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등 범죄자 낙인찍어… 당사자에 대한 인식 왜곡에 취업까지 가로막아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3회 아고라가 열렸다.

대중매체가 만든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당사자들이 지역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현병 등 정실질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보도되며, 사회 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커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정실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의 2017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체 범죄자 수는 약 200만 명이었고, 이 가운데 정신질환자는 8,300여 명으로 약 0.4%에 불과했다.

범죄율이 낮지만 사회 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이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7일 제3회 아고라를 열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걸림돌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언론이 만들어낸 잠재적 범죄자 낙인, 왜곡된 인식 가져와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이길성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아고라에 참석한 이들은 대중매체가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이길성 활동가는 “언론은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감독이 필요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사회 내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강남역 살인사건’.

실제 여성혐오 범죄였지만, 가해자가 조현병이 있다는 이유로 언론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조현병을 연일 보도했다.

이 활동가는 “언론은 당사자를 위험한 요소를 갖고 있는 폭탄으로 여기고 있다. 감금당하거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 감금되거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며 “실제 범죄율이 낮음에도 정실질환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사회에 정착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사회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낙인 효과는 당사자의 취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서초열린세상 문경진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또한 “언론이 만든 정신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정신장애인의 삶 전반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지적하며  “특히 당사자의 취업은 걱정을 넘어 위협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장애인고용공단과 기업이 함께 정신장애인 체험활동과 고용 지원 등에 대한 계획을 잡고 있던 상황에 ‘강남역 살인사건’ 보도 뒤 계획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문 사회복지사는 “사업장에서 당사자를 외근 업무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기업 관계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답변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러나 다른 사례로 1년 이상 정신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장에서는 당사자가 인정과 이해를 받고 있다.”며 “이는 정신장애인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국정신재활협회 윤선희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정신재활협회 윤선희 사무국장은 “‘강남역 살인사건’ 보도 뒤 사업주가 ‘더이상 우리와 일하기 어렵다’며 당사자에 통보했다. 흔히 말해 해고된 것.”이라며 “이처럼 언론매체에서 ‘정신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부각시키다 보니 정신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열심히 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정신질환자와 연관돼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 당사자들은 치명상을 입는다.”며 “살인, 성폭행 등 강력 범죄에 대한 보도 지침은 있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도 지침이 없다. 이에 정신질환자에 대해 이해하지 않은 기자의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도 지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윤 사무국장은 “언론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도 지침을 만들고 그에 따른 신중성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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