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일자리 확대와 사회서비스원 설립, 만병통치약일까
공공 일자리 확대와 사회서비스원 설립, 만병통치약일까
  •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 승인 2018.11.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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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5년 안에 망합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Jim Rogers)가 2016년 내한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단한 내용이다. ‘미래를 짊어져야 할 젊은 세대의 꿈이 벤처나 혁신 등의 창업과 도전이 아니라 공무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가 없다.’ 라는 그의 진단이다. 

도전하지 않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쫓는 젊은 세대에 대한 비판도 있었겠지만, 대한민국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어서 젊은이들의 탓을 하는 기성세대는 많지도 않았다.

1997년 이후 청년들의 직업선호도 부동의 1위는 공무원이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등의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진단을 내려 보자면 공무원은 재량권이 주어지고, 건물주는 임대인으로서의 권리가 주어진다. 그리고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한번 유명세를 타면 팀이나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때문에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기보다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벤처를 회피하는 것, 민간 사회복지현장보다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은 권한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려고 하는 것이지 결코 도전보다는 안락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사회서비스원(공단)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민간 사회복지현장을 보면 사회서비스원(공단)이 도입되어 공공조직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요구가 높다. 똑같은 논리로, 왜 현장의 사회복지노동자들은 공공에 들어가기를 소망할까? 그들 역시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조직에 들어가면 공무원과 같은 권한이 주어진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같은 재량권은 아닐지라도, 정보접근권과 공공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사회적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안락함에 안주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여받은 권한으로 좀 더 사회에 기여하기 위함이고 일의 의미를 찾고자 함이다.

청년이든, 사회복지현장의 노동자이든 공공에서 일을 해야만 사회에 기여하고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간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공을 원하는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민간영역에서는 공공조직 만큼의 권리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권한에 대한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공무원 선호와 사회서비스원(공단)의 설립에 대한 신기루가 형성되고 있다.

짐 로저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실패의 위험이 있어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에 도전할 것을 주문한다. 마찬가지이다. 사회복지현장의 민간영역 역시 비록 실패의 위험이 있더라도 민간의 탄력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사회의 문제와 인간의 욕구를 해결하여야 복지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하지만 현재와 같이 중소기업과 벤처, 그리고 민간의 사회복지현장에는 권리가 없고 통제와 관리만이 존재하는 이상은 공무원과 공공조직에 대한 신기루는 사라지지 않는다. 강력한 법과 지침, 그리고 매뉴얼에 의해 기계처럼 작동하는 조직, 민간에서 결정할 권한은 없고 오직 시군구와 정부만 바라보아야 하는 처지에서는 자발성과 도전은 있을 수 없다.

민간 사회복지현장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청년들이 민간영역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있던 청년들도 공공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한다. 해가 갈수록 인재의 양과 질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과연 이런 상황에서 현장의 권한에 대한 개선은 뒤로한 채 사회서비스원(공단)의 설립이나 공공 일자리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민간의 결정권과 자율성의 인정, 그리고 도전과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민과 관의 권한에 대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로 미래 사회복지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