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골라보는 VOD서비스, 장애인에게는 먼 이야기
손쉽게 골라보는 VOD서비스, 장애인에게는 먼 이야기
  • 손자희 기자
  • 승인 2018.07.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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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 서비스에는 없는 장애인방송 “매체 이용 패턴을 감안해 정책도 변화해야 할 때.”
'장애인방송 VOD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모습
'장애인방송 VOD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모습

시청자들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손쉽게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는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하지만 현재 제공되는 VOD서비스 대부분은 수어, 자막, 화면해설 등 장애인을 위한 방송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원할 때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VOD서비스이지만, 시·청각장애인들은 방송국이 정해놓은 프로그램 일정표에 맞춰 시청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성공회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 18일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장애인 방송접근권 향상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성공회대학교 산학협력단 최은경 교수는 국내·외 장애인방송 VOD 서비스 정책과 현황을 소개, 시청자와 방송사 관계자, 법률 전문가, 시·청각 장애인 단체 대표 등이 참석해 국내 장애인방송 VOD 서비스 활성화 방안에 관한 토론을 진행했다.

간담회 토론자들. (왼쪽부터)KTH SamrtVOD 전경미 과장, 법무법인 충정 곽정민 변호사, 한국스마트속기사협회 정상덕 이사, YTN 장애인방송 담당 강민석 PD, 채널A 콘텐츠편성전략팀 이광훈 팀장, 김철환 수어통역사, 화면해설방송 이용자 정승아 대표
간담회 토론자들. (왼쪽부터)KTH SamrtVOD 전경미 과장, 법무법인 충정 곽정민 변호사, 한국스마트속기사협회 정상덕 이사, YTN 장애인방송 담당 강민석 PD, 채널A 콘텐츠편성전략팀 이광훈 팀장, 김철환 수어통역사, 화면해설방송 이용자 정승아 대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제자리걸음인 '장애인방송 VOD서비스'

국내 장애인방송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발제하는 성공회대학교 산학협력단 최은경 교수
발제하는 성공회대학교 산학협력단 최은경 교수

성공회대학교 산학협력단 최은경 교수는 “국내 방송의 자막, 수어, 화면해설방송은 아직까지 전통적인 TV를 통한 제공에 한정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장애인과 정보접근을 위해 법적 제도가 마련됐고, 방송법에 따라 방송채널들은 장애인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법적 의무가 있는 한도 내에서만 시행하다 보니 VOD서비스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나 욕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최 교수가 제시한 VOD서비스와 관련한 시청자미디어재단의 ‘2017년 장애인방송 활용 실태 및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면해설과 자막, 수어 방송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욕구를 점수화 하면 100점 만점 기준 평균 60으로 높았다.

더불어 ‘서비스가 시행되면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평균 80점으로 필요성에 대한 응답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방송 제공을 원하는 프로그램은 드라마, 뉴스, 영화, 다큐멘터리, 예능 순으로 조사됐다.

최 교수는 “TV에서 스마트폰으로, VOD 다시보기와 IPTV 골라보기, 인터넷 OTT 등 방송이용자의 매체 이용 패턴을 감안해 정책도 변화해야 할 때.”라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장애인의 방송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장애인방송 VOD서비스의 활성화 방안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외국의 경우 장애인들의 욕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영국은 장애인들이 다양한 기기를 통해 방송을 접할 수 있도록 ‘VOD의 장애인방송서비스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수어통역 창의 크기를 키우거나, 시청자가 수어통역 창을 삽입하거나 뺄 수 있는 선택 영역을 추가하고 있다.

특히 영국 변화는 정부 차원의 강압적 제재보다는 자발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최 교수는 “강압적인 제재보다는 한 달에 2~4회 방송국, 관련 협회, 제작사가 만나는 자리를 자발적으로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보다 이용자 중심의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장애인방송 VOD서비스 접근권 강화해야

특히 장애인방송이 포함된 VOD 제작과 더불어, 접근 방식에 대한 고민도 제기됐다.

화면해설방송 이용자 정승아 대표
화면해설방송 이용자 대표 정승아 씨.

화면해설방송을 이용하는 정승아 씨는 “현재 규정상에는 화면해설 의무편성비율은 10%로 정해져 있고, 이마저도 재방송까지 포함한 비율이다 보니 실제 화면해설 방송 시간을 맞춰 시청하는 것은 어렵다.”며 “KBS와 EBS가 장애인 전용 홈페이지에서 의무 편성을 위해 제작한 화면해설 방송을 VOD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화면해설방송을 보기 위해 스마트TV를 가입했지만, 익히기가 어려워서 보지도 못했다. 또한 (화면해설방송이 적다 보니) 유료로 이용하는 스마트TV에 돈을 내고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의문.”이라며 VOD서비스에 접근의 어려움을 제기했다.

더불어 “서비스를 시험운영 해볼 수 있게 하거나, 플랫폼 형식을 일정하게 맞춰 이용하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채널A 편성본부 플랫폼운영팀 이광훈 팀장
채널A 편성본부 플랫폼운영팀 이광훈 팀장.

채널A 편성본부 플랫폼운영팀 이광훈 팀장 역시 접근권에 대한 문제에 동의했다.

“현재 VOD서비스는 IPTV, 디지털케이블, 모바일 플랫폼(pooq, 옥수수 등) 등 굉장히 다양한 경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용자 선택 구조가)여러 플랫폼과 미디어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어 화면해설과 수어통역 이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 이 팀장은 “정책당국에서 모범적 사례를 찾아 참고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장애인 방송 제작 자체를 확대하기 위해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장애인방송을 준수한 사업자에 대한 세금감면, 미준수사업자에 대한 지원 축소, 사업자 갱신 심사 시 반영 등 제도 마련이 제시됐다.

또한 저작권 문제로 제작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화면해설과 수어, 자막 등 장애인 방송 VOD서비스에 대해서는 저작권의 유예를 인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승아 씨는 “현재 VOD에 대한 화면해설방송 규정은 전무하고, 방송사들은 저작권과 비용을 문제로 화면해설방송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주최 측은 “간담회를 초석으로, 앞으로도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강화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장애인방송 VOD서비스 활성화 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