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성명서

도종환장관(문화체육관광부)이 어제(7일)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고 한다. 이는 문화와 예술계의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사과의 차원이다.

그 자리에서 도종환장관은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영진위가 영화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2019년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연합뉴스, 2019.01.07.)’“라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9년 김도산 감독의 영화 ‘의리적 구토(義理的仇討)’가 제작, 상영되었다. 한국영화계는 이 영화를 한국인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첫 영화로 기록하고 있다. 도종환장관이 올해를 한국영화 100년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한국 영화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여 2013년 기준 연매출 2조원, 2억명의 관객의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스크린 쿼터제 도입 투쟁 등 한국영화를 살리려는 영화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들에 대한 도종환장관의 사과와 당부는 반쪽에 불과하다. 영화는 제작자와 배급사, 상영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들이 있었기에 한국영화가 이만큼 성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도종환장관은 국민을 향한 블랙리스트의 사과와 한국영화 100주년에 대한 당부도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장애인들에 대한 사과도 있었어야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구축은 1999년 한국영화 “쉬리”를 시발점으로 하고 있다. ‘쉬리’의 한글자막 상영을 계기로 만들어진 장애인영화제(2000년),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장애인영화 정책 사업과 일반 영화관의 자막과 화면해설 상영(2005년), 민과 관의 장애인영화 협의체 구성(2011년) 등으로 이어지는 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올해는 장애인 영화관람 접근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지 20년을 맞는다.

장애인영화관람 환경 마련 20년, 달라진 것이 많다. ‘장애인 영화 관람권’이라는 말이 보편화 되었고, 일반 극장의 장애인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장애인영화 관련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장비의 개발 등 환경 개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여전히 영화 관람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편의시설 미비, 자막 등 콘텐츠 부족으로 여전히 장애인들이 원하는 영화를 선택하여 보기 어렵다. 정부가 영화관람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권리로서 접근은 아직도 멀다. 장애계애서 영화사업자를 상대로 한 장애인영화관람 소송이 몇 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는 방관적인 입장이다. 더욱이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을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국회가 들어설 때마다 발의되고 있지만 번번이 폐기되고 있다.

한국영화 100년 동안 한국영화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이에 비하여 장애인들의 영화관람권은 여전히 초라하다. 국민으로서, 영화 소비자로서 권리가 박탈되었던 시간들, 문화 이방인으로 살았던 오랜 세월을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애서 도종환장관은 장애인들에게 사과하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으며 장애인들이 다시는 영화관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문화의 소비자라서 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장애인과 소송 중인 해당 영화사업자들을 설득시켜 장애인들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역할을 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국회와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하여 영비법의 개정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9년 1월 8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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