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다시 만난 생각 많은 둘째언니 혜영과 흥 많은 중증 발달장애 막내동생 혜정 자매 동거기 그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 영화‘어른이 되면’OST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中

영화'어른이 되면' 언론 시사회 모습. (왼쪽부터)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 장혜영 감독, 주인공 장혜정, 윤정민 ⓒ손자희 기자

지난 4일 낮,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어른이 되면'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오는 13일 개봉 예정인 영화 ‘어른이 되면’은 같이 산 것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많은 혜영, 혜정 자매가 18년 만에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적응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어릴 적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설에 들어가야 했던 혜정이, 혜영과 함께 사회인으로서 살아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자매의 동거’가 ‘남다른 자매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엎치락뒤치락 갈등하고 고민하는 순간들의 연속 속에서 관객 또한 막연했던 불안을 꺼내놓게 된다. 누구에게나 사회 속에서 자립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사회 속에서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는 순간 모두가 별다를바 없는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공감을 얻게 된다.

따듯하고 긍정적으로 그려낸 이야기전개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와 ‘연약하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 아냐’,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아니야’ 등의 밝은 멜로디의 영화 OST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행복과 함께 그 이면의 힘듦과 사회의 부조리함 등을 가사와 장면과 장면으로 여실히 보여준다.

이날 시사회에는 배급사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가 사회를 맡아 장혜영 감독, 윤정민 촬영감독,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장혜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화 '어른이 되면' OST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와 ‘연약하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 아냐’,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아니야’ 가사 ⓒ손자희 기자
영화'어른이 되면' 예고 영상 ⓒ손자희 기자

영화 ‘어른이 되면’의 제목은 혜정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혜정은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하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는 말로 서른의 세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이날 현장에서 장혜영 감독은 정말 우연히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 감독은 “혜정과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지원을 알아보던 중 최소 6개월은 우리끼리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 6개월을 오롯이 감당해보자고 생각했고, 어차피 감당해야 할 과정이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공유하고 알려주자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영화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지원은 많지 않았다.

혜정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할 때에 진행됐던 심사에서는 중요하지도 않은 개인사 질문을 하거나 정작 당사자인 혜정에게는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심사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장애인 개인 하나하나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해변가에 앉하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혜정과 혜영 자매. ⓒ시네마달

지난해 혜정이 시설에서 나와 18년 만에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나날들이었지만, 희망적인 것은 그래도 살려고 하면 살아지더라는 것.

하지만 장 감독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 모든 격리의 구조를 바꾸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체제와 시스템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한 분 한 분의 마음속에서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신념을 갖는 것이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 개선 또한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 촬영감독을 맡은 윤정민은 그동안 장애인을 대해왔던 편견에 대한 고민을 그린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관객 입장에서 이 작품을 볼 때 캐릭터 성장을 기대하고 봤을 수 있다. 그런 기대가 무너지는 작품이다. 혜정이 성장하는 스토리가 아닌 그동안 장애인을 대해왔던 우리의 시각, 기존 시각에 대한 편견에 대한 고민, 내가 바라보는 시점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 와닿는 작품.”이라는 것이 윤 촬영감독의 설명이다.

이러한 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어른이 되면’은 유쾌한 위로가 된다.

장 감독은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하나의 울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영화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 영화의 끝은 우리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제 나는 말하기보다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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