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영’으로 시작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환상 아닌 ‘현실화’ 내야
[인터뷰] ‘환영’으로 시작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환상 아닌 ‘현실화’ 내야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9.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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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조권혁 기자
ⓒ웰페어뉴스DB

지난 11일 정부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다음날인 12일 성명서를 통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실효성이 부족했던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실현에 기대를 보이고 있지만 병원, 특수학교, 공공후견인 등이 부각되면서 한편으로는 ‘통합사회에 대한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혹은 ‘모든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함께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윤종술 회장을 만나 이번 종합대책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지난 6월 8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며 68일간의 천막농성을 접었다. ⓒ정두리 기자
지난 6월 8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며 68일간의 천막농성을 접었다. ⓒ웰페어뉴스DB

▶ 먼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표되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하기 이전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여섯 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첫 번째는 발달장애인 낮 시간 데이서비스(주간활동서비스) 보편화. 직업서비스 보편화. 주거서비스 다양화, 가족 지원, 의료 지원, 부양의무자 폐지 기준을 단계화 하라고 했다. 메니페스토가 끝나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정과제로 들어가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발달장애인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막연한 기대가 돼버렸다.

이렇게 기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들고 나왔다. 3월 초부터 기자회견과 정책 제안을 통해 2019년에 예산을 잡도록, 68개의 과제를 국가책임제로 담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2019년 예산 편성의 경우 일부 반영됐지만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에 대한 사안은 받아들이지 않아서 4월 2일 머리털을 깎고, 30일 삼보일배 하는 등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에 걸맞은 계획을 만들고 시행하라고 꾸준히 주장했다.

그 결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종합대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유아기 진단체계, 학령기 교육서비스, 성년 데이서비스·직업서비스·주거서비스, 소득 보장을 핵심으로 한 68개 과제를 제안했다. 이번 대책을 발표한 정부 부처 말고도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통일부까지 많은 것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들은 빠지고 핵심 내용은 대부분 들어갔다.

처음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는데, 발표 당일 초청 간담회에서 ‘평생케어라는 말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평생케어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는 의학용어이기 때문에 맞지 않다.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커뮤니티케어를 보고 추측컨대 보건복지부 장관이 좋아하는 용어인 것 같다. 보편적인 복지 용어가 아니다. 이에 민용순 수석부회장이 ‘당사자에게 맞지 않는다. 부모들의 거부감이 굉장하다’고 말했다. 초청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고, 다음날 용어가 바뀌었다.

4월 3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000여 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 만인소(萬人疏)’를 열었다. 이들은 효자 치안센터까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했다. ⓒ조권혁 기자
4월 3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000여 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 만인소(萬人疏)’를 열었다. 이들은 효자 치안센터까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했다. ⓒ조권혁 기자

▶ 실제 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

정권을 이끄는 지도자가 여태껏 이렇게 한 적이 없으니까 환영한다. 그런데 실제로 피부로 와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세부 계획이 아닌 대목만 발표했기 때문에, 발표문만 보면 환상의 한국사회인데 실현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걱정이 태산이다.

그동안 투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초청 간담회에서 부모의 말에 대통령이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니 기대가 크다. 2022년까지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관협의체가 얼마나 잘 가동되는지에 따라, 그리고 정부가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직접 의지를 밝혔으니 다른 부처에서도 조금 더 협의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어렵지 않나.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가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 성명만 보면 환영한다는 것 말고는 다른 입장을 볼 수 없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평가한다면?

한국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종합대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 청와대가 주도해서 만들고 직접 발표하는 상황은 없었으므로 상징하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전체상으로는 그런 뜻에서 환영한다.

한 번도 편성되지 않았던 예산이 생겼다. 발달장애성인도 지역사회에서 데이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직업훈련에서만 지원했던 직무지도원 등을 직장까지 연계하고, 방과후 돌봄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하는 것, 지역사회에서의 주거와 주거생활코치를 배치하는 것 등은 새롭게 만든 내용이다. 굉장히 진일보한 내용이다.

