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비판에도 여전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장애계 비판에도 여전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 하세인 기자
  • 승인 2018.11.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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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련 “요구 수용 없다면 정부 정책 협조 없어”
농아인협회 “개인 가치 존엄성 위해 조사도구 재설정해야”
정신·신장장애계 “사회활동영역은 소수 장애인 배제한 것”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장애인서비스종합도구 개선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가 여전히 다양한 장애유형을 아우르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계 연대 단체인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뒤 당사자 욕구에 의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지원방향을 모색하는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9월 3일 토론회를 열고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 방향과 민·관협의체 논의 경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돌봄지원서비스 수급자격과 급여량을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는 장애등급이 아닌 실제 서비스 필요도를 조사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종합조사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활동지원서비스 ▲응급안전서비스 ▲장애인거주시설 ▲보조기기 교부 등의 수급 자격과 급여량이 결정된다.

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는 ▲기능제한 ▲사회활동 ▲가구환경으로 나뉜다. 기능제한은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 옮겨앉기와 같은 △일상생활 동작과 전화 사용, 청소, 빨래하기와 같은 △수단적 일상생활동작으로 다시 나뉜다.

기능제한 항목은 평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29개 문항, 최대 532점), 신체기능에만 치우쳐 시각·청각·정신장애인 대부분은 점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당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홍순봉 상임대표는 “모든 장애유형을 하나의 평가도구로 판단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복지부는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종합조사를 내놨지만, 이는 장애등급제와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그대로인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장애계 ‘복지부 정책 개선 의지없어’ 질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 뒤 3개월이 지났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변화 없는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를 추진하고 있어 장애계단체가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이연주 팀장은 ‘한시련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는 한 정부 정책에 협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팀장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가 도입된다면,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은 집 밖에서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한다.”며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는 시각장애인 당사자를 집 안에 가두려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문제를 제기한 지 3개월 가량이 지났지만 변화가 전혀 없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소한 그동안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졌고, 어떤 결과가 나왔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제시됐어야 한다.”고 복지부의 의지를 꼬집었다.

한국농아인협회 김수연 부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로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사회참여가 활발해 질 것으로 매우 기대했지만,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도구가 도입되는 논의과정에서도 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장애인 개인가치의 존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장애유형별·개인별 욕구가 반영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며 “논의과정에서도 장애 공동체를 배제한 일부 전문가가 아닌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내 사회활동 영역.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내 사회활동 영역. ⓒ보건복지부

정신·신장장애계에서는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내 사회활동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내 사회활동영역은 직장(24점)과 학교(12점), 단 두 개의 항목이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처장은 “신장장애인의 경우 투석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투석하는 것외에는 사회생활이 전무하다.”며 “그러나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내 사회활동 영역은 직장, 학교 두 가지로 신장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항목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윤선희 사무총장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에서 사회활동영역은 직장과 학교 단 두가지 항목으로 이는 소수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윤 사무총장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에 소수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해 개별적으로 반들어 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의 경우 사회활동 영역에서 사회적 관계 철회, 만성 무기력, 여가에 대한 관심 등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항목이 추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정순길 서기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복지부 정순길 서기관은 “지난 9월 개최한 토론회 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를 장애유형과 특성에 맞게 분리, 성인지적 관점에서 반영하는 등의 방안이 나와 이에 대해 복지부가 고민하고 있고,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적 논의와 전문가·장애계의 자문을 통해 실제 반영 가능한 부분을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전했다.

정 서기관은 “지난 9월 뒤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개정 중에 있다. 이 안에는 장애정도의 구체적 내용과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의 세부적 사항이 반영될 예정이며, 현재 법제저 심사 중.”이라며 “또 관계부처 법령 등 40여 개의 시행령, 시행규칙도 개정 예정에 있다. 이러한 부분을 내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 이전까지 부처간 협업을 통해 개정에 지연이 없게끔 챙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