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장애노인’에 대한 정책은 없어
고령화 시대, ‘장애노인’에 대한 정책은 없어
  • 손자희 기자
  • 승인 2018.11.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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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기준부터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시급
고령장애인 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 모습 ⓒ손자희 기자

우리나라 고령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017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장애인구의 비율은 46.6%로 전체인구 13.8%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장애와 노화로 인한 중복 문제를 겪고 있어 여러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을 받던 장애인들은 65세부터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넘어가면서 서비스의 질적 연계를 받지 못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조기노화·조기사망 확률이 높은 중증장애인들은 노령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 65세 기준을 비장애인과 같이 적용한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부모회가 고령장애인이 겪는 문제와 현안을 점검하고자 ‘고령장애인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다양한 고령장애인의 지원 방안 중 노후 생활에 초점을 맞춰 필요한 지원 준비와 지원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루터대학교 노승현 교수는 고령장애인의 지원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8월 제25회 한마음교류대회에서 ‘활기찬 노후’에 대해 기조강연을 맡았던 노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관련 내용을 심화해 고령장애인 지원을 위한 정책과제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 교수는 “노화과정에서 여러 서비스 욕구가 증가하지만 장애영역의 서비스는 청·장년 이전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고령장애인의 경우 노인서비스와 장애서비스 영역에서 모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욕구는 증가하지만 필요한 지원은 감소하는 사회적 ‘역설(paradox)'이 있다.”며, 고령장애인의 개인적 문제 보다 환경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한다며 고령장애인의 ’활기찬 노후‘를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고령장애인 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손자희 기자

WHO는 ‘활기찬 노후(active aging)’를 노화에 따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강 ▲사회참여 ▲안전에 대한 기회를 극대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먼저 건강영역을 살펴보면,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와 국민건강통계 조사결과 전체인구와 장애인구 모두 연령이 증가할수록 양호한 건강인지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장애인구의 경우 연령에 따른 변화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나 장애인들이 건강인지에 대해 더욱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장애기간이 20년 이상인 경우 우울증상 경험율이 60대까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연령이 높을수록 자살시도율이 증가했으며, 60대가 가장 높았다.

참여영역에서는 전체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활동참여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고령 장애인의 여가활동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전영역에서는 장애인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여성 장애인구에서 두드러졌다. 1인 가구 비중이 60대는 22.1%, 70대는 36.4%로 1인 가구 지원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루터대학교 노승현 교수 ⓒ손자희 기자

지난 6월 20일~7월 6일까지 이뤄진 50세 이상 고령장애인 당사자 대상 질적연구는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성별을 고려해 8개 집단을 구성, 총 5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당사자들은 활기찬 노후의 방해요인으로 노화에 따른 신체적 기능 약화, 장애로 인한 활동 제한, 경제적 어려움, 지역사회 내 시설의 접근성 문제, 고령장애인 복지서비스 부족 등을 꼽았다. 그 방안으로는 질병관리 및 건강관리 지원, 장애유형별 자조모임 활성화, 비수급 장애인 지원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교수는 이를 토대로 건강영역의 차원에서는 고령장애인의 신체적 건강증진사업과 건강인지 증진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및 보급, 고령장애인 동료 지지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으며, 참여영역의 차원에서 고령장애 당사자 자조모임과 여가문화활동 및 평생교육 활성화 등을 제언했다.

안전영역의 차원에서는 고령장애인 가구 소득 보장과 인권침해 예방사업, 1인가구 지원 방안등에 대해 촉구했다.

노 교수는 “고령장애인은 장애와 노화의 경험 공유하기 때문에 고령장애인 서비스는 장애, 노인, 보건서비스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주제.”라며 “고령장애인 지원정책은 당사자의 선택에 기초해야 한다.”며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정책 마련을 강조했다.

고령장애인, 명확한 연령 기준 먼저 정해야

토론에는 김훈 연구원(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용석 실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태현 실장(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강민 실장(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권유상 원장(영등포장애인주간보호센터), 박인아 센터장(서울농아노인지원센터)이 장애유형별 사안과 고령의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지원 방향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령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며, 고령장애인의 활기찬 노후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먼저 명확한 연령기준을 고려할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장애유형별 고령장애인 지원에 대한 여러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은 “노인과 성인기 시각장애인이 아동·청소년기 시각장애인의 수에 비해 현저히 많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경제활동기 시각장애성인을 위한 교육, 심리와 직업재활이 중심이 돼야 하며,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시각장애노인을 위한 의료와 자립생활 지원과 같은 복지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분절적인 제도 간 효과적인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통합적인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조직실장은 “뇌병변장애 1급 당사자로서, 40대를 넘기면서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가 생겨 점점 더 거동이 불편해 지고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인활동지원이 중지되고 노인장기요양으로 강제 전환됨에 따라 서비스 시간이 오히려 월 311시간 줄어드는 등 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고령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시농아노인지원센터 박인아 센터장은 “시각장애노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외부활동이 어려워져 활동보조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또래를 만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해 외부보다는 내부지원을 많이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각장애인들 역시 지역 경로당이나 장애노인복지관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며 장애유형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회원단체인 한국장애인부모회는 고령장애인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고령장애인의 지원 방안을 탐구하는 이번 토론회에 이어 오는 23일에는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연구한 고령장애인 돌봄에 관한 토론회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