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국가’ 표명한 文 정부, 어떻게 나가야 하나
‘포용국가’ 표명한 文 정부, 어떻게 나가야 하나
  • 하세인 기자
  • 승인 2018.10.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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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
정의당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

포용과 혁신의 사회정책을 큰 틀로 포용국가를 표명하고 나선 문재인 정부. 비전은 세웠지만, 이를 풀어내기 위한 구체화 된 계획이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6일 사회정책전략회의를 개최해 포용과 혁신의 사회정책을 큰 틀로 ▲계층·성·세대 사이 통합 등 미래의 국가상을 포용하는 사회 ▲기술혁신 대비 등 혁신사회 ▲환경과 안전보장 등 안심사회 등을 제시하며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장애인, 노인, 보건의료 등 국내 복지 전반을 살펴보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의당은 지난 5일 서울 국회 본청에서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 토론회를 열고 복지와 관련한 각계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기존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대안담론 구축해야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찬섭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찬섭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동아대학교 남찬섭 교수는 정부는 기존 사회위험에 대한 보편성과 권리성의 확보를 지향하지만, 새로운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건전화론(재정적 지속가능성), 미래세대부담론과 같은 경제주의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보였다.

한국 사회는 수출독주성장체제에서 유래해 반복지적 사회경제구조가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뒤 성장 동력 상실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 가족기능의 변화 등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이는 재생산의 위기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사회비전2030 당시 ‘지출의 증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상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는 포용·혁신·안심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해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그 내용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 평가가 어렵지만, 집권 1년 뒤인 현재까지 아직 추상적인 비전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건전화론과 미래세대부담론 등을 토대로 사회 전반의 문제로 접근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건전화론이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와 경제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경우 복지지출은 늘어나지만 재정여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곧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사회보험기금 고갈과 같은 재정적 지속 불가능 상황을 초래한다는 논리다.

미래세대부담론은 재정건전화론을 세대 간 관계로 표현한 것이다. 재정적 지속 불가능 상황이 초래됨에 따라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해, 세대 간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논리다. 이와 같은 논리가 거론되는 대표적인 정책·제도로는 국민연금이 있다.

최근 인구문제가 연금재정문제의 심각성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나아가 인구문제로 인해 초래될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남 교수는 “인구문제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미래세대부담을 피하기 위해 연금급여 수준을 낮추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공적 연금의 본래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문제를 단순히 재정문제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접근이며, 자칫 인구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인구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심각성은 비단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내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재정건전화론과 미래세대부담론의 우려에서 고려할 점은 사회 전체 부양능력의 향상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 변화, 노인의 의미 변화, 가족의 존재형태 변화 등 인구문제를 종합적으로 염두해야 한다.”며 “이들이 사회와 사회구성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주목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사회문제를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중심 전달체계로 효과·체감 낮아… 공공과 민간 연계 방안 모색해야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가 민간중심적 전달체계로 인해 체감도와 효과성이 낮아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남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등 가족기능 변화와 돌봄 공백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사회서비스가 확대됐지만, 지나치게 민간중심적 전달체계로 인해 체감도와 효과성이 낮아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찬섭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서비스 전달체계는 △국고보조방식의 전통적 사회복지서비스 △지방이양된 전통적 사회복지서비스 △바우처 방식으로 시장화·중앙화된 서비스 △사회보험공단이 개입하는 중앙화 된 사회서비스 등 네 부분으로 분절돼 있는 형태, 즉 파편화된 상태다.

그는 “그동안 희망복지지원단이나 읍·면·동 복지허브화, 찾아가는동사무소 사업 등 공공복지전달체계 강화 시도가 꾸준히 이뤄졌지만 사회보험공단이 개입하는 영역에는 통제권이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지자체 입상에서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전체를 총괄하는 운영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와 사회서비스원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어떤 영향을 끼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용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임정기 교수는 “민간운영이 많은 국내 사회서비스 시장에서 운영 주체의 규범적 공공성을 정확히 평가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 대해 “정부가 현재 홍보하고 있는 내용은 교과서나 보고서에서 수없이 언급한 정도이며 현실적 구체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정부가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탈의료화와 탈시설화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 지역사회내에서 버려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등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목표에 따라 제도 내용과 강조사업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은 커뮤니티케어가 되지 못했던 점에 대한 정확한 지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돌봄서비스는 보호와 교육, 의료와 복지, 재활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측면에서 커뮤니키 케어는 단순 탈시설화 또는 탈의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체계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행정조직으로 한계를 가질 수 있고, 자원을 갖고 있지 않는 협의체가 그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의료자원과 복지자원을 가진 기존 조직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지속적 돌봄체계 구축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공공보건의료 살펴보면 ‘포용적 복지’ 미약, 계획 부재로 기조 유지 불확실

사회공공연구원 이재훈 연구위원은 정부가 포용적 복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보건의료 부문의 공공성을 보면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복지국가 체제 강화를 중요한 전략으로 내세우고 복지·의료정책을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함축했다.

이에 보편적 의료보장 및 의료 공공성 강화를 통해 소득·지역에 관계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종합지원체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등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핵심과제로 의미가 크다.”면서도 “임기 내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를 70%로 제시했지만, OECD 평균 보장률이 80%인 것에 비해 소극적.”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부원장은 “선별적으로 이뤄졌던 기존 건강보험과 달리 현 정부는 ‘급여의 보편성’에 기초한 정책을 내놔 긍정적.”이라면서도 여전히 예비급여제도를 통해 보편적 급여의 제한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비급여제도란 비급여(미용, 성형 제외)를 예비급여에 포함시켜 가격을 관리하고, 평가를 거쳐 일반급여로 전환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예비급여로 인해 보편적 급여 제한이 존재하고, 예비급여를 본인부담상한제도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안전망 역할이 취약하고, 빈곤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발전종합대책에서 ‘모든 국민에게 필수의료를 보편적으로 보장한다’고 개념을 전환했지만 이를 위한 기반, 인력 확충 등 제도장치와 재원조달 구조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 부원장은 정부의 전략이 공공보건의료 개념의 전면 변화와 실제 의료 공공성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공보건의료 기반·인력 확충 ▲공공보건의료 실제 책임과 권한 등을 확대하기 위한 법·제도 장치 마련 ▲재원조달 구조의 획기적 변화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