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같은 조직’이라는 것이 있을까?

2000년대 이전만 해도 가족 같은 기업, 가족 같은 조직이라는 말을 흔히들 들어왔다. 조직의 이상적 모델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던 시기이다. 기업과 조직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는 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다. 즉,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것은 일과 삶이 구분 없이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분리는 하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태(世態)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그럼으로 조직은 조직이고 가족은 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조직 속에서 가족같은 분위기를 체험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그러한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조직에서의 가족이라는 기대에 대해 리더와 구성원 간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그 간극을 좁히고자 한다면, 가족의 분위기를 체험하게 하는 조직의 공통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건강한 가족에게는 대화가 있다. 
가족이 둘러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조직도 그런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가족의 대화처럼, 조직의 회의문화도 그래야 한다. 명령과 지시가 있는 회의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꺼낼 수 있도록 하는 대화하는 회의문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 건강한 가족은 헌신적이다. 
손익계산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간에는 헌신적 행동이 발생한다. 특히 부모들이 그러한 선택을 한다. 조직에게 필요한 헌신도 역시 리더가 우선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가부장적인 가족문화는 진부한 것이다. 리더보다는 구성원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문화라면, 그것은 리더에게만 가족인 것이다.

세 번째, 건강한 가족은 공동의 목표와 가치가 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의 역할이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가족의 목표를 다하기 위함이다. 또한 가족은 오랜 기간 동안 체화된 가치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대화하고 합의하여 얻어진 가치를 기준으로 행동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역시도 공통의 목표와 가치로 움직인다. 차이가 있다면 구성원들의 인적요소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네 번째, 건강한 가족은 스스럼없이 피드백을 한다. 
상하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도감독의 피드백이 아니라 조언과 충언으로 이루어지는 피드백이다. 피드백은 가족애라는 이타적 동기에서 출발하며, 받아들이는 선택은 자율이다. 조직의 피드백은 건설적이고 건강하여야 한다. 비난이나 무시가 아니라 성과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동의 목적의식에서 나온다.  

다섯 번째, 건강한 가족은 그 스스로가 주인이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지배와 통제 논리보다는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의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은 누가 준 것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주어진 당연한 권리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권리의 행사를 통해 스스로를 가족의 중요한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대화, 헌신, 공동의 목표와 가치, 피드백, 주인의식. 이상 다섯 가지의 건강한 가족의 특질은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팀의 특징이고 팀빌딩의 목표이기도 하다. 

즉, 조직 내에서 가족 분위기를 체험한다는 의미는 실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성과가 좋은 팀의 향기를 맡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질이 있는 가족의 분위기는 가부장적이 아니라 민주적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가족내음을 맡게 해주는 조직의 분위기도 민주적 조직문화이다. 그럼으로 ‘조직이 가족 같다’는 의미는 ‘민주적인 조직문화’ 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워라벨이라는 일과 삶의 균형도 이러한 문화적 특질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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