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휠체어펜싱 여제가 돌아왔다
김선미, 휠체어펜싱 여제가 돌아왔다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8.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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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선수 생활에 내려놓았던 펜싱 검… “부담 떨치고 돌아와 금메달 노린다”
2018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김선미 선수.
2018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김선미 선수.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들이 훈련에 한창인 가운데, 2년의 공백기를 넘어 다시 도전에 나서는 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휠체어 펜싱 김선미 선수(29,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 온에이블팀)다.

세 번째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나서는 김선미 선수의 이번 목표는 ‘금’메달이다.

“2010년과 2014년에 2위와 3위는 해 봤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만나고 싶다.”며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얼마 남지 않은 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김선미 선수.

그는 “과거에는 단점에 집착해 넘지 못했던 벽이 있었다면, 이제는 장점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 할 수 있을지에 더 고민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며 “상대의 허점을 노려 역습으로 점수를 얻어내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 할 것.”이라고 계획했다.

좋아하던 펜싱을 뒤로한 2년의 공백기… “부담 내려놓고 터닝포인트 됐다”

“2010년 광저우에서 메달을 따고 갑자기 집중되는 관심에 정신이 없었다. 마음 같지 않은 성적에 우울해 지기도 하고, 부담이 많았다.

2014년 인천 대회가 끝난 뒤 운동을 접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던 중 좋은 기회로 실업팀이 생기면서 다시 검을 잡았다. 2년의 공백기에 아쉬움도 있지만, 그 기간이 많은 위로가 됐다.

‘쉬었으니까 괜찮아’, ‘다시 올라가면 된다’ 라는 생각이 오히려 긍정적인 힘이 됐고, 선수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에 발탁돼 여자 개인 에페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김선미 선수의 당시 나이는 스물 한 살이었다.

이후 2012런던패럴림픽에 출전하고, 2013년 홍콩월드컵대회와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동메달을 기록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는 최고의 기량으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4관왕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선수로써의 기록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20대의 삶은 불안했다. 끝내 인천대회를 끝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김선미 선수는 “펜싱을 하기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소속 팀도 없이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미래가 걱정됐다.”며 “자격증도 하나 없었던 그때, 무엇이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펜싱을 그만두고 웹디자이너 시험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중에도 ‘국내 대회는 나가보자’는 제안에 검을 잡기도 했다.”며 “펜싱이 너무 좋았고, 꿈을 포기했다는 미련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펜싱 실업팀을 만들기로 한 것. 현재 김선미 선수는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 온에이블팀 소속이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집에서 훈련장이 있는 화성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 훈련이 이어지는 주중에는 근처 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불편보다는 훈련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

주변의 환영과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 동료들은 ‘잘 돌아왔다’, ‘너는 펜싱에 있어야지’ 라며 복귀를 축하했다.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과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관심이 집중되는 데 대한 부담이 컸던 전과 달리, ‘다시 올라가면 된다’는 생각에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하면서 기량을 금방 되찾았다.

지난해 초 체력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두 개의 동메달을 획득하며 순조롭게 복귀 신고식을 마쳤다.

김선미 선수는 “2년의 공백은 선수로써는 큰 시간일 수 있지만 긍정적인 힘을 얻는 기회였다.”며 “마음이 열리고 부담을 내려놓으니 경기가 더 잘 풀리는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남자 선수들과의 혹독한 훈련 “빠르고 힘 있는 공격 익히는 기회”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휠체어펜싱 팀에 여자 선수는 김선미 선수 단 한명이다. 사실 평소 훈련 때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에 언제나 그의 상대는 남자 선수들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차이가 나 힘들 때도 있지만, 김선미 선수에게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은 좋은 기회다.

펜싱에서 여자 선수가 섬세한 공격을 한다면, 남자 선수는 빠르고 힘 있는 공격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각각의 공격 타이밍과 기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2018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김선미 선수의 훈련 모습.
2018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김선미 선수의 훈련 모습.

이런 면에서 양쪽 모두의 기술과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기회다.

김선미 선수는 “솔직히 남자 선수들이 힘으로 공격을 해오면 힘들 때도 있지만, 세계 무대를 생각하면 이 선수들도 당연히 넘어야 한다.”며 “동료 선수들도 이 부분을 알고 있기에 훈련에 모든 공격을 쏟아 부어주고, 지금은 남자 선수들을 상대해도 50대50의 승률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회에 나가 크고 힘 있는 공격과 섬세한 방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대회에서 김선미 선수가 꼽는 라이벌은 홍콩의 유추이 선수다.

2010년 광저우대회 당시 결승전에서 15대3으로 금메달을 가져간 선수다. 이후 2012년 런던패럴림픽에서도 유추이 선수를 넘지 못해 8강전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김선미 선수는 “유추이 선수와 몇 번의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점수 차이를 많이 좁혀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점 차이까지 따라갔다.”며 “상대 선수는 공백기가 있었던 내게 긴장을 놓았겠지만, 그 사이 노련함으로 무장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넘어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대회에 자주 나가지 못하다 보니 상대 선수들이 준비한 기량에 ‘다른 선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이번에는 내가 상대를 당황하게 할 만큼 준비된 선수로 경기장에 오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휠체어 펜싱 박인수 감독은 김선미 선수의 끈기와 열정을 높이 샀다.

박 감독은 “성실하고 승부욕과 정신력이 강한 선수.”라고 칭찬하며 “공백기가 있었지만 실업팀에서 안정적으로 훈련에 전념하고 있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운동은 노력이 쌓여 완성되는 것으로 김선미 선수는 노력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졌다.”며 “우선 목표는 결승 진출이지만, 경기장에 오르면 상대가 누구인지를 떠나 충분히 겨뤄볼 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