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부터 배제된 장애인의 삶… 남겨진 것은 준비 없는 시설 퇴소와 수급 탈락

제가 소송을 하는 이유는 장애인을 두고 있는 가족들이 장애인을 가족으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1985년 2월에 ‘ㄱ’장애인거주시설에 들어가게 됐고, 그 과정에서 미국으로 입양 갈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 위기를 지혜와 마음다짐으로 이겨냈습니다.

우리 장애인들은 물건이 아닙니다. 저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사람들의 한 구성원으로 해주십시오.

▲ 4일 장애계가 가족 내 장애인 권리보장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4일 장애계가 가족 내 장애인 권리보장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당사자가 가족을 상대로 상속배제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8일 제출된 고소장은 상속 등 재산권과 관련해 가족에게 배제된 당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애계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 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배제됐던 가족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은 몰랐던 '상속포기'… 가족에게서 배제된 당사자 권리

▲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 구 모씨.
▲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 구 씨.

올해 43세로 1985년부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아왔던 구 모 씨. 그가 가족을 상대로 상속배제 관련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단순한 금전적 이유가 아니다. 그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장애를 이유로 재산권에서 조차 배제됐다는 데 대한 문제제기다.

본인은 몰랐던 ‘두 개의 주민등록번호’와 ‘상속 포기’. 그 결과 30여 년을 시설에서 살던 그는 대책도 없이 밀려나듯 지역사회로 나왔고, 기초생활수급 조차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시작은 2016년 어머니가 '아버지 땅을 판다'는 이유로 인감도장을 가져가면서였다.

그런데 그 뒤 찾은 병원에서 듣게 된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 소식에 구청에 문의한 결과는 황당했다.

구 씨가 시설에 입소할 당시 사용된 주민등록이 ‘무연고자’로 돼 있었고, 허위로 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 구 씨 측은 해당 장애인거주시설은 무연고자만 입소할 수 있었고, 가족들이 허위로 무연고자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무연고자로 된 주민등록이 없어지면서 수급은 박탈됐고, 지난해 2월 무연고자만 살 수 있는 시설에서도 떠밀리듯 나오게 됐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몇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자신에게 왔어야 할 상속 재산 6,000만 원이 ‘상속포기’돼 기초생활수급 신청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한 달 뒤에서야 알게됐던 구 씨는  ‘상속포기’는 커녕 상속 재산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금시초문이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포기한 금액이 기타재산으로 산정돼 1년 900만 원씩 자연감소분으로 계산, 구 씨의 경우 6년 이상이 지나야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당장 올해 12월이면 지금 살고 있는 체험홈도 비워줘야 하는 그에게 소송은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생명권을 찾기 위한 문제가 됐다.

이에 구 씨는 형을 상대로 상속분 일부와 위자료를 합한 1억6,000여 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구 씨는 “소송을 하는 이유는 장애인을 두고 있는 가족들이 장애인을 가족으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족을 비롯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족 배제도 차별에 해당… 재산권·생명권 등 보장해야

이와 관련해 4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소송은 가족으로부터 재산권에 대한 차별을 비롯해 당장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생명권과 관련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가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가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소송 법률대리인을 맡은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가족들이 구 씨에게 아버지의 사망과 상속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3항에서는 ‘가족·가정 및 복지시성 등의 구성원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취학 또는 진학 등 교육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 행사, 사회활동 참여, 이동 및 거주의 자유를 체한·박탈·구속하거나 권리 등의 행사로부터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 씨는 아버지가 사망하고 한 달이 지난 후에 소식을 접했으며,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가족이 아닌 수급권 탈락으로 관련사실을 알게됐다.

김 변호사는 “법률로서 규정이 있다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가 가족 내 차별을 많이 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동시에 가족이라 할지라도 명백한 차별행위임을 강력히 명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자 가족들은 장애가 있는 형제를 상속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또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당사자는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지 못해 생명권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사자가 본인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당사자가 권리를 찾아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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