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장차현실 작가 인터뷰

옆에 있으니 말하기가 쑥스럽지만.

-왜?

네가 듣고 있으니까 말하기가 쑥스러워서

-왜?

나는 네가 꼭 선생님 같은 존재라고, 내 인생에서.

늘 저의 일을 하긴 하지만, 은혜란 존재가 너무 컸어요.

제가 은혜를 낳았을 때가 26살인데, 26살 인생에서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한시라도. 일과 은혜의 존재가 늘 함께했던 것 같아요.

저의 인생의 많은 계기가 은혜로 시작해서 은혜로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도 은혜의 존재였던 것 같아요.

-잘하면서 나한테 허락을 받아야겠어?

나는 잘할 수 있는데, 너와 관련된 이야기니까.

▲ 경기도 양평에서 진행한 전시회에 정은혜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다.
▲ 경기도 양평에서 진행한 전시회에 정은혜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다.

경기도 양평의 한 전시회, 그림 한 켠에 내가 사랑스러운 김미경 선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 잘생긴 김기룡 사무총장, 나를 사랑스러운 딸로 태어나게 한 엄마가 적혀있다.

이를 그린 사람은 정은혜 작가다. 정 작가의 어머니이자 만화를 그리고 있는 장차현실 작가는 그의 만화 안에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여성이야기를 담아냈다.

정은혜 작가가 처음 그림을 그린 것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간다. 장차현실 작가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는 학생들을 보고 자신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치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장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학교를 졸업했음에도 지역 내 장애인 일자리가 적어 갈 곳이 없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24살 청춘이. 계속 혼자 고립 생활을 해 제 화실에 와서 일을 도와 달라 했고,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첫 그림을 봤을 때, 어떤 앞으로의 기대감이 느껴지고 예견됐던 순간이었다. ‘삶이 그저 삶의 연장이 아닌 목표를 가질 수 있겠다’라는 기대감을 갖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경기도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 셀러로 참여해 현재까지 약 2,000여 명의 얼굴과 마주했고, 현재 다른 작업으로 인해 리버마켓 셀러는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정은혜 작가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 때 기분이 좋다.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멋있다, 잘 그렸다’고 칭찬하면 기분이 좋다. 가끔은 문호리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차현실 작가는 “은혜가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그런지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예술은 어떤 것이며, 그 예술을 통해 자기 스스로 사회적인 모습을 갖추고, 자리 잡아 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른 발달장애인과의 그림 작업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번 전시회는 정 작가 외에도 같은 화실에서 작업을 함께한 윤다냐 작가가 함께했다.

윤다냐 작가는 연필을 이용해 선으로 그림을 채우는 정 작가와는 달리 색을 사용해 그림을 채우고 있다. 윤 작가를 통해 정은혜 작가 또한 현재 채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차현실 작가는 “채색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 할 것이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항상 연필로 그렸던 은혜가 윤 작가의 영향을 받아 색을 사용하고 싶어 했다. 아직 색을 조절하고, 어떻게 색을 넣을 건지 익히는 과정에 있다.”며 “색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기대가 된다. 그림이라는 것이 색과 선의 향연이기 때문에 이를 잘 사용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 정은혜 작가(왼쪽)와 장차현실 작가(오른쪽).
▲ 정은혜 작가(왼쪽)와 장차현실 작가(오른쪽).

정은혜 작가는 그림 외 여가 시간을 뜨개질을 하거나 글을 쓰고 있다.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는 정 작가의 말에 장차현실 작가는 “내가 가진 생각을 다듬으려 하다보면 글이 어색해지는데, 은혜의 글을 보면 그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담백하게 읽힌다. 언젠가 은혜가 쓴 헤어짐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헤어짐이 이런 것이지’라고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림 작업뿐만 아니라 현실 참여에도 열심인 장차현실 작가는 지난달 2일 진행된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삭발식에 참가해 삭발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장 작가는 “사실 은혜를 키우는 것은 자신 있었지만, 은혜가 청년이 되고 내가 나이가 들면서 불안함 마음이 들었다.”며 “발달장애가 있는 성인이 그들의 삶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제도가 바뀌지 않고, 발달장애인이 이 나라를 만드는 한 일원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자신을 항상 지지하는 어머니’인 장차현실 작가에 대해 정은혜 작가는 ‘나에게 항상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정은혜 작가는 “가수 중에 이문세, 이선희, 김광석을 좋아하고, 그림을 그릴 때 김광석 노래를 듣는다. 음악 취향 또한 엄마의 영향이다.”라며 “엄마는 항상 내게 있어 영향을 주고 있고, 나는 그것이 좋다.”고 웃음을 보였다.

서로 각자의 10년 뒤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은혜 작가는 “10년 뒤 저는 아마 결혼을 했을 것 같다. 엄마는 더 유명한 작가가 됐을 것.”이라며 “또 엄마로서는 더 훌륭한 엄마, 좋은 엄마가 됐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를 이렇게 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차현실 작가는 “사실 10년 뒤 이렇게 먼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행복에 더 집중한다.”며 “늘 가능한 한 행복할 수 있는 일, 가능한 한 좋아하는 일 등을 하려한다. 만약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고 또 그렇게 나아간다. 그런 삶을 살고 싶고, 가능한 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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