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서 유치원만 ‘특수교육기관’으로 인정… 어린이집은 지원 못 받아 “교육받을 권리 침해”
장애영유아 보육·교육 정상화위한 추진연대, 특수교육법 개정 추진으로 의무교육 차별 개선 촉구

장애영유아 보육·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은 지난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특수교육법 개정 공청회를 진행했다.

“장애유아가 어디에 있든 균등한 양질의 의무교육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개정이 추진된다.

장애영유아 보육·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이하 장보연)은 지난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특수교육법 개정 공청회를 진행했다.

개정 추진은 특수교육법에서 특수교육기관으로 명시된 유치원이냐, 그렇지 않은 어린이집이냐에 따라 지원이 달라 특수교육대상자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장애유아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고스란히 장애유아의 교육환경으로 연결돼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장보연은 “장애유아가 어디에 있던지 동등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동일한 의무교육의 환경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장보연은 지난 7월 기자회견을 통한 성명 발표와 청와대 민원제기를 시작으로 정책토론회를 진행,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특수교육법 개정안 대표발의를 예정하고 있다.

특수교육법에 특수교육기관은 ‘유치원’ 만… 약 80%의 장애유아는 차별

현행 특수교육법에 따라 장애유아는 의무교육 대상이다. 헌법 역시 국민이라면 누구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특수교육법에서는 만 3세~만17세까지의 특수교육대상자를 의무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특수교육기관을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의 과정을 교육하는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으로 명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장애유아의 어린이집 활동 모습. ⓒ웰페어뉴스DB
장애유아의 어린이집 활동 모습. ⓒ웰페어뉴스DB

유치원은 특수교육기관이지만 어린이집에는 특수교육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이 불가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수는 매우 적다는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통계에 따르면 2016년 보육 대상자인 장애유아 3만8,274명 가운데 유치원에서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유아는 5,186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어린이집에서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영유아는 1만1,872명,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유아는 2만1,216명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2018년 특수교육연차 보고서의 자료에서도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유아는 총 5,630명에 불과하다. 해당 수치는 특수학교 내 유치원과 유치원 특수학급 또는 일반학급에 다니고 있는 장애유아에 대한 통계다.

이마저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할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눠져 있어 정확한 통계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전문가들은 70%~80%에 해당하는 장애유아가 특수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석대학교 김윤태 교수는 “국공립유치원만으로는 의무교육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알면서 도 정부가 그 책임을 방기하고 어린이집에 책임을 미루고 의무교육을 간주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적폐구조.”라며 “장애유아 의무교육 관련 국가의 책무와 의무교육 주 시행기관인 보육기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규정해 장애유아 의무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의무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현실에서 선택권이 없는 의무교육 대상자는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관련조항 개정을 통해 장애유아 의무교육 관련  위헌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 역시 “장애유아의 경우 원칙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 받은 후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제공받아야 의무교육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지금의 법·제도가 유지된다면 특수교육법에 따라 장애유아의 의무교육제도가 시행 된지 10년이 지난 현재 뿐 아니라 15년, 20년이 지나도록 특수교육기관의 절대적 부족으로 장애유아 의무교육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수교육법 19조, 특수교육기관 아니어도 의무교육 ‘간주’… “의무교육 책무 다하지 않은 국가 ”

특수교육기관인 유치원을 다녀야 의무교육이 인정되는 구조. 하지만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단서 조항이 특수교육법에 존재한다.

부득이한 경우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을 다녀도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보호자의 의무’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법 19조 2항에서 ‘만 3세~만5세까지의 특수교육 대상자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설치된 어린이집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교육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유치원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단서를 정하고 있다.

여기서 ‘간주’의 규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어린이집에 다니면 의무교육으로 ‘간주’되는 것일 뿐, 어린이집이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동법에서 정하는 특수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어린이집을 지원할 근거나 이유가 없게 된다.

엄 변호사는 “어린이 집을 이용하는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국가가 의무교육을 실시할 책무를 다하지 않을 때 책무를 묻기 어렵다.”며 “보호자의 의무와 관련해서만 어린이집을 의무교육기관으로 인정해 주는 것 일 뿐 국가는 의무교육을 실시할 책무의 대상기관으로 보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어린이집의 관할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의 관할은 교육부로 나눠져 있는 상태이므로 어린이집을 이용해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되는 장애유아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특수교사 수급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며 “그 피해는 장애유아와 보호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꼬집었다.

특수교육기관 정의규정 바꾸고, 의무교육 간주규정 삭제하고 ‘법 개정 추진’

이에 장보연은 특수교육법 개정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으며, 개정안은 내용을 갖추고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의 대표발의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크게 두가지 내용을 담는다.

먼저 어린이집을 유치원에 준하는 특수교육기관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

현행법상 의뮤교육대상인 장애유아가 이용하는 어린이집은 특수교육기관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교육부로부터 유치원과 동등한 수준의 교육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무상·의무 교육 취지에 따라 장애유아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경우에도 유치원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수교육법 제2조 제10호에서 ‘특수교육대상자가 영유아보육법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해당 어린이집은 이법을 정용할 때에는 유치원으로 본다’는 단서조항을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엄 변호사는 “어린이집은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상 교육기관에 해당하므로 특수교육기관에 포함시키는 것이 체계 정당성의 원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의무교육 간주 규정을 삭제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어린이집을 다닌 경우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19조 2항의 단서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는 앞선 개정 내용이 신설된다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삭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엄 변호사는 “실질적인 선택권 없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게 된 수많은 장애유아는 그동안 결정적인 발달의 시기에 의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의무교육을 받은 것으로 간주돼 왔다.”며 “의무교육은 누구나 동일한 교육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의무교육 대상인 장애유아가 어떤 교육기관을 이용하든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관의 상향평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나라살림연구소 이왕표 부소장은 이러한 법 개정으로 추가될 예산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유치원과 같이 어린이집에도 장애유아를 위한 특수교육 지원이 된다면 특수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교구비, 통학비 등의 예산이 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부소장이 추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예산은 400억 원~600억 원이다.

이 부소장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자료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눠져 있어 정확한 추계는 어렵지만, 어느정도 수준의 예산이 필요한지는 예측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계를 설명하면서도 “추가로 소요될 예산이 엄청난 예산은 아니고, 정부의 능력 범위 안의 예산이라고 본다. 더욱이 이것은 돈 문제가 아니다. 몇 천 억 원이 들더라도 필요한 지원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장애유아를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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