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장애인 지원 “체계는 YES, 이행은 ‘글쎄’”
북한 내 장애인 지원 “체계는 YES, 이행은 ‘글쎄’”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8.11.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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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관련 지원 등에 긍정 평가… 인도적 지원 어려워진 현실 지적도
장애인권리협약 강연 위한 국내 전문가 북한 방문… 15일, 인권 상황 공유하는 자리 가져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일영 부회장(왼쪽)과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오른쪽)의 방문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일영 부회장(왼쪽)과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오른쪽)의 방문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북한 장애인들의 삶은 어떨까. 그리고 과연 그들은 위한 정책과 제도는 있을까.

남북관계의 따뜻해진 분위기를 타고 교류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장애계 역시 다르지 않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한국 장애계 또한 남북 장애인 교류 협력에 대한 의지를 보여 왔고, 실제 북한 사회의 장애인 인권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도움이 될 만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일영 부회장과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의 방문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자리에서 두 전문가는 북한 사회에 장애인과 관련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는 한편, 대북제재로 인해 인도주의적 개입마저 막혀 어려움이 있다는 실상을 전하기도 했다.

평양 내 장애아동 모두 파악… 이행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시스템은 잘 갖춰

김형식 위원과 이일영 부회장의 북한 방문은 지난 7월 28일~8월 4일까지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UN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강연 차 초청된 방문이다.

북한은 2016년 12월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 올해 말이면 협약 비준 2년차를 맞으며 이행 상황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준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 사회가 과연 장애인권리협약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실제 북한의 장애인들은 얼마나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에 국제사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두 전문가를 포함한 일행은 북한 내 장애인 관련 사업에 대한 소개를 받거나, 장애 관련 기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평양의 강의는 국가와 조선장애자연맹의 주관으로 진행됐고,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먼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장애인을 위한 지원 체계 자체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두 전문가에 따르면 평양 내에서는 모든 장애아동을 파악해 각 가정에 있는 장애아동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역사회중심 재활사업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애아동들은 특별한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청각장애 아동의 경우 춤을 가르치기도 한다.

‘회복원’이라 불리는 우리의 재활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곳에서 장애아동을 맡아 지원하고 있다. 

또 2017년 이후 평양 시내에서 장애인들이 무료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

다만 이러한 지원들은 '평양 내'에 한정돼 그 외 지역에 대한 상황이 어떠한지, 제도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한계는 있다.

이일영 부회장은 “북한 사회가 받아들인 장애인권리협약 속 국가의 의무에 대해 놀라웠다.”는 표현과 함께 “‘인민들을 위한 나라’라는 체제 속에서 지원이나 체계를 만드는 국가의 의무가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여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틀은 잘 돼 있는데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한계점을 지적하면서도 “분면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이후 빠른 진전이 있었다. 더불어 방문 기간 동안 장애인권리협약이 담고 있는 표현이나 정확한 의미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모습 속에서 이행에 대한 고민이 있어보였다.”고 설명해 변화의 움직임을 시사했다.

김형식 위원 역시 “장애인권리협약 4조에는 국가의 의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며 “생각보다 북한 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체계는 잘 갖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형식 위원은 방문 중 만날 수 있었던 장애인 당사자가 세명 뿐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참여와 당사자 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중요하게 보고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거나 북한 사회에 민간 장애인 단체가 존재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장애 정책 수행을 위한 예산이 얼마인지 등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김형식 위원은 “장애인 당사자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애계 단체를 방문해 보지는 못했다.”며 “체계가 잡혀있는 것과 이행의 문제는 다르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권리협약은 법과 예산, 체계, 고용, 학대, 여성장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장애인 뿐 아니라 인권과 사회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의미.”라며 “민간의 장애인당사자들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고 이행 보고서 작성에서 실질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초청과 교류 등의 지원으로 세계 속으로 끌어내 시야를 넓혀주고 싶다.”는 바람을 더했다 .

대북제재로 함께 막힌 인도적 지원… “모순적인 대북제재”

한편 대북제재로 막힌 장애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두 전문가에 따르면 평양에 지어지고 있던 어린이 회복병원(재활병원)이 대북제재에 막혀 멈췄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방음 시설을 갖춘 청력 검사 시설을 외국에서 보내려고 해도 금속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차단돼 있는 실정이다.

김형식 위원은 지금의 대북제재 실정을 ‘모순’으로 표현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이야기를 하면서 학대와 빈곤 등을 거론하고, 이를 대북제재의 이유로 삼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대북제재로 인해 장애인을 위한 기자제나 인도적 지원까지 막혀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얼마나 모순된 상황이냐.”며 토로했다.

이일영 부회장 역시 “일례로 금속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손톱깎이도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다. 밀가루를 보내주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서도 은행들이 송금을 거부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국제사회의 ‘쥐어짜는’ 제재로 힘든 것은 주민과 장애인 당사자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