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추계학술대회서 여성 장애인 문제 다뤄
성차별, 장애차별 등 사회 내 배제… 전문성 갖춘 인력과 여성장애인지원법으로 권리 보장해야

지난 9일 열린 2018 추계 학술대회에서 여성 장애계 운동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성차별과 장애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장애인계가 연대를 결성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온 것이 20 여 년. 

한국장애학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9일 2018 추계 학술대회를 열고, 한국 장애계 운동 흐름 속에서 여성 장애계 운동을 살펴봤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들에 따르면 그동안 여성 장애인은 장애차별적 요소와 함께, 가부장적 사회환경으로 인한 성차별적 문제까지 이중고를 겪어 왔다.

이에 이들은 장애 차별 철폐 운동과 함께 여성으로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독자적이고 주체적 운동을 벌여왔다.

여성 장애계 운동 통해 사회 내 독자적, 고유 영역 구축 등 성과

대구여성장애인연대 이정미 대표가 여성 장애계 운동의 흐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대구여성장애인연대 이정미 대표는 그동안 여성 장애인이 진행한 운동의 성과로 교육, 노동, 자립생활, 성 가정폭력, 모성 등 다양한 의제의 확산을 가져왔다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독자적으로 운동을 한 여성 장애계 단체들은 의식화 교육에 중점을 뒀을 뿐 아니라 폭력, 노동, 교육, 결혼 등 여성 장애인 문제를 사회에 알려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장애계 운동 초기 이들에 대한 시각을 좋지 못했다. 여성 장애인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 운동을 분열시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장애인 운동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난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권리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운동 초기보다 어느 정도 독자적이고, 고유한 영역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 장애인이 겪는 차별은 남성 장애인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인해 정체성을 확인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이제까지 여성 장애인은 ‘보호의 대상, 동정의 존재’로 인식되거나 무시의 대상으로 여겨져 생활 전반에 걸쳐 각종 차별을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노력의 결과 여성 장애계 운동을 통해 여성과 장애로 인한 이중고의 차별을 사회에 알리는 역할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성 장애인으로서 권리 찾기를 유보해야 했지만, 여성 장애인 운동을 통해 그동안 여성 장애인이 겪었던 차별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며 “특히 교육, 노동 등에서 배제됐던 여성 장애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연구 활동도 진행하며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기회 부족으로 전문성 갖춘 인력 부재,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접근 부족 등 한계 존재

다만 성과의 반면, 아직 한계가 있다는 어려움도 지적된다.  

여성 장애계 운동의 한계로는 ▲모든 장애유형을 아우르지 못하는 것 ▲사회생활 경험이 없고, 교육 기회의 부재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접근의 부족 등이 꼽힌다.

이 대표는 “여성 장애계 운동의 권리가 확보되고,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기 위해서는 장애유형별 자조단체 활동이 활성화 돼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주로 지체장애가 있는 여성으로 이뤄져 15개 장애유형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각 장애유형 영역에서 욕구를 조직적으로 표출하고 있는데 이들의 요구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정책 등을 제시해야 하고, 각 유형별 연결망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더욱이 교육기회의 부재와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 여성 장애인 운동 내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여성 장애인 대부분 오랜 기간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회생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여성 장애인 인력이 없다.”며 “운동은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 돼 가는데 기획과 실무가 겸비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여성 장애인 단체에서는 여성 장애인 운동을 전문성 있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성권, 교육권, 이동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접근을 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지만, 어느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역사회 내 여성·장애계 단체와 교류해 의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다양한 주제로 운동을 하는 것은 미흡하며,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장애계 단체와 긴밀히 연대하고, 다양한 여성들의 운동 즉, 성소수자모임, 탈북여성, 외국인 여성노동자에 관한 운동들과 연대를 모색해 여성 운동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장연, 성인지적 자립생활 모델 개발과 여성장애인지원법 개정에 힘써야

경남장애인연대 서혜정 대표가 한국여성장애인연대의 한계와 전망에 대한 토론에 나섰다.

이날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서혜정 대표는 한국여성장애인연대(이하 여장연) 활동을 통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여장연은 여성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지난 1999년 설립된 단체로, 여성 장애인 △교육 △폭력 근절 △모성권 △자립생활 △법률 제·개정·정책개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서 대표는 “여장연의 활동으로 여성 장애인 인권이 정책적이고 제도적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장애계 속에서 여성 장애인의 목소리를 찾아야 하고, 여성계 속에서도 장애인의 존재를 찾아야 하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존재와 더불어 여장연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회의적이고 활동에 대한 평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존재한다는 것.

이에 서혜정 대표는 앞으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성인지적 관점의 자립생활 모델 개발 △여성장애인지원법 제정을 향한 꾸준한 노력 등을 제시했다.

먼저 서 대표는 자립생활센터의 부재를 지적하며 성인지적 관점에서 자립생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립생활 부분은 여장연에서 가장 취약한 점으로 여장연 지부에서 부설기관으로 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경남과 충남 단 2곳 뿐 이며, 여성주의적 자립생활실천 모델을 개발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모든 장애유형을 포괄해 성인지적 관점에 의한 여성 장애인 자립생활 이념과 모형 개발에 대한 과제와 연구가 더욱 제기된다.”고 제시했다.

특히 여성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제도마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등에 관한 법률 내 여성 장애인 관련 정책이 UN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 권리적 접근이 아닌 임신, 출산, 양육, 가정폭력, 성폭력 등 생물학적 조건으로 국한돼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여장연은 성인지적, 장애인지적 관점의 여성장애인지원법과 같은 법 개정을 요구해 국회에 발의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여성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은 개인이 아닌 모든 여성 장애인 공통의 문제.”라며 “사회 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여성장애인지원법을 개정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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