시작은 엄청나게 진일보했지만 예산은 많이 부족하다. 멀리 보는, 예산 목표는 나오지 않았다. 발표만 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청장년기-주간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참여 활성화.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청장년기-주간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참여 활성화. ⓒ보건복지부

데이서비스의 경우 최중증만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잡았는데, 데이서비스는 최중증만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추산으로는 6만 명~7만 명의 발달장애성인이 있다. 학령기까지 합하면 22만 명이다. 여기서 장애인거주시설이나 직업재활시설, 주간보호시설에 있는 인원을 빼도 17만 명가량이다. 고작 1만7,000명만 계획에 들어갔다. 게다가 주 22시간, 하루 4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경우는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남은 4시간을 또 어디서 보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2019년에 1,500명을 대상으로 시작해 2022년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대로라면 계획한 1만7,000명에 대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세부 제안은 데이서비스에 최중증(중복 포함)에 대한 모형, 도전적 행동이 있는 이들에 대한 별도의 서비스, 농·어촌 모형, 보편적인 바우처 모형이었다.

특히 농·어촌은 도시와 달리 바우처를 줘도 인력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고용 등이 마련돼야 한다.

항간에서는 주간보호시설을 개편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주간보호시설도 시설이다. 지역사회에 함께 어우러지는 게 아닌 ‘우리끼리’ 모여서 사는 것은 차별이다. 자신의 선택과 관계없이 ‘정해진’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이와 달리 데이서비스는 이용인의 선택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최소한 정해진 공간이나 정해진 사람이 아닌 다양한 환경에서 그것을 할 수 있게끔 연결하는 것이다. 체계를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최중증과 도전적 행동이 심한 경우에 대한 모형은 만들 수 없다.

일자리에서는 최중증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를 요구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통과된 내용을 보면 7억 원이다. 굳이 따지자면 60명~70명 정도인 상황이다. 또 보호작업장에 다니는 경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드니 머리 싸매고 있는 것이다. 훈련, 훈련에서 직업으로 가는 체험, 직업으로 명확하게 나누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주거에 대한 부분은 구체화 돼 있지 않다. ‘시범사업을 통해 확대하겠다’만 있지 예산은 잡힌 게 없다.

방과후 돌봄서비스 바우처 역시 2019년 4,000명에서 2022년까지 2만2,000명에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결국 ‘내 아이가 해당 되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 실망할 소지가 크다.

국가가 발표한 종합대책을 뒤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예산 심의 때 당론으로 정해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갖고 있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영유아기-발달장애 조기진단 및 보육·교육서비스 강화.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영유아기-발달장애 조기진단 및 보육·교육서비스 강화.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영유아기-발달장애 조기진단 및 보육·교육서비스 강화.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영유아기-발달장애 조기진단 및 보육·교육서비스 강화. ⓒ보건복지부

한편, 구색을 맞추기 위해 기존에 있는 제도를 끄집어낸 것 같은 부분도 있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기존 계획이다. 그동안 지키지 않은 것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부모멘토링 역시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이미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신청 대상 소득 기준을 현행 기초수급자·차상위 및 하위 30%에서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약하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수치로는 엄청난 것 같지만 예산으로 따지만 아주 적은 돈에 불과하다.

보육·교육서비스로 넘어가면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현재 통합유치원은 딱 한 곳이다. 통합 보육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22년까지 17개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시·도별로 1개소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특수학급도 아주 조금씩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사람들이 볼 때 나누어서 발표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정밀검사와 유치원만 예산이 드는 것이다.

학령기 맞춤형 교육 지원 강화도 방과후 돌봄서비스 바우처 제공 말고는 크게 새로운 게 없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둘러싼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 종합대책에 통합교육 보다 특수학교 증설이 더 눈에 띈다.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 때 통합교육 지향에 대해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어떤 입장인지 다시 밝혀 달라.

당시 무릎을 꿇고 나니까 특수학교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에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 특수학교 증설 문제는 통합교육이 되지 않으니 밀려가는 현상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이를 반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장애인거주시설은 없애라고 이야기 하면서, 특수학교는 없애라고 하지 못하느냐. 대부분 중증이라도 초등학교는 통합학교를 간다. 그런데 여기서 따돌림이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특수학교로 밀려간다.

어림잡아 특수학교는 30%, 특수학급은 50%~60%, 완전 통합은 10% 정도다. 70% 정도가 통합교육인 셈인데, 그럼에도 특수학교의 범위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통합을 주창하면서 특수교육을 만드는 데 함께했다. 특수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에게 욕을 먹을지 모르겠으나, 특수학교도 별도의 시설이다.

