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책조정위, 장애인정책 종합 계획 심의… 장애계의 ‘냉담’한 반응

제20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열리던 30일 오전, 장애계 단체가 이낙연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다.
제20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열리던 30일 오전, 장애계 단체가 이낙연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다.

제20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열리던 30일 오전, 장애계 단체가 이낙연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다.

이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2019년 시행계획’과 ‘UN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를 심의했고, ‘인천전략 하반기 국가행동계획’과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방안’을 보고·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도 장애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31년만의 변화를 맞는 장애등급제를 위해 충분한 예산이 반영되지 못해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UN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와 관련해 정부의 노력이 과장되기 표현돼 있다는 비판을 보내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현실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친절히 설명 할 테니 이낙연 국무총리 만납시다’라고 외쳤다.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 없으면 ‘가짜’ 폐지다”

전장연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총생산 대비 장애인복지예산 수준은 OECD 평균 5분의1 수준에 불과한 상황으로, 예산 확대의 구체적 계획이 빠진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장연은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예산 논의’를 위해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면담 요청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내부검토 결과 보건복지부에서 처리하도록 이송’이라는 회신 뿐이었다.

하지만 장애등급제 폐지는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 부처 전체가 움직여야 해 국무총리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전장연 조현수 정책조직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등급으로 구분된 79개 정책을 변화해야 하는 것이기에 보건복지부 단일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부처를 총괄하는 이낙연 총리가 장애인 삶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접 찾아가 친절하게 설명해줄 의지도 있다.”고 덧붙여 이낙연 총리를 향한 책임 이행 촉구와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장애등급제 폐지는 삶과 직결되는 만큼 절실함이 크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은 “장애인등급제의 폐지는 개인의 환경이 완벽히 무시되고 의료적 기준만 적용됐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활동지원이 24시간 필요한 사람이 받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필요한 사람에게 24시간의 활동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

실제 활동지원의 부족이 장애인 삶에 미치는 영향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지역에서 필요도나 환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장애등급이 2급이라는 이유로 하루 2시간의 활동지원만 받던 이 모 씨가 몸무게가 40kg 이하로 떨어지며 삶이 위태롭게 된 사례가 발생했다.

이씨는 활동지원사 없이는 혼자 식사를 할 수 없고, 외출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 하지만 장애등급에 막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 소장은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한다면서 예산을 늘리지 않았고, 24시간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도 ‘예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사회는 장애인의 취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접근성과 인식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중증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활동지원과 같은 지원)환경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역사회 삶을 위한 활동지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UN에 제출하는 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포장하고 부풀리고… 거짓말 수준”

이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심의된 장애인권리협약 2·3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UN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협약 발효 후 2년 내에 이행상황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2차부터는 매 4년마다 후속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2014년 1차 보고서 심의 이후, 간소화절차에 따라 2·3차 국가보고서를 병합 심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오는 3월 2·3차 국가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으며, 이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서 심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장애계는 이 보고서를 ‘거짓’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시적 지원을 크게 표현하는 등 모습이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최재민 활동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최재민 활동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최재민 활동가는 이에 대한 예로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대한 실제 정부의 태도와 보고서 작성 내용의 차이를 비교했다.
 
최 활동가는 “장애인 시설은 자신의 시간과 삶을 빼앗긴 채 하루 종일, 기약 없는 평생을 프로그램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탈시설에 대해서는 장애인 당사자도, 정부도, 국제사회도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활동가에 따르면 한국의 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의견에는 ‘실효성 있는 탈시설 정책을 한국 정부가 펼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확충하고, 이것이 탈시설 정책으로 연결돼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 공동체에 참여해 살아가는 것은 물론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역시 탈시설 정책에는 동의를 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100대 정책에 탈시설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고, 지난해 발표된 커뮤니티케어 역시 지역사회에서 살게 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그런데 정부의 노력은 약속이나 발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활동가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탈시설 관련 예산은 43억 원, 기획재정부를 거치며 이 예산은 20억 원 대로 줄었고, 다시 국회통과 과정에서 14억 원이 됐다. 적은 예산을 만들어 놓고, 이를 또 여기저기에서 삭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하며 “더욱이 UN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에서는 아주 미시적인, 주거환경 개선과 같은 내용들만 적어놓고 탈시설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거짓이고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 탈시설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지 못하면 불가능 하다. 그래서 국무총리를 만나겠다는 것이고, 10년 내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를 목표로 두고 하나씩 준비하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요구.”라고 촉구했다.

활동지원서비스와 관련해서도 국가보고서가 ‘포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국가보고서에 ‘활동지원 서비스를 열심히 노력해 대상자를 대폭 늘렸다’고 써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 늘어난 활동지원 대상은 3,000명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역시 전체 장애인 중 14%에 활동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는 하면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7만8,000명이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았고, 올해 그나마 올라 8만1,000명이 지원을 받는다.”며 “‘대폭’이라는 표현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설명해 주겠다.”며 이낙연 총리 면담 요청,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실 담당자가 나와 요청 공문을 받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이날 전장연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설명해 주겠다.”며 이낙연 총리 면담 요청,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실 담당자가 나와 요청 공문을 받았다.
이날 전장연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설명해 주겠다.”며 이낙연 총리 면담 요청,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실 담당자가 나와 요청 공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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