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사 휴게 시간’, 누구를 위한 것일까
‘활동지원사 휴게 시간’, 누구를 위한 것일까
  • 하세인 기자
  • 승인 2018.07.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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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활동지원사-중개기관, “직무특수성 고려안한 휴게시간” 질타
이용자 박지호 씨(왼쪽)와 김태열 활동지원사(오른쪽).
이용자 박지호 씨(왼쪽)와 김태열 활동지원사(오른쪽).

당사자의 일상과 직장 등 필요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그러나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활동지원 제공인력 휴게시간 세부지원방안’으로 이용자-활동지원사-중개기관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 제 54조(휴게)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1일 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 제공인력 휴게시간 세부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침 안에는 ▲휴게시간 자율 준수 분위기 조성 ▲고위험 중증 장애인을 위한 가족 또는 다른 활동지원사에 의한 휴게시간 대체근무 지원 ▲노·사·정 협의체 구성·운영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휴게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직무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자 “활동지원사 휴게 필요하지만, 당장 일상생활 제약… 대책없는 정부”

김태열 활동지원사(왼쪽)와 이용자 박지호 씨(오른쪽)이 보치아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김태열 활동지원사(왼쪽)와 이용자 박지호 씨(오른쪽)이 보치아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는 이용자 박지호 씨. 그는 화장실과 식사, 이동 등 일상생활에서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보건복지부 휴게시간 세부지원방안에 따른다면 박 씨는 4시간에 한번 씩, 하루 2시간 30분의 휴게시간을 활동지원사에게 부여해야 한다.

활동지원사에게도 휴게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일상 생활 중 휴게시간이 발생되면 자신의 삶이 멈춰버릴까 우려한다.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외부 활동 중 부여되는 휴게시간이 4시간이 돼 복지부 지침 대로 활동지원사가 휴게시간을 갖게 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안전 역시 걱정이다.

특히 박 씨는 지침이 명시하고 있는 고위험 중증 장애인에 속하지 않아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중 다른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해당 시간 동안 교대 근무자가 와야 하지만, 이것 또한 30분 또는 1시간을 근무하러 올 활동지원사가 있을지 미지수다.

박 씨는 “휴게시간을 부여 한다 가정했을 때, 교대 근무자가 오지 않는다면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화장실도 갈 수 없고, 밥을 먹을 수도 없으며, 이동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동지원사가 쉴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도 중증 장애인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인데, 누가 그 짧은 시간을 근무하러 오겠느냐.”며 “더군다나 남성 활동지원사를 찾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에 여성 활동지원사가 온다면 화장실 등 불편함이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지침이 이용자-활동지원사-중개기관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에도 의문이다.

박 씨는 “보건복지부의 휴게시간 세부지원방안은 당사자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 받는, 제공 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활동지원사 “현장에서 실제 휴게 갖기 어려워… 직무특수성 고려하지 않은 제도”

박 씨의 활동지원사인 김태열 활동지원사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휴게시간이 부여 된다 해도 이용자의 안전이나 일상생활을 모른 척 할 수 없기에 근무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 이는 말만 휴게시간일 뿐 실질적이지 않아 개정 근로기준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 활동지원사는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는 가운데 근무시간이 4시간이 된다면 단말기를 종료하고 쉬어야 한다. 이때 다른 활동지원사가 오지 않는다면 이용자가 혼자 있게 되는 상황.”이라며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이용자(박지호 씨)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동지원사가 쉴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방법은 단말기만 중지하고 근무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활동지원사들은 장애인 당사자인 이용자를 지원하는 동안 단말기를 통해 근무 시간을 확인하게 되고, 현장에서는 별다른 대책없이 휴게시간 지침이 시행 될 경우 단말기를 정지해 기록으로만 휴게시간을 지키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활동지원사는 “단말기만 중지하는 것이지 활동지원사는 근무를 하거나 휴게를 갖더라도 다시 이용자에게 와야하는 상황으로 멀리 갈 수도 없다.”며 “단말기를 종료하면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자는 더 일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개정 근로기준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직무특수성과 업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휴게시간 지원방안을 내놓은 보건복지부의 행정편의주의.”라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세부지원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도와 법 취지를 이해하고 현장을 고려한 휴게시간 이행을 촉구했다.

중개기관 “단가도 적고 1시간 메우기 위해 오는 활동지원사 없어”

활동지원급여 제공 이용 동의서(왼쪽), 활동지원급여 상호협력 동의서(오른쪽).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지원 휴게시간 세부지원방안

중개기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혼란을 겪고 있다.

관련 지침이 내려온 이상 따르기는 해야 하지만, 현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계속 지적되자 보건복지부는 6개월간 계도기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적은 수가와 대체 근무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중개기관의 상황에서, 계도기간 내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꾸려나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개기관의 경우 이용자가 휴게시간을 부여할 때 교대 근무 활동지원사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적은 단가와 짧은 근무시간으로 지원하는 활동지원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의 벌금을 물 수 있는 상황으로 활동지원사에 단말기를 중지를 요구하거나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임형찬 사무국장은 “노동자의 휴게를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수용해야 하지만, 적은 단가와 짧은 교대 근무를 메우기 위해 근무하려는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들다.”며 “중개기관의 경우 세부지원방안을 지키지 않는다면 활동지원사에게 단말기를 중지하고 휴게를 요구하게 되는 상황이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범법을 저지르게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세부지원방안에 따르면 이용자가 노동자의 휴게를 자율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침이 담겨있지만, 이는 이용자에 휴게시간 부여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개기관에서는 사후협력동의서에 휴게시간 부여를 포함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임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는 교육 등을 통해 자율 준수하도록 세부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이는 이용자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활동지원사, 이용자 모두 휴게를 원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방향이 아니다.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지난 1일부터 6개월동안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계도해나가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단속·처벌보다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장애인·활동지원사가 법의 취지를 준수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지원할 예정이라며 관련 단체와 전문가 등의 소통을 강화해 지원 대책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