어쨌든 특수학교에서 통합으로 나오게 돼 있다. 통합학교를 다니면 사회생활하기 훨씬 쉽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야 사회성이 향상되는 것이니까.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왜 특수학교를 문 닫게 하지 못하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 이 비판은 부모니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부모단체가 아니라면 ‘문 닫으라’고 할 수 있는데, 현실 대안이 빨리 따라오지 않고 이에 따라 겪는 고통을 알기 때문에.

3월 26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출범식을 갖고 서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라고 적힌 천막을 설치했다. ⓒ하세인 기자
3월 26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출범식을 갖고 서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라고 적힌 천막을 설치했다. ⓒ웰페어뉴스DB

같은 부모의 심정이니까 묵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데이서비스-직업서비스-주거서비스를 만들고 완전 통합의 질을 높이면 특수학교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것이다.

시설 거주 발달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과 관련해 주거만 준다고 다 자립생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이야기 하지만, 당장 폐쇄하면 또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기반을 빨리 만들면 당장 폐쇄해도 된다. 나오라고 하지 않아도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노동이어도 보호작업장에서는 20만 원 받고 지역사회에서는 90만 원 받는데 (나오게 돼 있다). 자동으로 폐쇄 된다고 본다. 낮 시간 활동할 수 있는 데이서비스와 안정된 직업이 따라가야 나온다.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게 문제다. 우리는 시설폐쇄법을 만들어 놓고, 10년 안에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서비스가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 ‘탈시설법에 의해서 언제 폐쇄시키겠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이렇게 준비해나가겠다’는 게 필요하다. 막연한 선언이 아니라, 실행시키려면 구체화 된 계획이 나와야 한다. 단계를 계획해서 더 이상 진입을 하지 않도록 막는다던지.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지 누가 시설에 보내겠는가. 교도소와 시설이 다른 점은 끌려가고 손잡고 간다는 것, 나오는 시점이 정해진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 사람들이 교도소와 시설이 같으냐고 하는데 인권침해는 두 곳 다 있는 게 현실이다. 시설이 교도소보다 더 나쁘다. 자기 선택권을 갖고 시설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어쩔 수 없는 사회 환경으로 인해 부모의 손에 의해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장애라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다.

일명 ‘무릎 사건’ 때문에 특수학교가 화제가 돼 정치인이 앞 다퉈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뿐이다. 종합대책에 들어있는 23개교 신설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5개년 계획 등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종합대책이 모든 발달장애인이 아닌 일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중증이라는 말을 쓰고 중복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알고 있는 김신애 부회장 조차 초청 간담회에서 ‘소외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발달장애인법에서 ‘뇌병변’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뇌병변장애인도 와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지적·자폐성장애만 인정한다고 지정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성인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내부회의 할 때 항상 최중증을 이야기 한다. 중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세부 내용을 보면 나와 있다. 중복의 경우 재활병원과 지역재활센터, 도전적 행동은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맡도록 돼 있다. 이번에 그 표현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공격하는 댓글을 달고, 장애인부모들은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요구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대표로서 마음이 무겁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안에는 특수학급학부모협의회, 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가족지원센터협의회, 최중증TF위원회가 있다. 최중증TF위원회는 중복장애TF위원회다. 함께 모형을 만들고 제안하고 있다. 최중증이란 단어가 중복까지 다 아우르는 단어로 쓰이는 것이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최중증은 중복장애와 도전적 행동이 심한 경우,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것이다. (지난 6월 8일) 농성을 풀 때 ‘최중증 발달장애성인 모형 원칙 합의’를 보고 풀었다. 이용인 중심, 지역사회 참여, 최중증이 원칙이다. 우리가 원하는 선진국 형태에 얼마나 접근할 것인가가 과제다.

지난해 열린 제5회 한국피플퍼스트 대회 현장. 전국의 당사자 7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권리를 직접 주장했다. ‘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길 원한다’는 표어 아래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 세계 43개 나라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활동하는 단체다. 지난 2013년 전국발달장애인자조단체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대회명칭을 바꿔 한국피플퍼스트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웰페어뉴스DB
지난해 열린 제5회 한국피플퍼스트 대회 현장. 전국의 당사자 7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권리를 직접 주장했다. ‘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길 원한다’는 표어 아래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 세계 43개 나라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활동하는 단체다. 지난 2013년 전국발달장애인자조단체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대회명칭을 바꿔 한국피플퍼스트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웰페어뉴스DB

▶ 이용인 중심과 지역사회 참여를 이야기 하지만 종합대책에서의 정작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권리 보장이나 권익옹호에 대한 부분은 미흡한 것 같다.

