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지역사회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지역사회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 승인 2018.10.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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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추구이며 자본주의의 작동기제는 인간의 이기주의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이윤과 함께 사회적 책임도 요구한다. 

사회복지시설의 목적은 사회복지사업법 2조의 ‘사회의 복지’이며 작동기제는 이타주의이다. 하지만 법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해서 사회가 부여한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회가 기업에게 새로운 책임을 요구하듯이 사회복지시설 역시도 그러하다. 과연 사회복지시설은 국가와 지역사회로부터 ‘사회의 복지’ 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새로운 책임’을 요구받고 있을까?

사회복지시설은 인권과 노동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사회복지의 가치는 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 문제만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사회와 사회적 약자 이전에 조직의 구성원에 대한 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의 실천을 요구받는다. 

사회복지의 역사는 인권의 발달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사회복지 조직의 사회권, 노동권, 정치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의 인권담론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구성원의 인권과 노동의 보호 없이 지역사회와 당사자의 인권증진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또 사회복지시설은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시민의식 고양의 책임이 있다. 공정운영 관행은 투명성을 확보한다. 그럼으로써 공공의 선을 위한 자발적 참여와 행동을 실현시킨다. 사회복지시설이 공정하게 운영 됨으로써 조직의 구성원들은 이를 내재화하게 되고 내재화로 얻어진 참여와 행동을 조직 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가족 안에서 구현한다. 이것이 사회복지시설에 부여된 공정운영과 시민의식 고양이라는 사회적 책임이다. 
이는 사회복지 조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공정운영과 시민의식을 함양시키는 확장적 개념이다.

환경보호와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여야 할 책임도 있다. 환경보호는 자원을 절약하고 쓰레기 배출을 감소하는 것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사회환경 체계를 오염시키는 집단이기주의와 반 공동체적 행위에 대한 사회행동을 요구한다. 부동산의 과도한 불로소득, 약자의 이동권과 참여권, 사회복지시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오해에 맞서는 네트워크와 연대의 책임에 응답하여야 한다. 

조직 내에서의 물자절약과 조직이 소재한 지역만을 대상으로 두는 미시적 관점이 아니라 보다 범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이슈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받는 거시적 관점이다.

끝으로 사회복지시설은 거번너스를 실현하여야 한다. 거번너스는 민관 협치의 개념만이 아니다. 거버넌스란 조직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행동에 있어서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는 경쟁력이다. 조직 내에서 그러한 의사결정구조가 아니라면 권력이 편중되고 일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또한 하루의 2/3시간을 차지하는 일터에서 수직적, 획일적 구조에서 일하게 하는 것은 민주시민을 억압하는 행위이다. 

사회가 민주주의이면 조직도 민주주의이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은 복지를 확장하는 1차적 책임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가는 2차적 책임도 요구받는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앞서 열거한 사회복지시설의 새로운 4가지 책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같다. 이 시대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책임이라는 것이 설령 기업만의 것일까? 사회복지시설은 기업에게 주어진 책임보다 더 막중한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다. 인권, 의사결정(지배구조), 지역사회발전과 참여, 노동관행, 소비자이슈, 공정운영 그리고 환경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복지시설의 이슈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책임이기도 하며 그 책임을 다할 때 사회복지시설의 책무성을 증거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인권과 노동, 사회환경과 거번너스는 원래 우리의 것이었음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고백하는 것은 사회복지시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새롭게 평가하여야 할 때다. 때문에 구시대적인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를 벗어 던져야 한다. 평가는 우리의 일의 방식과 창의적 사고를 규제한다. 현재의 평가 프레임은,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에 둔감하게 하고 변화동력을 상실하게 한다. 

이제 사회복지현장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평가 프레임을 디자인해보자. 그것은 ‘사회복지시설의 사회적 책임(SSR : Social Setor Social Responsibility 또는 Social Worker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평가이다. 

조직의 생존은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을 선제적으로 집단의 것으로 만들어 내고, 그것에 대해 능동적으로 응답하는 능동성과 민감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