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사회복지인 노동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종교는 사회복지인 노동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 승근배 소셜이노
  • 승인 2018.09.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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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 있는 일터(Workplace Spirituality)에 대해 연구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개념정의는 없다. 굳이 정의해보자면 인간이 조직에서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것, 더 나은 가치를 찾는 의식과 행동이다. 결코 종교를 믿는다는 것이 아니다. 사상과 신념이 같다는 것도 아니다.  

사회복지조직은 종교(religion)와 영성(Spirituality)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종교는 일종의 조직화된 신념이며, 영성은 인간 정신의 질에 관한 문제이다(Fry & Slocum, 2007). 종교는 일정의 틀과 형식이 있지만 영성은 틀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영성은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있는 '물(water)'로 비유되며, 종교는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container)‘이다.(Seaward, 1997)

사회복지조직이 종교와 영성을 같은 의미를 해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역사에 기인한다. 1950년대 다수의 종교단체가 사회복지사업에 진입하였는데 당시는 영성과 종교가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원이나 인력, 재정 등 모든 것이 종교를 중심으로 실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종교단체는 사회복지법인으로 진화하였으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받는다. 또한 이제는 자원과 재정은 종교에서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담당한다. 

또한, 인력도 변화하였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더 이상 종교인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환경 체계에서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시민들이다. 여기서 조직 구성원의 영성이 시작된다. 구성원들이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종교인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에게 주어진 영성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에 경향사업체라는 것이 있다. 특정 종교단체의 목적을 위해 설립된 사업장을 말하는 것으로써 이들의 자원과 재원은 그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자급되는 구조이다. 이들에게는 종교가 영성이기도 하다. 그럼으로 모집과 선발, 승진이나 보상 등에 있어서 종교차별이 허용된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은 경향사업체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소유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고 운영목적이 종교의 포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구성원의 종교와 영성을 동일시하는 어떠한 사소한 행위라도 그것은 엄연한 인권의 침해이다.

지난달 6일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은 제35조의3(사회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자 및 시설의 장은 시설의 종사자, 거주자 및 이용자에게 종교상의 행위를 강제하여서는 아니 된다)을 신설해 종교행위 강제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측 주장은 종교의식을 통한 봉사정신과 헌신, 사명의 내재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종교영성과 조직영성’ 은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영성과 종교를 동일시하는 데에서 오는 오류이다. 

이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결코 종교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며, 종교법인의 순기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종교와 영성을 동일시함으로써 다음과 같이 조직의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첫째, 종교의식은 미션으로 단합과 일치를 얻기 위함이지만,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구성원들 각자가 추구하는 영성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동기부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강제적 행위는 동기부여를 저하시킨다. 

둘째, 미래사회에 필요한 것은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다. 하나의 종교가 인류를 구원을 할 것이라는 맹신은 위험하다. 다양한 종교의 가르침에서 진리를 찾는 것이 오늘날의 종교이다. 때문에 하나의 종교로 통합된 조직이 성과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지하다. 다양한 인재들이 유입되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오늘날의 조직관리이다. 

셋째, 채용과 승진에 있어서 직업선택권과 노동권을 침해당한다.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때문이다. 경험이 아닌 경력주의, 그리고 학연, 지연, 종연은 사회복지현장의 적폐이다. 누가 보아도 자격이 있고 훌륭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종연이라는 줄대기로 자신의 권리가 희생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사회복지가 아니다.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직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실천한다는 것은 모순일 뿐이다.   

조직영성이란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존재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으로서 일터에서 구현된다. 영성을 찾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욕구를, 자본주의의 경쟁으로 부터 보호받기 위하여 탄생한 것이 노동권이다. 종교는 영성을 찾는 구성원들의 노동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종교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신은 인간에게 ‘일을 하라’는 사명을 주셨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일이란, ‘강요되는 벌’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영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자유의지에 의해 일을 하면서 ‘신과 인간이 만나는 영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