 끝이다. 이 때문에 관과 장애인과는 단절됐고, 더 나아가 관과 민도 단절됐다. 지방정부에서 본인이 갖는 강점을 발굴하고 민에서는 사례 관리하는 민·관협업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사회복지종사자들이 돈을 쓰는지, 업무를 제대로 하는지만 물어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장애등급제를 실시하게 되면 예산추계가 손쉬워지는 등 행정 편의적, 공급자 중심의 성격이 짖다.”며 “개인의 욕구는 필요 없고 몇 등급의 인원이 몇 명인지, 서비스를 뭘 주면 되는지만 체크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예산 통제를 위한 장치’라고 공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는 ▲당사자에 ‘맞춤형서비스’ 지원 실시 ▲‘사례관리자’ 역할 수행하는 정부 ▲정부의 예산 추계방식 변화 ▲당사자가 적극적·능동적 역할로 전환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동일 등급이라서 동일 서비스를 주겠다’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손상정도, 근로능력 정도, 서비스 욕구,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맞춤형 지원을 위해서는 서비스 욕구를 측정할 수 있는 종합판정표와 관과 더불어 민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전달체계를 마련해 찾아가는 맞춤형 전달체계 구축이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급 폐지는 정부의 역할이 행정가나 안내자와 같은 소극적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해야 한다. 보다 주도적으로 장애인의 삶에 개입하는 ‘사례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용자 중심의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공공사례관리는 시·군·구를 중심에서 읍·면·동 중심으로 내려가야 맞춤형이 가능하며, 민이 관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주도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예산 추계 방식도 예전처럼 정부 편의적으로 책정할 수 없다. 등급이 아닌 욕구와 환경을 고려한 상태서 예산 추계는 어렵기 때문에 추계상에 있어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장애인당사자도 능동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신이 처한 문제의 상황, 서비스 욕구와 필요도, 생활환경 등을 종합 고려해 서비스의 종류와 양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관협의체에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고 욕구를 드러내 어필해서 변화하는 과정이야말로 장애등급제 폐지의 의미.”라고 밝혔다.

맞춤형 지원서비스, 종합판정표·민관협력체계 구축이 핵심과제

김 교수는 “(속칭)‘맞춤형복지팀’에 가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거나 헤매지 않고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장 낮은 수준에서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현 상황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한 후 “지금에서의 시작점은 그동안 진행한 3차 시범사업을 토대로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종합판정표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감면·할인 서비스 적용대상 판정을 해결 할 수 있는 종합판정표를 개발해 장애인 등록 제도를 없애고, 서비스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을 포함해 대상자의 급여량도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종합판정표가 좀 더 정밀하게 개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 민의 변화는 필요 없다는 오해를 하는 이들이 많은데 장애등급제 폐지는 급여인상이나 연금 증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진입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종사자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맞춤형 지원의 의미는 민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민에서 좀 더 자원을 협업해 제공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을 작동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없다. 민도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종합판정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센터 천지인데 시·도중심이어서 전달체계상 모호함이 많다.”며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하려면 읍면동이 중심돼야 하는데 현재 전달체계는 시도중심이어서 간극이 크다. 중간지점에 조정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일시장애·보편적 장애인복지 담기지 않아 아쉬워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정희 교수는 김동기 교수의 장애등급제 폐지의 의미에 대해 동의하지만, 등록제를 유지하는 것과 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정희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정희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서 교수는 “등록제를 유지하는 문제와 등급제를 ‘장애 정도’로만 대체한 현재의 개정 법률의 문제는 다른 문제.”라며 “장애인복지법이 장애등급제 폐지 법률이 아닌 6등급에서 2등급으로 전환하는 법률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개정 법률의 문제와 개념적으로 등급제와 등록제 간 문제는 구분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기초수급자 등 모두 자신의 지위를 증명하고 인정하는 행정 절차와 행정 증명 서류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장애등록제는 폐지돼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할인 감면 혜택, 조세 감면 등에서 행정기관이 인정하는 자격증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등급제 폐지가 일시 장애 인정 문제나 보편적 장애인복지에 대한 전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교통사고 등으로 1년 동안 장애가 있을 경우 현행법에서는 장애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없지만, 영구장애만을 장애로 인정하고, 일시장애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현행 장애관련 급여와 서비스는 모두 자산조사를 수반하는 공공부조의 부가급여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2조(평생사회안전망의 구축·운영)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운영함에 있어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부조를 마련해 최저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복지에 근거가 되는 맞춤형 사회보장제도는 공공부조에 기반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를 포함한 사회보장제도가 이런 방식으로 공공부조에 기반 하게 되면 읍·면·동사무소를 방문하는 것 자제가 여전히 낙인이 되는 효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낙인이 수반되는 자산조사 방식의 장애인복지급여에 대한 문제제기도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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