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체 3,512곳 중 259곳에만 수어통역사 배치… “장애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부족”

▲ 전국 사전투표소에 수어통역사 배치된 곳은 7.4%.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유형에 맞는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웰페어뉴스 DB
▲ 전국 사전투표소에 수어통역사 배치된 곳은 7.4%.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유형에 맞는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웰페어뉴스 DB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유형에 맞는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사전투표소를 찾았던 청각장애가 있는 이진경 씨(25)는 투표소 앞에서 당황했다.

이진경 씨가 찾은 서울의 사직동 사전투표소에는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소 앞에서 관내와 관외를 묻는 투표소 관계자의 질문부터 난관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진경 씨를 두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또 다른 관계자를 불러왔다. 이진경 씨는 답답한 마음에 관계자의 손 위에 ‘안 들린다’고 적었다. 그제야 영상통화로 다른 사전투표소에 배치된 수어통역사를 연결해 줬다.

▲ 영상통화로 수어통역사에게 안내를 받고 있는 이진경 씨. ⓒ사진제공/ 박미애
▲ 영상통화로 수어통역사에게 안내를 받고 있는 이진경 씨. ⓒ사진제공/ 박미애

영상통화로 안내를 받은 뒤 투표소 안에서는 해당 사전투표소 관계자에게 필담으로 안내를 받았다.

투표 시간은 20여 분. 실제 투표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대부분 대기하는 시간이었다.

이진경 씨는 “무슨 상황인지, 왜 기다려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투표소 관계자들이 나를 문 밖에 세워뒀다.”며 “편하라고 만든 사전투표인데 장애인을 위한 준비가 너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투표 방법은 이미 숙지하고 와서 관내인지 관외인지에 대한 소통만 되면 투표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어떤 설명도 없으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며 “심지어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기다리는 데 내 신분증을 가져가 관내인지 관외인지를 확인하더라. 황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종운 씨(34) 역시 투표가 쉽지 않았다.

필담을 요청하자 투표소 관계자가 안내를 했지만, 필담을 주고받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 투표소 앞에서 구어로 필담을 요청했지만,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여러번 반복하는 사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도 불편했다.

이종운 씨 “수어통역사가 있었다면 바로 소통할 수 있지만 필담을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며 “필담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전국 사전투표소에 수어통역사 배치된 곳은 7.4%

이런 상황은 사전투표소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따르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수어통역사가 배치된 곳은 전체 3,512개 중 259개. 단 7.4%에 불과한 수치다. 심지어 세종지역은 17개 사전 투표소 중 어디에도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대선 당시는 수어통역사가 있는 투표소가 어디인지 알 수조차 없었지만, 올해는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7.4% 밖에 되지 않는 수어통역사 배치는 여전히 문제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미애 활동가는 “과연 청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지침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바로 대응도 되지 않고 이유도 모른 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디든 가서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사전투표인데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 배치가 너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당연한 편의제공으로 수어통역사 배치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미리 안내문을 준비해 두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준비는커녕 안내에서부터 장애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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