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평가로 생각을 규제하면 안된다
사회복지시설 평가로 생각을 규제하면 안된다
  •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 승인 2018.09.0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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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위기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상상력의 부족이다”-파울로 루가리(P. Lugari), 가비오따쓰(Gaviotas) 설립자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 중, 인적자원관리 영역의 지표에는 복무규정여부, 휴가제도의 준수, 병가 및 휴직제도의 시행, 정기적 포상제도, 직원 자치단체, 시간외 수당지급 규정, 직원 상해보험, 고충처리 8가지를 직원복지라고 설정해 놓았다. 

이 중 복무규정과 휴가제도의 준수를 포함하여 지표에서 정한 갯수를 인정받으면 ‘우수’를 받을 수 있다.

직원의 복지라는 것을 지표의 8개로 규정할 수 있을까? 

휴가제도, 휴직제도, 포상제도, 시간외 수당 등은 모든 사회복지시설들이 가지고 있는 취업규칙의 해당사항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것들이다. 상해보험은 사회복지사업법 34조의 3에 의거하여 법적 준수사항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이 ‘직원의 자치단체 인정’뿐인데,이렇게 본다면 법적준수 사항 외에 특별하게 직원복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직원들의 자치단체’ 하나 뿐 이다.

직원의 복지라는 것이 8개로 규정할 수 없듯이, 지역사회관계나 인권, 시설의 환경 등 역시도 지표에서 요구하는 외에도 다른 경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개선활동은 지표에서 멈추어 선다. 지표가 생각의 틀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활동을 자조모임과 회의로 인식하는 것, 인권을 교육실시와 개인정보동의서만으로 인식하는 사고는 평가지표의 영향이 크다.

상상력을 저해하는 요인 중에는 규범의식이 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규범과 약속을 사회활동을 통해 학습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자칫 인습의 관행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인습의 밖으로 나가는 것을 위험으로 느낀다. 설령 밖으로 나갔을 때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그래서 관행이 되는 것이다. 만약 사회복지시설평가와 같이 조직의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라면 인습의 관행은 더욱 강화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습의 관행은 단순히 사회복지시설 평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들이 판단하여야 할 다른 수많은 조직행위들과 가치판단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것은 조직의 문화가 되어버린다. 

사회복지시설평가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사회서비스의 수준과 조직운영의 투명성 등이 예전에 비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규범의식의 고착화로 인해 구성원들의 사고수준이 하향화, 획일화된다면 사회복지시설평가는 분명 개선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인간의 욕구를 다루어야 하는 사회서비스 구성원들의 사고를 획일적, 하향화한다면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와 대상자들의 욕구 역시도 그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규범의식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를 단순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평가지표의 관점을 지역사회와 당사자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평가에 있어서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지표해석의 유연성 부여, 조직과 구성원들의 선택한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인습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와 도전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사회서비스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3년 마다 사회복지시설 최우수기관이라고 플랭카드를 걸며 자축을 하는데, 이제는 최우수라는 현실적의미가 지역사회와 당사자에 의해 정의되어야 한다.

현행 사회복지시설 평가결과의 ‘최우수’라는 현실적 의미는 ‘규범 의식화의 최우수라는 의미일 뿐이며, 조직과 구성원들의 상상력과 자율적 선택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는 의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