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든다
사일로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든다
  •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 승인 2018.12.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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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책무를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정부와 기초자치단체에게 의존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복지현장은 사회복지라는 하나의 직종 안에 기능별, 유형별 등의 수많은 직능협회로 나뉘어져 있다. 매우 동질적 집단인 것 같지만, 각각의 이해관계로 얽힌 사일로이다. 이러한 사일로 인해 우리의 의존성이 심화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회원조직이라기보다는 법인대표이사, 직능단체 대표 등 단체장 중심의 조직이다. 개인회원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전∙현직 고급공무원과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체장 중심의 조직이다 보니 자체가 사일로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이하 한사협)는 회원조직이며 대다수는 평사회복지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을 하는 회장단과 대의원의 구성을 보면 지방사협회장, 시설장의 비율이 높다. 즉, 회원조직인 것 같지만 단체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음으로 그 자체가 역시 사일로이다.

각종 직능단체도 또한 사일로이다. 직능단체의 회원은 단체장이다. 직능단체의 권익과 친목도모라는 단체의 목적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아니라 단체장을 대상으로 한다. 이슈가 발생하였을 때, 현장의 노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체장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이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단체장들의 의사결정 권한은 사회복지현장의 조직으로 들어가면 더욱 강력하다. 그리고 조직의 단체장들은 상기의 직능협회 회원, 협의회 회원, 한사협의 회장단 내지는 대의원으로서 이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리해보자면, 사회복지현장은 이중삼중의 사일로로 막혀져 있다. 그리고 모든 의사결정의 권한은 단체장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럼으로 협의회와 한사협, 그리고 직능단체와 현장의 조직 등 다양한 집단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계층은 소수이다. 이렇게 소수에게 의사결정권이 집중되어 있으면 모든 조직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권력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변질된다. 그리고 권력유지를 위해 사일로법칙이 가동된다.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지배구조에서는 민주주의도, 경쟁력도 없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이슈가 발생하였을 때, 그 어떤 조직이나 단체, 협회도 사회복지현장을 대표하지 못한다. 그리고 대응의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 모두 사일로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인건비가이드라인의 교섭대상은 누구인가? 위수탁계약심사의 불공정에 발생하였을 때 제도개선의 목소리를 누가 대변하여야 하는가?  그 어떤 단체도 정부나 기초자치단체와 마주하지 못한다. 오히려 서로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일로만 견고해질 뿐이다.

사일로를 허물기 위한 대안은 이러하다. 조직의 의사결정기구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여야 한다. 평사회복지사, 노동자들은 결코 무능하지 않다. 사일로에 의한 Governance(지배구조)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회원조직인 한사협의 대의원제도에 있어서 등가성의 원칙에 의한 할당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한사협의 회장단은 단체장과 대표이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의원들의 구성도 마찬가지이다. 대의원의 제도에 여성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각 직능협회에 소속된 평사회복지사들이 3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대의원제도에 의사결정의 지배구조가 재편될 때, 우리를 막고 있는 사일로를 허물수가 있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노동자와 이용자의 인권과 처우개선이 심의안건인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위원회에 노동자와 이용자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국장, 부장들이 노동자의 대표로, 재력이 있는 지역유지가 이용자의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시설운영의 당사자인 구성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의사결정의 지배구조에서는 경쟁력이 상실되고 관행만이 남을 뿐이다. 실질적 구성원인 라인워커들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야 한다.  

사회복지법인의 이사회의 구성에 사외이사보다는 노동이사가 필요하다. 1년에 몇 번 찾아오지 못하는 사외이사가 법인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코메디이다. 차라리 노동이사가 더 현실적이다.

지배구조의 개선을 사회영역을 넓혀보자. 사회보장위원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수탁심사위원회, 장기요양보험급여심사위원회 등의 의사결정기구에 이해관계자인 시민들이 참여하여야 한다. 그들은 무력하지 않다. 사일로에 의한 전문가, 공무원 중심의 Governance(지배구조)가 그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