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조직은 흔하다. 그러나 지속되는 조직은 흔하지 않다. 이미 성공의 경로를 경험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보다는 안주를 선택함으로써 성장을 멈춘다.

과거 성공했던 경험이 관성화 돼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것을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 한다. 영문 타자기의 왼쪽 상단을 보면 QWERTY로 배열되어 있는데, 이는 수동식 타자기의 팔이 엉키지 않도록 한 것이다. 오늘날 키보드는 엉킴의 문제가 없음으로 다른 시도들이 가능하나, 개선 없이 기존 경로를 선택해 버렸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영리든 비영리조직이든 목표는 근원적으로 동일하다. 이윤 추구와 공동체의 유지이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은 내·외부의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상황이 다르니 다른 방법을 써야한다. 그러나 유독 사회복지 현장은 동일한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니 결과물도 비슷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의 평가에 대한 장·단점은 극명하다.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에 일정 기준을 요구했고, 많은 시설들이 그 기준에 맞춘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설평가의 가장 큰 폐해는 모든 목표 달성의 방법을 지표에 맞췄고, 이로 인해 조직과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화 된 조직은 이 형식 안에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 달성 방법에 대해 저항한다. 심지어 문제의 발견까지도 지표에 따른다. 리더는 새롭고 건강한 문화보다 평가결과 최우수라는 성공 경험에 취해 변화를 거부하고 그 안에 머물기를 원한다.

여러 모금재단의 프로포절의 장·단점도 확연하다. 문제 해결의 논리적 접근을 통해 증거기반 실천을 제시했고, 많은 시설들이 그 기준을 맞췄다는 점은 장점에 속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논리적 접근 속에서 속도가 늦어진다. 형식에 맞추다보니 내용은 뒷전이다.

자문해보자. 이론적 배경과 경험적 근거가 굳이 필요할까. (영리)기업의 보고서를 보라. 그들의 전략 계획 시 기존 이론이 있고 경험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 이미 ‘전략화했다’고 판단한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시장을 선점 당했기 때문에 그런 사업을 시작하면 이미 늦은 후발주자로 인식한다.

우리의 조직문화는 너무나 경로 의존적이다. 그렇게 된 것은 외부의 형식에 종속됐기 때문이다. 리더는 제시당하는 형식에만 만족하게 돼버렸다. 이것이 리더의 역량 판단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주하는 사이 그 형식은 내부의 조직문화를 규제해 버렸고, 사회복지시설은 아주 천천히, 그렇게 형식화 돼 버렸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형식의 틀을 깰 수 있는 방법은 문화를 움직이는 것이다. 외부의 형식과 척도가 지나친 형식이 되고 있는 지금, 성공의 기준을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바꿔보자.

문화를 움직이는 방법은 리더의 행동변화다. 행동의 변화는 구성원보다 리더에게 더 요구된다. 구성원들이 가진 틀보다도 리더가 구축한 틀을 깨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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