우리는 권익옹호를 많이 강조했는데 (아쉽다). 공공후견인 제도는 솔직히 말하면 탐탁지 않게 여긴다. 정부가 끌어놓은 제도다. 권익옹호를 강화시키는 내용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이 빠지고 두루뭉술해졌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권익옹호팀이 따로 있다. 변호사까지 배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활성화 시키던지, 연계하는 방안을 찾던지, 발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진한 것 같다.

다만 처음으로 권익옹호 전문가와 성교육 전문가를 정부차원에서 양성하겠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현장에서 권익옹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부모를 위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전문가이면서 전문가가 아닌 시설장과 직원이다. 그 사람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겠지만 가장 걱정하는 것은 부모일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부모가 가장 인권침해를 많이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하지만, 발달장애 인권침해는 성폭력이라든지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족과 지역사회 전문가가 같이 소통하고 강화시켜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권익옹호센터를 확대하고 이런 것보다 전국 17개 시·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별도의 팀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를 양성해서 연계하는 것을 만드는 게 현재 체계에서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피플퍼스트’가 있다. 이번 초청 간담회 때 부모-자녀만 동반하라고 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피플퍼스트가 법상 조직은 아니나 당사자 조직이므로 초청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는데 빠지게 됐다. 당초 자리를 몇 자리 주지 않아서 함께 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 한국사회가 당사자 중심으로 바뀌려면 포함시켜야 한다. 당사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가정에서부터 학교까지, 그래서 결정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종합대책을 이야기할 때는 으리으리했는데 발표하는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전국부모연대가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다 개입했다면 이런 상황(종합대책)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조직은 아니지 않느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꾸준했다. 종합대책을 수행하는 기관은 어떻게 꾸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민간도 하고 공공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민간만 했는데, 민간만 하다보면 아무리 열심히 점검해도 서비스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용인이 얼마나 만족하느냐, 얼마나 서비스를 받느냐가 평가의 핵심이어야 한다. 민간에서 하기 쉽지 않은 모형은 공공에서 직영으로 해야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주도해서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발달장애인법을 주도해서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이 ‘전달체계 먹으려고 한다’고 공격했다. 모형을 개발했기 때문에 서비스 일부를 직접 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할 수 있겠지만, 다수는 공공이 해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의 질을 보장한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서비스를 연계하는 곳이다.

시범사업은 누군가 해야 하니까 만들어내고, 보편화 되면 안 하는 것이 운영규정 원칙이다. 가족지원상담은 고유 역할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 같다. 나머지 사업들은 보편화되기 이전에 하고, 보편화 된 이후에는 하지 않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은 운동성에 치명타를 받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추후 지켜보면 독점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너무 어린이에 집중되지 않았느냐, 치료에 집중되지 않았느냐, 이렇게 이야기할 소지가 있다. 이는 우리가 요구한 게 아니라 대전광역시 토닥토닥 부모들이 강하게 요구한 사안이다.

전국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처럼 설치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살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재활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보건소에 설치하는 게 맞다. 처음에 검토했었는데, 이후에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거점병원에서 행동치료를 하도록 했다. 행동발달증진센터는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치료’로서 중재할 것이냐, 아니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 것이냐. 병원에서 할 게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해야 한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하고 있는 ‘화요집회’를 끝내자는 이야기도 있다. 대통령이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니까 (끝내자고 한다). 화요집회에서 ‘국가책임제 완전 시행되는 날까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완전 시행은 우리가 사는 동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요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집회는 계속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볼 때 부족한 문제는 계속 있을 테니까.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정체성은 우리 아이가 완전히 독립·자립해서 살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것이다.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협상하고, 서비스 하는 조직이 아닌 정첵과 제도를 견제하고 권익옹호 하는 조직으로. 보편화 된 서비스는 절대 하지 않는 조직으로. 내가 운동하는 동안에는 그런 조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