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을 디자인할 때 세 가지 중요하게 고려되는 지점이 있다. 
첫째, 효율적이어야 하고, 둘째, 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고, 셋째 근로동기를 저해하여서는 안 된다. 사회정책은 이런 이유로 모순에 빠지게 된다. 두 가지를 충족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세 요인을 모두 충족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효율성이라는 조건은 사회정책에 있어서 비용대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인데, 그 자체가 벌써 모순적 상황이다. 인간의 삶의 개선을 효율성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보니 자활이나 빈곤의 극복을 수치로 가늠하려고 한다.사회보장급여액이 과연 얼마나 투자가 되어야 원하는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통계수치를 얻을 수 있을까? 경제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게 쓰고 많은 효과를 얻어야 하는 것인데 삶의 질은 그렇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고민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지급을 해야 일을 열심히 하게 할까?’ ‘몰입과 열정을 끌어내기 위한 금액은 얼마가 필요할까?’ 하는 물음과도 동일하다. 

우리가 일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일의 의미와 자아를 발견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일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의 일에 대한 동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치료와 관리의 대상으로, 그리고 무능하고 무력하다고 이미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고정된 인식 속에서 지급되는 사회보장급여액으로는 사회적 약자의 자활과 빈곤의 극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새우깡에 깡소주를 마실까?’ 간단하다. 그 만큼의 비용만을 사회가 승인하였기 때문이다.사회가 오징어 안주에 맥주를 마실 것을 승인하면 그것을 드실 것이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이 지급되자 기존 기초생활수급비 40만원에서 20만원을 차감해서 지급한다. ‘보충성의 원리’라는 현학적인 말로 이것을 설명하려 하지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가난한 노인들은 월 40만원이 적정하다고 사회에서 승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승인은 ‘보충성의 원리’가 아니라 ‘효율성’이다. 그리고 그 효율성의 이면에는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자활이 아니라 그 정도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사회적 기준이 작동한다.

조직의 구성원도 임금지급액의 정도가 일의 동기를, 몰입과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동기부여 요소는 아니다. 조직의 생존을 위한 근로동기의 촉진을 목적으로 임금지급률을 책정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도 역시 효율성의 원리와 조직의 기준이 자리하고 있다. 즉, 조직의 구성원이나 사회적 약자들이나 일의 동기를 자극하기 위함보다는 이미 정해진 대로의 수준에서 머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 임금지급액이나 사회보장지급액이나 경제주의자가 논하는 효율성을 근거로 하여 접근한다면 근로동기는 자극되지 않는다.

일하고자 하는 동기, 몰입과 열정의 동기는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근로동기라는 것은 효율성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회정책을 효율성, 근로동기, 사회적 승인의 세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미래의 신뢰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의 핵심은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이다. 블록과 블록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블록의 블록해쉬(Block HASH)를 계산해내어야 하고 블록해쉬를 계산해 내려면 논스(Nonce)값을 계산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 안에서는 어떤 방식이든 간에 컴퓨터와 전기료 등의 비용과 막대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없으면 개방형 블록체인은 그 시스템이 멈추어 버린다. 그런데 누가 어떠한 선의로 이렇게 참여하겠는가? 블록체인을 고안한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선의의 참여자에게 동기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것이 바로 암호화폐인 것이다. 신뢰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선의에는 보상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화폐이어야 했을까? 다른 가능한 보상은 없었을까?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사회적 약자이든, 조직구성원이든, 블록체인의 참여자이든 우리가 일을 하는 본질적 의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동기부여를 위해 금전적 보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익숙히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 방법을 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알고 있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금전적 이유 이전에 다른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근로동기는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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