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사회복지시설 위수탁계약, 개선돼야 한다
불합리한 사회복지시설 위수탁계약, 개선돼야 한다
  •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 승인 2018.12.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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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인간의 존재적 의미이다. 사회복지시설들의 존재적 의미는 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라는 사회복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한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망이 진전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었으며 사회복지현장에서도 모델링되던 경기도의 어느 종합사회복지관의 수탁법인이 변경되었다. 수탁법인의 변경은 비리나 인권침해 등의 큰 문제가 없다면 별 무리 없이 갱신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수탁법인이 변경되었다면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으며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위수탁제도는 경쟁에 의한 공개입찰이다. 경쟁입찰은 언제라도 운영자가 바뀔 수 있음을 내포한 제도임으로 변경을 권장하고 있는 제도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럼으로 제도의 목적만을 본다면 운영주체가 변경이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시설이 매우 취약한 제도의 기반위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리 굵은 철근과 튼튼한 콘크리트로 타설을 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취약한 모래라는 기반 위에서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위수탁심사는 계약기간을 5년으로 하고 있다.(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21조의2 시설의 위탁2항). 2016년에 계약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개정하였다고 자화자찬했지만 5년 이상이 아니라, 5년 이하로 사업기간이 연장되었을 뿐이고, 3년 계약직에서 5년 계약직으로 고용이 연장되었을 뿐이다. 지역사회의 사각지대를 책임져야 할 공공재의 운영에 기간이 정함이 있는 사업기간을 명시했다는 의미는 실질적 권한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시장을 만들고 경쟁을 붙여서 더욱 좋은 서비스를 얻어내겠다는 것이 바로 위수탁계약제도의 본질이다.

구조적 한계와 불합리한 위수탁제도를 사회복지시설이 감내하는 이유는 재정의 취약성이다. 그러나 비영리조직이든, 영리조직이든 자원과 자본을 외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의 취약성은 동일하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영리조직은 소비자들의 자원과 자본에 의존한다. 때문에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자원과 자본을 획득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영리조직은 보조금이라는 자본에 의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영리조직에게 필요한 보조금의 주인은, 더 이상 시군구의 기초자치단체장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것이어야 한다.

사회복지사업법 21조 시설의 위탁기준 및 방법의 4항을 보면, 위수탁심사위원회는 공무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공익단체에서 추천한 자, 그 밖의 위탁기관의 장이 인정하는 자로 하여 9명 이내로 정하고 있다. 위계관계에 있는 공무원, 정치적으로 엮어진 교수, 정체모를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등이 소위 전문가들로 참여하여 위수탁의 결정을 내린다. 그들에게는 권한이 없다. 그들이 참여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이상, 자본의 주인은 시민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의 것이다. 실질적 권한을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시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법에 명시한 공익단체의 추천자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위촉하는 것으로 하여 정치적으로 독립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나아가서는 법개정을 통해 위수탁심사위원회에서의 결정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내지는 지방사회복지사협회에 검토의견을 받도록 하여 한다.(사회복지와 관련된 조례 및 법개정도 검토의견을 받아야 할 것임), 그리고 위수탁 회의록의 공개와 이의제기를 통한 권리구제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여 권한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이러한 제도의 개선은 자본과 자원의 주인이 더 이상 기초자치단체장의 것이 아니며, 그로인해 더 이상 사회복지시설의 위수탁계약이 정치적 선택이나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위수탁심사위원회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당사자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견제장치를 마련할 때, 자본의 의존성이라는 한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시설들이 일하는 의미를 정치와 권력의 줄대기가 아닌, 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라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우선적 조건이다.

집단은 생존을 위해 자원과 제도에 적응하고 순응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불합리한 것일 때, 자원의 기존 경로에 적응하기보다는 흐름을 바꿔야하고, 제도에 순응하기보다는 혁신하여야 하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및 관련 지자체의 시민들과 전체 사회복지현장이 연대하여 이번 사안에 대해 공정한 결과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